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해안 산책로
복잡한 해변 대신 조용한 바다 앞을 걷고 싶은 날, 영덕 강구항 남쪽의 삼사해상공원이 좋은 선택이 된다.
절벽 위로 트인 개방감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바다 위로 이어지는 해상산책로가 짧은 시간 안에 동해의 매력을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초겨울이면 차가운 해풍 덕분에 공기는 더욱 맑아지고 풍경은 또렷하게 다가온다.
공원 입구에 서면 강구항과 동해가 함께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1995년 조성된 진망향탑을 중심으로 천하제일화문석, 경북대종 등이 이어지며 작은 규모 안에서도 다양한 지점을 만날 수 있다.
어디에 머물러도 바다가 가까이 느껴지는 구조라 잠시 벤치에 앉아 쉬는 것만으로도 공원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 공원의 핵심은 바다 위를 따라 이어지는 해상산책로다. 약 233m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 길이는 별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길이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데크 아래로 부딪혀 오는 파도와 갯바위, 그리고 멀리 이어지는 수평선이다. 하절기에는 08:00~20:00, 동절기에는 09:00~17:00로 운영되며, 일출이나 일몰을 기대한다면 시간 확인이 필수다. 해가 기울 무렵 데크에서는 늦가을의 빛이 잔잔하게 번지며 고요함을 더한다.
산책로 끝에서 더 걷고 싶다면 해파랑길과 블루로드로 이어가면 된다. 두 길 모두 동해 해안을 따라 걷는 대표 트레일로, 삼사해상공원 구간은 경사가 완만해 부담이 없다.
걷는 동안 강구항과 바다가 반복적으로 시야에 들어오고, 파도 소리가 자연스러운 배경이 되어 여행의 감성이 한층 높아진다. 가까운 어촌민속전시관은 산책 중 잠깐 들르기 좋은 실내 공간으로, 동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둘러볼 수 있다.
삼사해상공원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바다와 풍경, 산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공원은 연중무휴로 무료 개방되며 인근 공영주차장도 무료라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다만 해상산책로는 계절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달라지고 날씨가 거칠면 일부가 통제되기도 한다. 한적한 해안에서 천천히 걸으며 계절의 빛과 바람을 느끼고 싶을 때, 이곳은 특별한 준비 없이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허락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