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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석 Dec 12. 2023

버킷리스트

책을 내는데....

난 아는 게 별로 없다. 선생으로 살면서 평생 발도르프 교육만 생각했고 내가 잘 가르치고 있는가에만 생각했다. 그렇다고 잡기도 능하지 않다. 어느 한 분야에 전문적인 깊이도 약하다. 세상을 좁게만 보고 산, 평범에서 밑도는 게으른 삶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동료 선생님과 퇴직 후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버킷리스트"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남들은 다 아는 말 같았는데 나만 몰랐던 것 같다. 그만큼 세상에 대해 무지하였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 그런 말이 있었구나!'  


버킷리스트를 알고 난 후 퇴직하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천성적으로 변화와 움직임을 싫어하고 한 번 한 일은 끝까지 변하지 않고 쭉 가는 성격이다. 집 떠나 어디 멀리 해외여행 가는 것도 싫어할 정도다. 


살아오면서 멋있고 지적으로 보이는 학자가 되어 보는 일을 자주 꿈꿨다. 학자라면 당연히 책도 내며 밤새워 연구하는 사람으로 생각했고 그런 삶을 살아도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가,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2년간 파견 나가서 학자처럼 실컷 밤새워 책 읽고 연구하며 논문도 그럴싸하게 써보는 흉내도 낸 것 같다. 내 삶에서 이 시기에 공부에 푹 빠져 가장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산 것 같다.)


그러면서 학자들이 쓰는 논문 형태의 글들을 유심히 보며 어떻게 논리적으로 글을 풀어 나가는지 살펴보았지만 머리 나쁜 나는, 글을 논리적으로도 잘 풀어내지도 못한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글재주가 빵점이다. 남들은 서정적으로 느낌이 오도록 잘도 쓰는데, 건방지게도 나는 그런 서정적인 글은 읽는 것만 좋아하지 쓰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재미없고 딱딱한 학문적 글 쓰는 형식을 읽는 것들만 선호했으니.....


어쨌든 퇴직하기 전 책을 한 권 내자가 마음으로 굳혔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며  아이들과 지낸 이야기를 쓰지니 좀 유치하고 평범한 것 같아 좀 특별한 것을 생각해 보았다. 논리적이지 못한 녀석이 꿈만 거대해서 학문적인 글을 써보기로 했던 것이다.


교직생활 하는 동인 발도르프교육을 연구하며 실천하여 가르쳤던 내용을 모아 놓은 글을 끄집어내어 수정하고 다듬었고, 학자처럼 이론에는 주석 달아 가며 나름 논리성을 갖추려고 하였다. 


거창하게 제목도 "느낌교육을 위한 소고"를 달았다가 딸들이 제목이 좀 그렇다며 "리듬의 힘"으로 고쳤다. 딸들이 제목이 매력 없다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하길래 그냥 내 나름대로 학자답게 "리듬의 힘, 느낌교육" 부제로 "AI 시대의 아날로그 식 감성교육으로",  '확' 정했다.


초등학교 시기는 차갑고 이성적인 지성적인 방식보다는 교사의 느낌을 통해 배워 나가며 그때 아이들은 배움을 받아들이며 느낌을 잘 전달하도록 예술적인 방법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내용의 대학 교육학 성격의 책이다. 선생님이 느낌이 잘 드러나도록 칠판에 색분필로 그림으로 글로 쓴 이야기, 습식수채화의 효과, 고민하여 만든 개인시들을 주기 집중수업 형태에서 잘 스며들도록 함을 강조했다. 


독자는 선생님들이다. 교사의 열정과 노력으로 고민하며 아날로그식으로 한 수업의 흔적을, 아! 애석하게도 올해 교실마다 전자칠판이 들어왔다. 전자칠판에다 색분필이 아닌 펜으로 화면에 그림을 보여주며 중요한 것은 별표를 표시하며 공부하는 인터넷 강의 시스템으로 바뀐다. 


이러한 편리한 교육 시스템 속에 살아가는 교사의 삶 속에서 심혈을 기울여 쓴 아날로그식 내용의 글을 과연 선생님들이 볼까 생각했다. 책 내는 것에 대해 혼자 대리만족하며 그래도 나도 꿈을 이루었다며 마음의 위로 삼는다. 어마어마한 인공지능시대에 신석기시대의 도구와 방식으로 수업했던 것이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아직 아이들은 교사 열정의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3차 교정까지 끝났다. 이젠 디자인 단계로 넘어간다. 좀 있으면 곧 책이 나오겠지. 


나도 이번 삶 나의 운명적인 과제였던 아이들 가르치는 일들을 12월 29일이면 마친다. 마지막 교사로서의 정리를 책으로 마무리한다. 첫 책 나오면 병상에 누워있는 나의 발도르프교육 동지이자 부인에게 제일 먼저 보여 주고 싶다. 나를 많이 응원해 주고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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