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및 SNS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각자 알고리즘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겐 유독 '해외생활'에 대한 글이 많이 보인다. 어느 정도는 그렇다 쳐도 상당히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생각보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참 많구나 싶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사용하니 자랑이나 보여주기식의 직관적 피드가 많지만, 사진이 적고 주로 글로 소통하는 블로그나 브런치 등에서도 '해외생활'은 여전히 단골소재다. 사람들은 왜그렇게 남에게 자신의 해외생활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걸까? 혹은 여전히 한국보다 해외가 좋다는 찬양을 하고 싶은 걸까? 글을 읽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가진 지 꽤 오래되었는데, 나 역시 해외에 살며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린 결론은 이거다. '살기 위해 쓴다.'
평균적으로 성인은 하루 7000-16000 단어를 쓴다고 한다. 이는 실제 입으로 발화하는 것, 누군가에게 메시지 보내기, 글쓰기 등 언어로 할 수 있는 모든 소통의 종류를 포함한다. 그런데 해외에 살면 이 최소범위인 7000 단어를 채우기 힘든 날들이 많다. 성격이 매우 외향적이어서 직장에선 스몰톡을 즐기고, 격일로 친구를 만나 수다에 심취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의 외국인은 외롭다. 모국에서 매일같이 얼굴 보던 친구들과 좋든 싫든 살부대끼며 사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그렇기에 다 소진하지 못하는 단어의 수를 온라인에서 글이나 댓글 등으로 채우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을 굉장히 많이 만나고, 말이 많으면서 글까지 꾸준히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마 그들은 하루 단어량과 에너지를 누군가와 함께 소진하고 있을 테니.
말도 안 하고 글도 안 쓰고 사람도 안 만난 채, 모국도 아닌 외국에 그렇게 살다 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이러다 죽겠다.'
실제로 죽겠다는 게 아니라 사회와 사람으로부터 고립되어 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의미다. 그러면 그때부터 쌍방이 아니더라도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창구가 나는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고립되지 않으려고, 나 여기 잘 있다고 익명의 누군가에게, 주소도 모를 어딘가에 닿도록 온라인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또는 먼 훗날 누군가, 내가 살아온 흔적을 찾고자 할 때 어렵지 않도록, 여태까지 어떤 모습과 마음가짐으로 어디서 살아왔는지 남기기 위한 자전적 요소도 있다고 생각한다.
제목 사진출처: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