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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융사령관 Nov 05. 2023

英 커지는 브레그렛?기업들의 영국 탈출 러쉬 가속화

영국을 떠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탈출 러쉬 심화 이유?

英 커지는 브레그렛? 기업들의 영국 탈출 러쉬 가속화 



최근 영국에서는 브레그렛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브레그렛이라는 말은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로 2016년 국민 투표를 통해 EU에서 탈퇴한 영국의 상황을 보여주는 표현인 브렉시트(Brexit)와 후회한다는 뜻의 리그렛(Regret)의 합성어입니다. 


브렉시트는 영국이 EU에서 탈출한 역사적 사건이지만 최근 영국에서는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다국적 기업들이 영국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어서 영국 경제에 커다란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16년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최종적으로 탈퇴를 결정하게 된 이후 글로벌 금융회사와 금융자산이 계속 영국에서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하고 있었으나 브렉시트 이후 예상 못 한 전염병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급격하게 심화된 것으로 영국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U 탈퇴 시나리오가 결정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터진 것은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불운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나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유럽의 에너지 안보 상황에 비상이 걸린 것도 브레그렛과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영국의 대표 산업 중 하나가 바로 금융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 가려져 있었지만 수도 런던은 대표적인 글로벌 금융 허브 도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글로벌 금융 회사들이 몰려 있다는 점은 넘어서 국제적인 경제 차원에서도 금융 허브 기능을 다양하게 수행해 왔던 곳이 영국(런던) 입니다.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각종 파생상품 거래나, 외환 관련 거래들도 런던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고, 리보(LIBR) 금리라고 해서 채권시장 및 세계의 다른 국가의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의 기준이 되는 것도 바로 영국 금융시장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브레그렛이 심화되면서 이런 상황이 심상치가 않아 보입니다. 

영국 런던에 본사나 유럽의 거점을 두던 기업들과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계속해서 런던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탈출 러쉬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언론사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브레그렛으로 약 9천억 파운드 한국돈으로 1,500~1,600조 규모의 돈이 영국을 빠져나갔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이니 상당히 심각한 것 맞습니다. 


특히 영국 런던을 무대로 활동했던 세계적인 자산 운용사와 거대 보험회사, 일부 유럽의 거점 역할을 하던 은행들이 다른 EU 국가내로 본사자 영업본부, 지점 등을 옮기고 있는 게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회사들이 본점이나 지점을 옮긴 곳을 살펴보면 대부분 EU 안의 국가에 다른 도시들이라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영국 런던에 있던 회사들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사를 가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로도 일부 이전했거나 앞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나 브레그렛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길래 런던을 탈출하려는 것일까요?


쉽게 말하면 영국이 EU를 배신(?) 함으로써 괘씸죄가 다른 EU 회원국들에게 나름 적용되는 것도 부인하긴 어려워 보이는데 근본적으로는 브렉시트 이전까지는 영국의 수도 런던 한 곳에서만 금융회사의 인, 허가를 받게 두면 유럽 어디든지 돈을 옮기거나 금융 거래를 해도 별다른 제약 조건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고객이나 기업이 영국에 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EU 안에서는 한 국가나 다름없이로 보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금융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더 이상 EU 회원국을 못하겠다고 브렉시트를 단행한 영국이라면 EU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한 마을에서 같은 울타리를 치고 사는 가족이나 이웃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국제법이나 행정 절차 등에 있어서 한 국가처럼 지내다가 완전히 다른 국가가 되어서 각종 규제들이 새롭게 적용되어야 하고, 규제가 늘어난다는 것은 다국적 기업이나 금융회사들 입장에서는 커다란 장애물이 또 하나 생기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굉장히 불편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이 EU에서의 EXIT를 결심했던 이유에는 정치적인 이유, 경제적인 이유, 사회적인 이유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겉으로는 경제와 무역, 재정 관련 결정권을 되찾겠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EU에 납부하는 막대한 부담금 문제와 유럽 내의 이민자 문제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브렉시트 찬반은 치열했고 일부 정치인들의 구호이기도 했지만 영국이 매년 EU에 납부하는 부담금을 차라리 자국의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고 미래 산업 육성에 투자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영국에 유리하다는 논리였습니다. EU에 부담금을 많이 부담한다고 해서 마땅한 혜택이 별로 없이 영국의 재정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고, EU의 주도권 국가로서도 독일, 프랑스에게 이미 크게 밀려 결국 브렉시트를 단행했던 것인데 앞으로 장기적인 미래에는 EU 탈퇴가 영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 돌이켜보니 EU라는 커다란 유럽시장에 영국이 함께 묶여있을 때 얻었던 혜택이 더 컸던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부분입니다.


또 브레그렛이 커지는 이유가 기업들의 영국 탈출 행렬에 그치지 않고 영국의 국민들의 불만 폭발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심상치 않은 영국 인플레이션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영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들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시기이긴 하지만 영국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은 이유는 통계 지표상으로도 40년 만의 영국 CPI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예전에는 돈만 주면 사 올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재화들(예를 들어 과일, 신선식품, 일부 생필품과 같은)을 영국 내로 수입할 때 절차상 통관 비용에 관세가 다시 붙게 되니 이것이 다시 영국의 물가를 가파르게 끌어올린 셈이라 영국 소비자들 입장에서 더 오른 가격을 주어야 마트에서 구입이 가능해진 셈입니다.


그렇다면 브렉시트 단행의 또 다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국 이민자 정책 관련 문제는 영국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되었을까요? 


이 부분도 적어도 현재의 영국 경제 상황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더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EU의 이민자 정책을 무조건 안 따라도 되는 결정권을 영국이 독립적으로 다시 가져갔지만 실제 브렉시트 당시 이민자들이 영국 국민 들의 소중한 일자리를 빼앗아서 이를 영국 국민들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는 논리로 EU의 이민자 정책에 반발하고 막아왔던 것인데 이 부분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영국 국민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이민자들이 일해 온 일자리가 전혀 달랐다는 점을 간과했던 것입니다. 실상은 영국으로 온 이민자들이 그동안 저임금 근로자로서 일해온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흔히 3D업종이라고 불리는 힘들고 어렵고 잘 안 보인 곳에서 일하는 직업군을 이민자들이 맡아온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저임금 근로자이거나 임시직이어서 임금도 계속 적게 지급해도 어느 정도 유지가 되어 온 것인데, 브렉시트 이후 3D업종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일할 사람이 사라져 버린 셈입니다. 3D 업종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려면 자국민 근로자들에게 돈을 더 지급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이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다시 영국 물가를 자극해서 인플레이션을 심화 시키는 요소로 경제 악순환이 되고 있습니다.


이민자들이 담당해온 저임금 근로자의 부족과 동시에 영국 금융회사나 다국적 기업에서 일했던 화이트칼라 노동자, 고숙련 노동자 들도 기업들이 영국을 떠나니 함께 영국을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커다란 문제입니다. 브렉시트 이후 30만 명 이 넘는 근로자가 영국 밖으로 떠났다는 통계도 나올 지경이니 이민자 문제도 영국이 원하던 방향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EU에서 탈퇴를 하려고 할 때 브렉시트를 나오기 전에는 몰랐거나 그때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영국에 손해가 큰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영국에서 브레그렛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금융회사들과 글로벌 기업들의 영국 탈출 러쉬를 가속화 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과거에는 유럽의 금융시장에 진출을 한다고 하면 우선 영국 런던에 거점 본부나 지점을 내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브렉시트 이후 그런 결정을 하는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은 아마도 거의 없어졌을 겁니다. 현재 있는 기업도 영국을 탈출하고 있는데 새로운 기업들이 영국으로 들아가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영국 내 브렉시트를 주도하고 찬성으로 이끌었던 사람들도 브렉시트 단행의 여파가 이렇게까지 영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쪽으로 나타날 것이라고는 아마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영국이 브레그렛의 파고를 어떻게 넘길지 글로벌 경제 동향 점검 차원과 우리나라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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