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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바들 Dec 10. 2023

밥 먹었어?

세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버들입니다. 글로 인사드리는 게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아직 편지를 적는 저도 읽는 그대도 어색하고 서먹하긴 하지만요. 편지가 쌓이는 만큼 우리의 연과 정이 쌓여 '안녕하세요'라는 말만 봐도 반가움이 밀려들기를 꿈꿉니다.


 그나저나 그대, 식사는 하셨나요? 이 글을 읽고 계실 때가 아침인지 점심인지 저녁인지 혹은 밤과 새벽 사이인지 알 수는 없지만요. 오늘 하루 식사는 잘 챙기셨는지 궁금합니다. 갑작스레 그대의 끼니를 여쭙는 이유는 별거 아닙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은 박준 시인의 <계절산문>에 '밥 먹었어?'라는 다정스러운 안부가 나와서요. 그 순간 누군가가 달디단 목소리로 제 귀에 이런 말을 속삭이더라고요.


  "밥 먹었어?"

  by. 정우성 배우


  그래서 그대에게도 묻습니다. 


  그대, 밥 먹었어요?


  요즘 유튜브에서 종종 챙겨보는 영상이 나영석 PD님의 <나불나불>이라는 영상인데요. 친구가 차승원 배우님을 워낙 좋아해서 영업 당해 봤다가 첫 시작인 이서진 배우님 편까지 역주행해서 보게 됐습니다. 이서진 배우님께서 본인은 '밥 먹었어?', '잘 들어갔어?' 같은 흔한 인사말이 이제는 싫다면서 특유의 귀찮다는 목소리로 투덜거리시더니 "내가 나이가 몇인데 밥을 잘 못 챙겨 먹었을까 봐?"라고 대답하신 게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이서진 배우님께서 지금까지 잘만 집에 들어갔고 밥도 잘 챙겨 먹는데 왜 그런 걸 묻느냐고 귀찮아하시던데 그 모습을 보니 오히려 이서진 배우님의 더 안부를 챙겨드리고 싶더라고요. 이게 청개구리 본능인 걸까요?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우선 상대의 얼굴만 보면 밥 먹었는지 묻는 버릇이 있어서요. 편지에서는 그대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번 식사는 잘 챙겼는지 여쭙습니다.


  그대, 밥 먹었어요? 혹여 일이 바빠서 아니면 마음이 바빠 끼니를 놓치신 건 아닌지 궁금하면서도 걱정스럽네요. 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요. 저는 요즘 입맛이 통 없어서요. 의사선생님이 들으시면 기함하시겠으나 하루에 한 끼 정도 먹고 있습니다. 아침과 점심은 가볍게 물이나 차, 혹은 커피를 마시는 편이고요. 저녁에는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 소소하게 먹거나 거하게 먹거나 합니다. 어제저녁은 따끈하게 데운 두부 한 모를 간장과 참기름에 곁들여서 먹었고요. 후식으로는 동네 분식집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조합이 조금 이상하죠? 실은 저도 두부랑 떡볶이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이게 무슨 조합이냐 싶었어요. 그래도 맛은 있었다는 점!


  동네 떡볶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스리슬쩍 동네 분식집 자랑 좀 하겠습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떡볶이가 있지만 저는 기본 떡볶이가 좋더라고요. 어린 시절에 트럭 포장마차가 많았는데요. 거기서 파는 500원짜리 컵 떡볶이를 참 좋아했고요. 분식집 기본 떡볶이보다 비싸 큰맘 먹고 먹는 즉석 떡볶이랑 마무리 볶음밥은 말해 뭐해! 환상 그 자체죠! 탄수화물과 탄수화물 조합은 몸에는 안 좋은데 혀에는 참 좋아서 큰일이에요. 제가 어제 후식으로 샀던 동네 떡볶이는요. 고추장의 달달 매콤한 맛보단 고춧가루의 깔끔한 매운맛이 특징이에요. 여기에 들어가는 것도 떡이랑 얇은 어묵이 전부라 오로지 떡볶이에 집중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쓰고 나니까 먹고 싶네요. 나중에 또 먹어야겠어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바빠 끼니를 제대로 챙기는 일조차 쉽지만은 않겠지만요.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하잖아요. 배가 든든해야 뭐든 잘할 수 있으니까요. 좋아하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시고 제 편지로 마음도 채우셨기를. 저도 그대가 저에게 끼니를 물어봐 주었다고 여기며 오늘만큼은 속과 마음을 채울 제대로 된 식사를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편지의 마지막을 제 글이 아닌 박준 시인님의 글로 장식해 볼까 합니다.



혼자 밥을 먹는 일

먹는 일이 곧 사는 일 같기 때문입니다. 먹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지는 날에 는 사는 일도 지겹고, 사는 일이 즐거울 때에는 먹는 일에도 흥미가 붙습니다. 이것은 저만 생각한 것은 아닌 듯합니다. 국어사전을 보아도 '먹다'와 '살다'는 이미 서로 만나 한 단어가 되어 생계를 뜻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먹고살다'.
앞으로도 저는 낯선 식당들에서 자주 혼자 밥을 먹으며 살아갈 것입니다. 꼭꼭 씹어 먹다가 저처럼 혼자 있을 법한 이에게 으레 전화를 한 통 걸기도 할 것입니다. '밥 먹었어?'로 시작되어서 '밥 잘 챙겨 먹고 지내'로 끝나는 통화. 오늘은 무엇을 드셨을지 궁금한 밤입니다.

계절 산문 | 박준 지음



2023.12.10.

그대가 마음마저 따뜻해질 식사를 하길 바라며,

버들 드림



P.S.



산책하다 우연히 만난 인연을 보내요.

복복복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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