기다리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침부터 내린다는 예보가 있긴 했었지만 그래도 긴가민가 하고 있었는데 점심때부터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가 무섭게 연신 재난문자가 날아든다. ‘강풍을 동반한 강한 비 예보되어 산사태 위험과 야외활동 자제’하라고 한다. 이런 안전문자가 날아들면 산속에 사는 사람으로써 괜시리 긴장되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3년정도 살다보니 그러거니한다. 며칠전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비설거지는 대충 해놓은 상황이라 비가 내려도 신경쓰일 일은 없다.
어쨋던 지금은 비가 내리고 땅이 촉촉하니 식물들이 힘을 내는 것같아 좋다. 꽃들도 덩달아 벙실벙실거린다. 지난주부터 피고지기를 계속하고 있는 수국들도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커다란 꽃송이가 버거운 꽃대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푹 떨구고 말겠지. 만개한 루드베키아의 금빛 물결도 다소 주춤할 것 같다. 그래도 기다리던 비가 내리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오랫만에 서울사는 작은아들네가 주말이라 다니러 온단다. 아침부터 종종걸음으로 텃밭에서 오이, 꽈리고추, 감자, 양파, 깻잎을 딴다. 벌레 때문에 심기를 망설였던 브루컬리가 고맙게도 주먹만하게 자랐다. 벌레가 꼬이지 않아서 이때다 싶어 냅다 따고 보니 역시나 벌레가 먼저 입질을 해 놓았다. 그래도 내 먹을 것은 남겨놨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데쳐서 상 위에 올린다. 수확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을만큼 거둬들인 감자는 요즘 밥상에 효자중의 효자다. 오늘은 아들내외가 좋아하는 감자샐러드를 만들어야겠다. 그외에도 감자는 다양한 요리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다. 매번 고민되는 점심한끼 때우는데도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시골에 사는 달콤한 맛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요즘이다.
지리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