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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14년차 소매치기 한 번도 안 당한 방법

by 가을밤

2010년, 내가 처음 유럽에 왔고 유럽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게 벌써 만으로 14년이 지났다.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해외에, 멋모르고 다니던 셀 수 없이 많은 여행. 소매치기로 악명 높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태리, 그리고 프라하에 이르기까지, 걔중엔 두 번 이상 간 곳도 많은데 다행히도 나는 소매치기를 단 한 번도 당하지 않았다.


유학짐을 이고 지고 왔을 때 딱 한 번, 중앙역에서 누가 배낭을 여는 느낌이 들어 바로 경찰에 신고했더니 도망갔던 적은 있지만 역시 그때도 물건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그동안 동기들이나 지인들이 소매치기 당했던 사례를 종종 들어왔던지라 나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은연중에) 잘 넘길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유럽에 살며 여행이든 단순 외출이든 내가 철칙같이 지키는 몇 가지 행동이 있었다. 아마 이 행동들이 소매치기 예방에 도움이 된 게 아닐까 싶다.




1. 최우선 보호물품=현금X, 핸드폰O

낯선 여행지에서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물건은 현금도, 카드도 아닌 핸드폰이다. 카드를 도용당하거나 여권을 잃어버리면 전화나 온라인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만, 핸드폰이 사라지면 정말 난감 그 자체이고, 타인의 전화를 빌리려고 다니다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핸드폰은 항상 손에 닿는 곳에 소지한다. 바지라면 앞주머니에, 자켓이라면 넣고 지퍼를 잠근다. 지퍼가 없는 자켓이면 가방에 넣고 가방은 반드시 앞으로 멘다.


2. 백팩에는 귀중품이 없다

크로스백을 앞으로 메는 게 가장 안전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백팩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백팩에 옷이나 세면도구 이외에 절대 귀중품을 넣지 않는다. 특히 여권, 지갑, 핸드폰은 무조건 내 몸 앞쪽에 오는 주머니나 가방에 넣는다.


3. 지도를 볼 땐 벽에 기대서

여행 중 길에 서서 지도를 볼 일이 굉장히 많은데, 이럴 때 소매치기의 타깃이 되기 쉽다. 따라서 지도를 봐야 할 때는 최대한 뒤에 사람이 지나갈 수 없는 벽에 붙어서 보거나, 일행보고 주위를 봐달라고 한 뒤 보는 게 안전하다.


4. 만원 대중교통에서는 가방에 손

여행지에서 출퇴근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옥철, 만원 버스에 탑승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는 가방을 앞으로 메는 건 당연하고, 가방 잠금장치 위 혹은 손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있다면 그 부분에 손을 올려둔다. 가방을 메고 그 위에 자켓을 입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모르는 사람 무시

이건 백 번을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무시할 것. 누가 봐도 외지인인 관광객에게 말을 걸 현지인은 없다. 우리가 현지인에게 물어봤으면 물어봤지, 그들이 언어도 안 통하는 외국인에게 뭐가 궁금하겠는가. 내가 직접 "도와주세요"라고 요청했을 때 호의를 베푸는 현지인을 제외하고 예고 없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경계하자. 좋은 사람을 사귀는 건 여행 중 큰 행복이지만, 최우선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행복이 불행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다.


6. 저녁 8시 이후 외출 자제

한국은 네온사인이나 매장 클로징이 늦기에, 저녁 산책이나 쇼핑을 꽤 자주 나갔다. 하지만 독일(유럽)에 살고부터는 하지 않는 행동이다. 해가 긴 여름은 조금 낫지만 특히 가을과 겨울은 오후 5시만 지나도 어둠이 짙게 깔린다. 게다가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굉장히 어둡고 외진 길이 많으므로, 해가 진 이후에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도록 한다. 덕분에 나는 야경사진이 거의 없지만 안전을 보장받은 대가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아쉽지 않다.



7. 경찰 전화번호 숙지

실제로 소매치기나 도둑을 맞았을 때 첫 번째로 도움을 요청해야 할 곳은 대사관이 아니라 현지경찰이다. 경찰서에 가서 진술을 하고, 사건번호(도큐먼트)를 받아야 한국에 돌아와서 보험이든 뭐든 처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지 경찰번호는 일행 연락처 다음으로 알아두는 게 좋다.





물론 이렇게 철저히 대비를 해도 안 좋은 일은 일어날 수 있다. 소매치기 수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그들의 손은 눈보다 빠르다(진짜임). 게다가 차량 렌트라도 하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차량털이범까지 대비해야하하니,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대비'라도 철저히 해야, 사고가 나더라도 비교적 빠르게 처리할 수 있기에 위 철칙들을 지키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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