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하루 24시간이라는 동일한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어떤 사람은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이루어내는 걸까요? 이는 단순히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가 아닌, '시간의 밀도'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얼마나 충만했나요?"
이 질문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오늘 얼마나 바빴어?" 혹은 "할 일은 다 했어?"라고 묻곤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오늘 '시간의 밀도'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늘 바빴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회사에서는 끝없이 쏟아지는 업무와 회의, 퇴근 후에는 자기 계발이나 취미 생활, 가족과의 시간까지. 24시간이 모자라다고 느끼는 날이 더 많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바쁘게 산다고 해서, 그 시간이 모두 의미 있는 걸까?'
저는 주니어 시절 주어진 일을 완수하기 위해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팀장님과 1:1 미팅을 하면서 생각하지 못한 피드백을 듣게 되었습니다. “회사가 너에게 이 정도의 업무를 주는 이유는 계약 근로 시간에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의 연봉을 주는 거야. 어떻게 서든 주 40시간 내에 끝낼 수 있도록 해.” 누구나 무한대의 시간을 투입하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특히, 회사에서는) 제한된 시간 내에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밀도 있는 시간을 신경 써야 합니다. 이때 단순히 바쁘게 일하기보다 밀도 있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를 처음 체감했습니다.
시간의 밀도란 같은 1시간이라도,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의미와 가치를 담아내느냐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마치 같은 크기의 가방이라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그 무게가 다른 것처럼요.
창업을 한 뒤로는 시간의 밀도가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얼마나 시간을 쓰냐에 따라 회사의 방향성과 성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업무의 마무리”라는 개념도 사려졌습니다. 하나를 완료하면 그다음 업무가 바로 떠오르고, 그다음을 완료하면 또 다른 업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업무의 양을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더 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고자 합니다.
일반적인 사례를 들어볼까요?
회의실에서 보낸 1시간을 생각해 보세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산만하게 보낸 회의 1시간과, 모두가 집중해서 명확한 결론을 도출해 낸 회의 1시간은 같은 시간일까요? 둘 다 60분이라는 물리적 시간은 같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의 밀도는 완전히 다릅니다.
회사 생활뿐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우리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이런 장면들이 보입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무의미하게 스크롤하는 SNS
업무 중간중간 들어오는 카톡에 대응하느라 깨지는 집중력
습관적으로 켜놓는 유튜브
목적 없이 이어지는 회의들
이것들이 우리 시간의 밀도를 떨어뜨리는 주범들입니다.
파레토 법칙, 흔히 '80대 20 법칙'이라고도 부르는 이 원리는 우리의 시간 관리에도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전체 성과의 80%는 전체 투입 시간의 20%에서 나온다는 것이죠.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진실입니다.
하루 8시간의 업무 시간 중 진정한 핵심 성과는 1.6시간에서 나옵니다.
한 달 동안의 프로젝트 성과는 일주일 정도의 집중된 시간에서 만들어집니다.
일 년의 경력 성장은 2-3개월의 중요한 순간들에서 결정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히 시간의 양이 아닌 '밀도'입니다. 그 20%의 시간이 가진 특별한 밀도가 바로 핵심입니다. 골든 타임은 방해 없는 온전한 집중이 가능하고, 에너지 레벨이 가장 높고, 창의적 사고가 가장 활발하고, 의사결정이 가장 선명한 시간입니다.
파레토 법칙으로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의 골든 타임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보호한 뒤 최우선 과제를 배치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아래와 같습니다.
골든 타임 20% 찾기
- 일주일간 시간별 에너지 레벨을 기록해 보세요
- 가장 생산적이었던 시간대를 파악하세요
- 중요한 성과가 나왔던 순간들을 분석해 보세요
20% 보호하기
- 이 시간만큼은 모든 방해 요소를 차단하세요
- 회의나 일상적인 업무는 다른 시간대로 배치하세요
- 에너지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세요
20%에 최우선 과제를 배치하기
- 최우선 과제를 이 시간에 배정하세요
-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일을 이 시간에 하세요
- 중요한 의사결정을 이 시간대에 진행하세요
저는 하루 중 가장 선명한 정신을 가질 때가 언제인지 꼼꼼히 관찰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아침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만큼은 절대적으로 보호하기로 했죠. 모든 알림을 끄고, 메시지와 메일을 확인하지 않은 채 가장 중요한 일에만 집중합니다. 놀랍게도 이 90분의 집중된 시간이 하루의 성과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은 '시간 블록 만들기'였습니다. 비슷한 성격의 일들을 묶어서 처리하기 시작했죠. 이메일은 골든 타임 이후 한 번, 퇴근 전 한 번만 확인하고, 회의는 가능한 오후 시간대로 몰아서 배치했습니다. 특히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일은 아침 시간에 배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맥락 전환(Context Switching)으로 인한 시간 낭비가 크게 줄었습니다.
세 번째로 발견한 것은 '의도적인 휴식'의 중요성입니다.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휴식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냥 멍하니 쉬는 것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점심 식사 후 10분 산책, 차 한 잔 마시며 하는 심호흡, 짧은 스트레칭... 이런 의도적인 휴식이 오히려 전체적인 시간의 밀도를 높여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0%를 밀도 있게 보냈다면 나머지 80%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나머지 80%의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시간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루틴한 업무를 처리하고, 회의와 협업 그리고 네트워킹 관계 형성과 같은 할 일들을 배정하여 현명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아무리 시간을 잘 배분해도, 그 시간을 채울 에너지가 없다면 무의미합니다. 그래서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사, 적절한 휴식 등 기본적인 에너지 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만들어낸 변화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실제 업무 시간은 줄었는데 성과는 오히려 높아졌고, 하루가 끝날 때 느끼는 만족감도 달라졌습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질이 높아졌고,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도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오늘 하루, 시간의 밀도를 한번 관찰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언제 가장 선명한 정신을 가지는지, 어떤 순간에 가장 큰 성과가 나오는지, 반대로 어떤 순간에 시간이 새고 있는지 말이죠. 이런 관찰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똑같이 24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얼마나 충만하게 채우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더 바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더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요?
1. The Professional To-do Calendar, MOBA 둘러보기
2. MOBA를 가장 빠르게 만나는 방법, Join Waitlist
* 이 글은 MOBA Blog 콘텐츠입니다. 원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