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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성의 불량이 Jan 04. 2024

인생극장Ⅱ (그래, 결심했어!)

두 아이, 서로 다른 성장 이야기

 내가 사는 경기도 화성은 아직 중학교 2, 3학년 4개 학기 동안 8번의 시험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비평준화 지역이다. 고등학교 진학부터 입시를 치러야 한다. 심지어 2023년도 입시에는 우리나라에 유일한 수능 만점자가 나온 지역이기도 하다. 중학교 성적이 최고점인 200점이 기준으로 195점이 커트라인인 학교가 있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 큰 아이는 때 이른 입시 경쟁 속에서 집에서 가까운 괜찮은 학교에 진학해서 나름 노력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주말밤엔 가끔 게임도 했지만 평일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그리고 스터디카페를 돌아 밤늦게나 집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좀처럼 성적은 중간 정도에서 움직이지 않아, 아이도, 부모도 힘들게 보냈다.

성적이 4~5등급이라는 건 정말 딱 중간인데 아이는 죄지은 사람처럼 늘 주눅 들고, 기운 없어 보였다. "차라리 큰 신도시로 이사오지 않았으면 내신이라도 좋았지 않냐"는 소리까지 하기도 했다. 현실의 냉혹함을 누가 알았을까? 수시원서는 거의 포기 수준으로 조금 높은 대학에 원서를 쓰고, 논술과 수능성적으로 지원하는 정시 원서 작전을 짜는 중이다. 

 큰아이는 수능과 논술고사를 모두 치르고는 공부하던 책을 거의 모두 박스에 담아 분리수거를 했다. 일단 갈 수 있는 대학에 들어가거나 군대에 입대하겠다고 스스로 퇴로를 끊어버렸다. 

 선배와 동기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참담하다.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흔히 말하는 인서울 대학에 진학하고 이름 대면 아는 대기업에 취업하는 확률은 10%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너무 부모인 나부터 좌절감에 빠진다. 우리나라 대학이 언제부터 모두가 들어가야 하는 곳이고, 그곳에서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나 있을 법한 모습으로 학생들이 기업들에게 Pick me pick me up을 부르게 하고 있었지 않은가.


 노력하는 중간, 보통의 삶이라는 게 이렇게 패배의식과 자책감을 갖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아들 딸은 이렇게 어른이 된다.  


 자유로운 영혼인 둘째 아이는 야구를 그만둔 후에 선택한 대안학교는 입학부터 쉬운 건 아니었다.

2022년도 금산간디학교 중학과정 신입생모집

10월 초부터 중순까지 1차 서류전형 접수를 한다. 서류전형에는 학교에서 정한 입학서류(입학원서, 자기소개서, 학부모소개서, 학부모 서약), 추천서(추천인이 직접 학교로 발송)  초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 사본, 검정고시 합격자는 합격증 및 성적증명서가 기본적으로 가 들어간다.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나면 2차 면접과 예비학교에 들어간다. 아이는 2박 3일 동안의 예비 학교를 위해 자기 인생이야기와 자기표현하기 등을 미리 준비해 가야 하고 마지막날엔 부모님 면접을 본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께서 직접 물어보신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아이 육아는 어떻게 해왔는지 모두 물어보신다. 모든 과정을 다 하고 나서 며칠 후에 합격 통지를 받았다. 아이는 매우 좋아했지만 내가 걱정이었다. 아이를 보내고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기숙형 비인가 대안학교라 커리큘럼이 일반 학교와는 다르기 때문에 면접 때 선생님들이 여쭤보는 것이 다르다. 살아오는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일과 아쉽거나 힘들었던 일, 대안적인 삶에 대한 생각 예를 들어 사회변화를 위한 NGO활동, 봉사활동, 생태적인 삶 등을 물어보시고, 자녀에 대해 성격, 정서, 관계 등 얼마나 알고 있는지, 기뻤던 일, 가슴 아팠던 일, 가정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방법 등 구체적인 것들을 물어보신다.

"내가 학교를 다니는 것인가?"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금산간디학교의 교육방향

30분 정도의 부모님 면접을 보았다. 젊은 선생님 두 분께서 상냥하게 그러나 꼼꼼하게 아이와 우리 부부의 삶에 대해 여쭤 보시고 어떤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보셨다. 중간중간 긴장을 풀어주시기 위한 농담도 해 주셨지만 우린 긴장한 채 면접을 마쳤다. '대안학교는 일반학교에 적응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라고 누가 그랬는가? 마치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나의 아이들은 제도화된 공교육이냐 그렇지 않냐라는 것만 보면 서로 상반된 길을 가고 있다. 기존 공교육의 길을 둘 다 간다면 내가 이런 고민과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우리 아이들을 과일로 생각했을 때 크기가 큰 것이 다 좋은 것이라는 동일한 잦대만을 들이댄다면 수박과 같은 아이는 좋지만, 포도와 같이 한송이로 있을 때 빛이 나는 아이나 딸기와 같은 작은 아이들은 어찌 되겠는가? 그렇다고 과일의 당도만을 가지고 평가한다면 어찌 될까? 너무 개량되어 단맛만 나고 본래의 향을 잃어 가지 않을까? 달달한 레몬이 상상이 될까?

다양한 교육과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고, 경쟁이 아닌 공동체를 가르치는 지금의 대안교육이 공교육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렇다고 그게 실현되면 대안학교는 사라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더욱 다양한 대안학교가 생길 것이고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동질성과 획일성은 모든 생물에게 사형선고와 같다. "변이" 다시 말해 다양성을 잃어버린 종은 가장 취약한 종이되고 제일 먼저 멸종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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