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최 Dec 01. 2023

내 얘기도 詩로

자화상

[자화상]

장욱진 선생의 자화 옆에 섰다


나도 한쪽 손은 바지 주머니 안에,

다른 한 손은 바깥에, 그를 따라해본다


참 어색하다


어찌보면

참 어색하게 살아왔다


일하는 것부터 참 어색했다


내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과

공장에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은

거의 늘 달랐다


사실

공황장애의 이유도 따지고 보면

'무엇을 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차이와

그 차이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내적갈등과

외부적 마찰 때문이다


어쨌던 나는 중이고, 공장은 절이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데,


절을 떠나지 못한 중의 방황이

내 공황장애의 이유다


불평하지 않고, 남 탓하지 않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그걸 알고 나니 퇴직이 몇 년 남지 않았다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일은 방어하는 수준으로만 하고,

일이라 생각되는 일은 좀 더 공격적으로 해 볼 작정이다


남아있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이전글 내 얘기도 詩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