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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섭 Oct 21. 2024

3인 게임 내시균형, 훼방자 이인재

청소년을 위한 게임이론 제2장 5

※ 맨 뒤에 요약이 있습니다.


┃3인 게임에 도전하자


지금까지 우리가 다룬 게임은 2인 게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플레이어가 3인인 게임을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1997년에는 참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외환위기인 IMF사태가 있었고 제15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거에서는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로운 정권교체가 일어났습니다. 바로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입니다.


김대중 후보 당선이 가능했던 조건들, '이인제'의 출마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만 그 가운데 이인제라는 제3 후보의 출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인제 후보는 당시 집권 보수당이었던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 이어 2위를 한 후 탈당하고 출마한 후보였습니다. 야당의 김대중은 평생 정치적 적이었던 김종필과 연대에 성공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상황이었는데 이인제까지 후보로 등장했으니 김대중에게는 더없는 기회였습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이인제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김대중 후보가 당선될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상황을 게임으로 재현해 보겠습니다. 플레이어는 3명입니다. 신한국당이라는 보수당 후보인 이회창, 새정치국민회의라는 야당 후보인 김대중, 그리고 보수정당인 신한국당에서 탈당해서 출마를 저울질하는 후보인 이인제가 그들입니다. 이들의 전략은 각각 두 가지입니다. 이회창 후보는 보수주의와 온정주의 전략 가운데 하나를, 김대중 후보는 진보주의와 중도주의 전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인제 후보는 출마와 불출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출마하는 경우 보수정당 후보인 이회창 후보의 표를 뺏어올 가능성이 높고, 그렇더라도 자신이 당선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챗GPT가 만들어준 보수표

이인제 후보가 출마하거나 출마하지 않는 경우를 모두 고려한 이 선거 게임의 보수행렬은 그림 2.11과 같습니다. 보수쌍의 값은 (이회창, 김대중, 이인재) 순의 득표율입니다. 3명 외에 다른 후보는 없고, 모든 표가 유효표라고 가정하므로 득표율을 합치면 100이 됩니다. 이 수치는 제15대 선거의 결과와 무관한 가상의 수치입니다. 이회창 후보나 김대중 후보가 보수주의와 온정주의, 혹은 진보주의와 중도주의 가운데 어떤 하나의 전략을 선택했다고 규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비슷한 측면은 있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이 선거 게임의 내시균형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봅시다. 우선 이인제 후보는 출마와 불출마의 선택이 있습니다. 나머지 이회창과 김대중 두 후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조합은 네 개입니다. 그러므로 이회창과 김대중 두 후보의 전략조합 각각에 대해 출마와 불출마를 비교해서 최선의 반응을 선택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전체 전략조합은 모두 8개가 됩니다.


이인제의 최선 반응을 찾아라

먼저 이인재의 최선 반응을 찾아봅시다. 이는 이회창, 김대중 두 후보의 전략조합 별로 출마와 불출마 가운데 최선을 찾는 일입니다.

이회창이 보수주의를 선택하는 경우를 봅시다. 그림 2.12의 맨 위 첫 행이죠. 이회창이 보수주의를 선택했는데 김대중이 진보주의를 선택하는 경우, 이인재는 ⓵(출마)과 ⓹(불출마) 가운데 자신에게 더 높은 보수를 주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⓵에서 이인재의 보수는 13, ⓹에서 이인재의 보수는 0이므로 출마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반응입니다. ⓵의 13 아래 밑줄 쫙~. 이회창이 보수주의를 선택하고, 김대중이 중도주의를 선택하는 경우에 이인재는 ⓷과 ⓻ 가운데 자신에게 높은 보수를 주는 ⓷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반응입니다. ⓷의 15 아래 밑줄 쫙!. 


이번에는, 이회창이 온정주의를 선택하는 경우를 봅시다, 그림 2.12의 가로 행 아랫줄이죠. 이회창이 온정주의를 선택했는데 김대중이 진보주의를 선택하면 이인재는 ⓶와 ⓺ 가운데 자신에게 더 많은 보수를 주는 ⓶, 즉 출마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반응입니다. ⓶의 12 아래에 밑줄 쫙~ 이회창이 온정주의를, 김대중이 중도주의를 선택하는 경우 이인재는 ⓸와 ⓼ 가운데 자신에게 더 높은 보수를 주는 ⓸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반응입니다. ⓸의 15 아래 밑줄 쫙~. 


이렇게 밑줄을 그은 것이 그림 2.12에 나타나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①, ②, ③, ④ 전략조합에서 이인재의 보수인 맨 마지막 숫자에 밑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이인재는 출마하는 것이 최선의 반응이므로, 이인재는 출마라는 우월전략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복하자면, ①의 13은 ⑤의 0과 비교한 것이고, ②의 12는 ⑥의 0과, ③의 15는 ⑦의 0과, 그리고 ④의 15는 ⑧의 0과 비교한 것입니다. 더 높은 보수, 즉 최선의 반응에 밑줄을 그은 것이죠.


이회창의 최선 반응

이인재가 끝났으니 이제 이회창과 김대중만 남습니다. 두 개로 이뤄진 보수쌍에서 각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최선의 반응을 찾는 것, 이건 우리가 잘 아는 것입니다. 이인재는 출마가 우월전략이므로 열등전략인 불출마는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인재가 출마하는 경우만 보면 됩니다. 김대중이 진보주의일 때 이회창은 ①의 40과 ②의 45 중에 더 큰 수를 나타내는 ②온정주의가 최선의 반응입니다. 김대중이 중도주의일 때 이회창은 ③의 35와 ④의 40 중에 큰 수인 역시 ②온정주의가 최선의 반응입니다. 즉 이회장에게는 온정주의가 우월전략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균형과는 무관하지만 이인재가 불출마하는 경우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이회창은 ⑥과 ⑧, 즉 온정주의를 선택합니다. 이 경우에도 이회창의 우월전략은 온정주의입니다. 그 결과를 표시한 것이 그림 2.13입니다. 파란색이 이회창의 최선의 반응입니다.                         

그림 2.13


김대중의 최선 반응

마지막으로 김대중의 선택을 봅시다. 이인재가 출마하고 이회창이 보수주의를 선택하면 김대중은 ①의 47과 ③의 50 중에 더 큰 수인 ③, 즉 중도주의가 최선의 반응입니다. 50에 밑줄 쫙. 이인재가 출마하고 이회창이 온정주의를 선택하면 김대중은 ②의 43과 ④의 45 중에 큰 수인 ④중도주의가 최선의 반응입니다. 45에 밑줄 쫙. 역시 김대중에게도 중도주의라는 우월전략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인재가 불출마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김대중은 ⑦ 중도주의(49 밑줄 쫙), ⑧ 중도주의(45 밑줄 쫙)가 최선의 반응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최종적으로 그림 2.13을 얻게 됩니다.


3인 게임 내시균형을 찾았다.

3개의 보수쌍 모두에 밑줄이 쳐진 것은 ④(온정주의, 중도주의, 출마) 전략조합입니다. 이회창 후보는 온정주의, 김대중 후보는 중도주의, 그리고 이인제 후보는 출마하는 것이 우월전략 균형, 즉 내시균형이 됩니다. 그리고 각자의 이득을 나타내는 보수는 이회창 후보 40% 득표, 김대중 후보 45% 득표, 이인제 후보 15% 득표로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상상, 훼방꾼이 없었다면

내시균형은 아니지만 이인제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경우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 있습니다. 이인제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경우에도 앞에서 본 것처럼 이회창 후보의 우월전략은 온정주의이고 김대중 후보의 우월전략은 중도주의입니다. 이인재가 출마하지 않는 경우 균형은 ⑧(온정주의, 중도주의, 불출마)인데, 그 보수값은 ⑧(55, 45, 0)입니다. 그런데 보수쌍의 값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인제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경우, 이회창 후보가 김대중 후보를 10% 포인트 차이로 이기는 것이 균형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인제 후보가 출마했을 경우에 득표했을 15% 대부분이 이회창 후보에게 갔을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참고로 지난 15대 대통령 선거의 최종 득표율은 이회창 38.74%, 김대중 40.27%, 이인제 19.2%였습니다. 그 외에 권영길(1.19%), 허경영(0.15%) 등의 순이었습니다. 만약 이회창 후보에게 우호적인 유권자로부터 표를 받은 이인제 후보가 불출마했더라면 이회창 후보가 큰 표 차이로 당선됐을 가능성은 이 게임에서 보는 바와 같습니다. 게임이론에서 이인제 후보와 같은 플레이어를 ‘훼방자’라고 부릅니다.


┃요약

- 3인게임의 경우에도 내시균형을 찾는 원리는 같습니다. 다만 전략형 매트리스가 다소 복잡할 뿐입니다.

- 아래 그림에서 보수쌍과 전략의 순서는 (A, B, C)입니다.

- 먼저  C의 선택을 봅시다. C는 전략 5와 6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 먼저 A가 전략1을 선택하는 경우,

   * 만약 B가 전략3을 선택한다면 C는 ①(C의 보수 13)과 ⓹(C의 보수 0) 가운데 자신의 보수가 더 높은 ①을 선택할 것입니다. ①의 13에 밑줄 쫙.

   * 만약 B가 전략4를 선택한다면 C는 ③(C의 보수 15)와 ⑦(C의 보수 0) 가운데 C 자신의 보수가 더 높은  ③을 선택할 것입니다. ③의 15에 밑줄 쫙.

 - A가 전략 2를 선택하는 경우도 같은 절차를 거쳐 ②의 12와 ④의 15 밑에 밑줄이 그어집니다.

 - 이상으로 C의 최선의 반응이 무엇인가를 모두 파악했습니다.

 - 이상의 과정에 사실상 C의 전략6은 모두 균형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 이제 남은 C의 전략5만을 놓고 이전에 했던 2인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A와 B의 최선반응을 선택하면 됩니다.

- 그 최종 결과는 본문의 그림 2.13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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