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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은채 Dec 14. 2023

이상한 성격

나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번 시작하면 멈출 줄을 모른다. 그게 무엇이든지.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렇다. 마음을 먹으면 무조건 해야한다. 마음먹으면 뭐든지 하는 사람을 일컫을 때에는 칭찬이다. 하지만 나의 멈출 줄 모르는 그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인다.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에서 멈추지 않고 직진본능으로 질주하는 것은 꾸준하다고 칭한다. 반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멈추지 않는 것은 미련함이라고 칭한다. 그렇다. 나는 미련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한 가지 일이 주어지면 그것만 한다. 한번 시작하면 정해져 있는 끝이라는 곳까지 가야 한다. 이것은 연애에 있어서도 그렇다. 한 남자만 본다. 결혼 전에는 한 인물과 10년을 만나고 헤어졌다. 그리고 내 인생 두 번째 인연이 나의 신랑이다. 친구 역시 마찬가지다. 친구를 맺으면 계속 친구관계를 지속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계속 좋다.

책을 읽을 때에도 한 챕터가 끝나기 전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누군가가 나를 부르기 전까지 또는 꼭 해야 할 일이 있기 전까지는 글만 쓴다. 얼마 전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을 앉아서 글을 썼다. 민망하게도 12시간을 앉아서 쓴 글의 결과와 그 노력은 비례하지 않아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를 떠나 한 가지 일에 집착하는 태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일을 사랑해서 일을할때도 집요하게 끈질기게 파고든다. 일을 하다가 1분이라도 쉬는 일이 없다. 내손에 있는 일이 끝나기 전에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화장실도 가지않는다. 참는것이 아니라 가고싶다는 욕구가 하던 일이 마무리 되어야만 생겨난다.


결혼 전 직장생활을 할때의 일이다.휴일을 반납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평에 있는 유명산을 가자는 본부장님 제안이 있었다. 참가자는 상사 눈치를 본 남자직원 19명. 여직원은 나혼자.이유는 간단하다.자전거를 탈줄안다고 용기내어 대답한 여직원이 나 하나뿐이었다. 서울을 벗어나기도 전 다리에 쥐가 나서. 엉덩이가 아파서. 허리가 아파서 등 여러 이유로 돌아오는 남자직원이 10명도 넘었고 양평역에서 자전거를 싣고 서울행 고속철도로 돌아간 무리도 있었다. 나를 포함한 3명만이 정상을 올랐고 서울까 완주를 맛보았다. 박수를 받으며  8시간 만에 자전거에서 두발을 지상에 내려놓았다. 심지어 함께 왕복한 두 분은 주말 사이클 동호회 회원이었고 자전거 역시 천만원이 넘는 고가의 경량자전거다. 나를 싣고 달려준 자전거는 1시간 3000원이던 한강자전거 대여소의 것이었다. 장거리 자전거 경험이 없는 여성이 유명산의 정상까지 자전거 패달을 밞는것은 거의 무리라고 한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경사가 심해 허벅지가 터질뻔하고 심장이 멈출것같은 고통이 따랐지만 이를 악물고 올라갔던 기억이있다.퇴사를 할 때까지 그날의 이야기가 회자되어 끈기의 아이콘으로 불리어졌다.짜릿하고 잊을수없는 히스토리이다. 이역시 끝까지해야하는 집착이 만들어준 경험이다.


거실에 소파가 있을 때의 일이다. 자주 앉지 않았다. 이유는 한번 앉으면 계속 앉아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기 전까지는 엉덩이를 떼지 않는 나의 모습에 덜컥 겁이 났다. 왜 겁이 났나 생각해 보니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나의 게으름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게을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두렵다. 게으름을 피우는 순간 그나마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내면 깊은 곳에 있다. 그래서 내가 게을러질 수도 있는 모든 상황을 없앴다. 일단 소파를 없앴다. TV는 어떠랴. 드라마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를 못하고 다음 편을 기다리는 내내 온 신경이 드라마속에 빠져있다. [나의 아저씨]는 밤을 세워서 이틀 만에 보았다. 그 이후로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아무리 온 국민을 들었다 놨다 하는 드라마 일지 언정 참는다.   1편을 보는 순간 마지막 회까지 정주행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란 걸 아주 잘 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이왕이면 좋은 습관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 그래서 TV도 없고 쇼파도 없는 운동기구와 책장만 있는 거실의 환경에 나를 앉혀놓았다. 나를 지켜주는 삶의 태도는 게으름을 방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게을러질 수 없는 우리 집 거실에서 오늘도 아이와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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