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사업으로 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대부분 술집에서 취하게 마신다. 현실을 잊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실세계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부자가 된 사람들은 극한의 어려움을 겪을 때 특별한 곳으로 간다. 책과 노트북을 들고 어디론가 간다. 카페, 도서관, 서재 등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도피한다. 빌 게이츠는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자 매년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몇 주 동안 독서주간을 갖는다. 워런 버핏 역시 매일 독서한다.
우리가 성공한 사람들로 여기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이 왜 독서를 할까? 외부에서 보는 그들은 더 이상 세상에서 아쉬울 것 없고, 배울 것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매일 보이지 않는 위기와 싸운다. 수많은 선택지를 두고 갈등한다. 그들도 그런 상황을 매일 겪으면 마인드가 녹는다. 정신에너지가 고갈된다. 그렇기 때문에 싸움터에서 도피하는 방법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독서 생존전략이다.
나도 몇 년 동안 벌려놓은 부동산 개발사업, 법무법인, 스타트업에 차례로 닥쳐오는 어려움을 겪었다. 피가 타들어가고 살이 녹는 그런 심정으로 하루를 버텨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그때마다 멘털이 무너지지 않았다. 내가 매일 퇴근해서 카페로 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낮에는 위기상황을 돌파할 방법을 마련하느라 여기저기 바쁘게 다녔다. 그리고 심신이 피곤하지만 무조건 퇴근과 동시에 동네 카페로 달려갔다.
주로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책을 읽었다. 동기부여, 마인드셋, 끌어당김, 마케팅, 브랜딩, 영업 등과 관련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하지만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는 않았다. 책을 몇 장 넘겨보면 이 책이 나에게 유용한지, 감동을 주는지 대충 감이 온다. 유용함이나 감동이 없다면 과감히 다른 책으로 넘긴다.
정말 어려운 시간을 소중한 인생경험으로 바꿔준 것이 바로 독서다. 극한의 어려운 시기에 독서로 돌파한 경험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기가 됐다. 어려움을 독서로 이겨내면서 느낀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책을 읽으면 시간이 잘 간다. 좀 웃긴 얘기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는 일단 잘 '보내야' 한다. 말 그대로 그 시기만 잘 보내면 된다. 일이든 인생이든 업다운이 있다. 밑바닥이 있으면 정상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위치가 바뀌게 된다.
독서에 집중하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다. 책에 몰입하게 된다. 아마도 책의 내용에 매료되고 뇌 안에서 직접경험과 유사한 경험도 하게 된다. 남들의 사업성공스토리, 어려움 극복기, 아이디어 만들기, 마케팅 방법론 등을 읽다 보면 마치 내가 그 안에서 전투를 치르는 듯하다. 그러는 동안 언제 끝날지 모를 어려운 시기가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둘째, 에너지가 재충전된다. 낮에 전쟁 같은 삶을 살아 피곤하지만 책을 들고 카페로 가는 순간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된다. 방전된 배터리가 가득 차게 된다. 복잡한 마음도 정리되고 신선한 마인드로 채워진다.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낮에 들었던 두려움과 의심의 마음도 가라앉는다. 복잡한 마음이 단순해진다.
셋째, 자연스럽게 대안이 떠오른다. 현실에 문제를 가득 안은 채 하는 독서는 다르다. 나는 마음을 비우기 위해 독서를 한다. 하지만 내 뇌는 끊임없이 해결책을 찾고 있다. 현실문제를 헤처 나가는 대안이나 아이디어가 독서하는 중에 자연히 떠오른다. 아마도 몰입상태이기 때문에 머릿속 여기저기에 저장되어 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뇌의 빈 공간으로 떠오르는 것 같다. 책의 내용이 사업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신기하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주체하지 못해 책의 빈 여백 곳곳에 메모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긍정마인드가 축적된다. 현실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는 조급한 마음도 사라진다. 몸에 에너지가 돌면서 진동수가 빨라진다. 그 진동수에 일치하는 긍정적인 현실을 끌어오기 쉬워진다.
독서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공통점이 있다. 독서를 하면 자꾸 영감이 떠오르고 자기가 직접 체험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치 자신이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것처럼 희열을 느낀다. 행복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이다. 마약처럼 독서에 중독된다.
넷째, 글을 쓰기가 쉬워진다. 인풋을 자꾸 하다 보면 아웃풋을 하고 싶어 진다. 깊은 감정이 솟아 나오는 부분은 밑줄을 치고 메모도 해놓았다가 한 꼭지로 정리한다. 물론 잘 쓰면 좋지만, 좀 허접해도 일단 쓰는 게 중요하다. 지금 블로그에 쓰는 글들 중 상당수는 당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쓴 글이다. 약간 변형해서 올리고 있다. 시간이 지나 읽어보니 너무 서사적이고 감정적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블로그에 올린 상당 수의 글들은 나에게 쓴 글이라고 보면 된다. 남들에게 하는 말 같지만 나 자신에게 하는 말들이다. 극한의 어려움에 처하면 사람들은 자신을 탓하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서 남을 원망하기보다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갖게 됐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 내면에 집중하게 됐다.
지금은 그런 극한의 어려움은 벗어났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내가 온전히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다. 내가 선택해야 할 일이 많다. 낮에 온전한 마인드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독서가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독서와 글쓰기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게 된다. 어려운 시절에 많이 피곤하고 지쳐도 꼭 책을 들고 카페로 들어가 숨었다. 하지만 그냥 눕고 싶은 때가 자주 찾아온다. '그냥 맥주 한잔 마시고 잘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떨쳐내고 몇 시간 책을 읽어 낸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웅장해지는 내 가슴을 느끼게 된다. 뇌와 가슴이 다시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에 가득하게 된다.
그 기간을 버텨낸 덕분에 내 습관이 바뀌었다. 어려움에 쉽게 포기했던 모습, 단기목표에 집중했던 모습들에서 변화했다. 어떻게든 버텨내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단기보다는 장기목표에 집중했다. 습관이 바뀌니 나는 다른 사람이 됐다. 정체성이 다른 사람이 됐다.
어려움을 통해 큰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독서와 글쓰기로 크게 성장한 느낌을 받았다. 어려운 시기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런 어려움을 좀 더 일찍 겪었더라면 이후의 삶이 좀 더 평안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찾아온 어려움에 감사한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극한의 상황 속에 있었을 수도 있다. 지금은 뭐랄까. 마음도 커지고 지혜로워지고 관대해진 느낌이다.
내일도 그 내일도 책을 들고 카페로 도망할 예정이다. 나와 소통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그 즐거운 곳으로 말이다.
고흐의 해바라기(그림판그림) by INNER 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