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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라 그런가 봐

Coldplay

by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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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틴이 콘서트장에서 입고 있었던 티셔츠의 문구 'Everyone is an Alien Somewhere.'

“Everyone is an Alien Somewhere”, Coldplay in Seoul 2025




한 집단에서 한 사람을 타깃으로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걸 못 본다. 항상 그래왔다. 너도 그렇지? 동조를 바라는 눈빛, 선을 넘을 듯 말 듯 오고 가는 조롱 섞인 비웃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그러나? 다들 한 번쯤은 겪어 봤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한 번쯤은 받았을 이런 상처들을 통해 사람은 영리해진다.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행동해야 무리에 동화되는구나, 이럴 때는 이게 현실적인 처세구나, 사회를 배우고, 사람을 배운다.


이 글은 나의 시민의식을 과시하고자 쓴 글이 아니다.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면 눈시울이 빨개지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초등학교 4년 동안 회장을 맡았고, 중학교 시기를 제외한 고등학생 시기에는 회장 2년과 학생회를 겸임했다. 고지식하고, 눈치 없고, 영화와 책을 더 가까이하는 나라는 사람을 믿어준 것은 소외되는 사람만큼은 만들지 않겠다는 나의 진실성을 믿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겉도는 것 같은 친구가 있으면 소극적인 성격에도 용기를 내서 말을 건넸고, 이 마음은 연민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외려 나와 같은 사람을 찾았다는 동질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제일 좋아하는 밴드 Coldplay는 ‘Everyone is an Alien Somewhere’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행성에서 부유하고 있는 외계인이라는 것이다. 개성은 고독을 내포한다. 혼자 있는 친구를 보면 군중 속 외로움이라는 동질감에 반가운 생각이 먼저 들어왔다. '너도 다같이 있지만 혼자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거지? 너도,'



영화 아바타 속 나비족처럼 서로의 뉴런과 세포 하나하나, 모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인체가 설계되어 있지 않은 이상 우리는 끊임없이 고독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정도와 빈도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친구가 시험이 끝난 날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라고 했을 때 나는 그 친구가 '같이 있어줬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슬펐다. 회장으로서의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외계인으로서 숨겨왔던 나의~ 고독을 나눈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별 것 아닌 말과 행동으로도 가슴에 비수가 꽂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눈치가 없을지언정 고의로 다른 사람에게 Hatred를 퍼뜨리거나 상처를 입히는 행동은 삼갔다. 앞서 다정함은 나의 무기라는 글에서 누군가 나의 가족이나 친구를 건드리면 맞서 싸운다고 했었다. 상처를 입히는 행동을 삼간다는 것이 반격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빵(?)을 날리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게 어떻게 다정함이야? 싶을 수 있겠지만 선제공격이 유리하다는 선조들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반격만 하는 것은 인생에서 유리한 고지를 상대에게 내주는 것이다.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이 사람 저 사람 놀이공원 범퍼카에서 치고 다니듯이 먼저 상대를 도발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어떤 집단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있다면 소외를 시킬 바에는 내가 당하고 싶고, 상처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상처를 줄 바에는 내가 받고 싶다. '괜찮아.'의 반복이 곧 정병으로 가는 길이라지만 아직까지는 건재하고, 학창시절부터 그래왔던 스스로에게 자부심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그때 많이 미안했어, 또는 그때 많이 고마웠어 이야기해주는 친구들을 통해 내 마음이 허투루 소비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요즘 들어 특히 SNS가 발달하면서 교묘한 괴롭힘이 참 많아진다고 느낀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미움받는 사람은 자신이 미움받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다른 사람을 통해 보는 세상은 평면도형처럼 참 단순 명료하기만 한데. 때로는 내 정신력이 충분히 강해서 다른 사람의 상처를 끊임없이 흡수하는 스펀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얼마전 은사님의 따님이 학교폭력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고해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막상 따지면 그들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 하고 발뺌할테지만 조금만 더 다른사람들과 그 가족의 감정을 신경써주면 좋겠다. 다정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친구 되어줘서 항상 고맙다:)






Coldplay- A Sky Full of Stars
좌 <원더, 2017> 우<괴물, 2023>
영화 <원더,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