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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숨날숨 Apr 24. 2024

간호사, 주사만 놓으면 다 아닌가요?

critical thinking/우리가 가져야 할 고유의 영역

여기, 신규 간호사 무기한 대기 발령을 실시간으로 겪고 있는


일명 '웨이팅+나이팅게일=웨이팅게일'이 있다.


조각 경력이라도 빨리 채우고자 지원한

종합 병원의 자비로움으로 자리를 얻어

(요즘은 정말로 종합병원에도 무경력 신규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웨이팅임을 밝히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간호사들의 업무 방식은

크게 보면


1.펑셔널:

액팅(투약하기, 수술 후 간호 등 간호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차지 지시에 따른 의료 기술을 행하는 것)과 차지(전반적인 환자 상태를 파악한 것을 토대로 처방을 보고 업무의 전반적인 책임지는 일을 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방식


2.팀널싱

:'내 환자는 내가 챙긴다.'는 방식으로 담당 간호사가 액팅과 차지를 다 보는 것


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몇몇 상급종합병원 및 대다수의 작은 병원들은 '펑셔녈'제도를 아직도 시행하고 있으며


나 또한 이 펑셔녈 제도인 종합병원에서

손을 달달달 거리며 액팅을 익히고 있다.


그리고 일을 할수록

왜 학교 다닐 적


교수님들이 왜 그렇게 우리에게

'간호의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

'너네가 실습 나가서 해야 하는 건 액팅을 도와주는게 아니라, 환자 기록지를 보며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하셨는지,


펑셔널 제도인 병원만 경험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미국갈 땐 종병 경력도 괜찮다고 하지만 개인적인 성장과 업무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기 위해선 꼭 상종 병원의 경험이 필요한 거 같다.)


그리고 몇 병원에서 왜 IV(정맥 주사) 잡는 간호사의 업무 분담을 따로 나누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물론, 나같은 신규에겐 아직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엉덩이 주사 놓기, 정맥 주사 잡기, 수술 후 환자 받아서 처치 하기, 투약 준비 하기, 유치 도뇨 준비하기, 약물 믹스 하기 등의 액팅도


잘 하지 못해서 달달거리고 있다.


이 액팅도 능숙하게 하기 위해선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사 놓는 것만이 간호사의 업무가 아니다.


이런 액팅 업무들은 불법적으로 숙련된 AN(간호조무사)들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간호사에게 필요한, 그리고 간호사만이 갖출 수 있는,


간호사가 해야 할 역할은 바로

‘간호의 비판적 사고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추상적인 단어를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쉬운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다.


뇌하수체 선종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가 있다.


이때,비판적 사고 능력이 없는 경우의 간호사는


의사에게 노티를 '환자 코에서 물이 계속 나오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본다.


그럼 의사는 '뇌척수액인지 콧물인지는 파악했어요?"라고 물어볼 것이다.


반대로 종합적인 판단 능력을 갖춘 간호사, 즉 환자 파악이 제대로 되고 있는


간호사는,


똑같은 상황에서 의사에게 물어보기 전, 코에서 나오는 물이 뇌척수액인지 그냥 콧물인지 확인을 해 본 후 의사에게 노티를 했을 것이다.


매우 간단단순 상황을 예로 들었지만,


좀 더 복잡한 상황들과 중증도가 높은 질환일수록

간호사의 판단 역량이 환자의 목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간호사가 계속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고


뜬금포지만, 간호사 부족에 무작정 증원을 하는 1차원적 해결 방법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약 2만 명이 넘게 신규 간호사가 쏟아져 블랙 오션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마당에 내년 천 명 증원 찬성이라뇨?)


적어도 학생 때 이런 걸 느끼게 해 줄 교육 환경이 마련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배움의 기회를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학생들을


쉽게 쉽게 간호사로 배출하기만 했을 때,


그렇게 이론적으로 달고 사는 말인,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사를 양성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누구에게 어떤 보고를 어떻게 잘 받느냐도 업무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선 중요하다.


액팅만 하는 간호사는 액팅은 잘 할 수 있지만,

간호사의 프로페셔널한 성장엔 명확한 한계를 보인다고 느꼈다.


널싱엔 끝이 없다라는 말을 선배들이 달고 사는 이유라고도 생각한다.


나와 같은 신규 간호사가 될 사람들에게,

무슨 이유가 됐건, 간호사를 제대로 경험해보고자 한다면


꼭 '팀 널싱'제도를 시행하는 병원을,

그리고 교육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병원을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들은 웬만하면 교육은 잘 되어 있을 것이다.)


꼭 한 번은 겪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학교를 다니는 실습생들이라면

’실습 나가기 싫엉-‘보다


(그리고 실습은 많이 나가 경험치를 많이 쌓는 것이 훨 좋다.좀 열심히 할 걸)


선생님들이 어떤 환자군에 어떤 약을 왜 주고

어떤 병동은 어떤 업무 루틴으로 돌아가는지 보고

왜 이런 간호 활동을 제공하는지 열심히 파악하고

물어보고 공부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요즘은, 간호사의 업무 방식이 생각보다 굉장히 잘 짜여진 알고리즘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매력을 느낀다.

(과연 상급종합에 입사해서 다양한 환자군을 봐도 그렇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간호만큼 투입한 시간과 도전한 경험이 실력을 보장해주는 분야도 흔치 않다.


요즘 내 일에 욕심이 생기는 하루들을 보내고 있고 또

이런 욕심들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적절히 여가 생활과 밀당을 하는  생활을 보내고 있다.


고작 신규간호사지만,

언젠가 그런 판단 능력이 훌륭해질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고 싶다.


아무튼 그렇다고.


(애매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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