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아주 반갑지만은 않다면 어른이 된 것이다. 지각이라고 독촉하는 담임 선생님 전화, 자정이 넘었는데 왜 안 들어오냐고 재촉하는 엄마, 아빠의 전화. 당시에는 싫고 도망가고 싶지만, 그 순간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나를 지켜주던 울타리의 소중함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이다. (물론 12년 개근, FM 소녀였던 나는 이런 독촉을 받은 적은 없다^^;;) 결혼 후에는 죽마고우들과도 종종 소원해진다. 결혼 시기, 아이 나이, 사는 지역에 따라 만남과 소통의 기회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우리는 7년마다 우정의 절반을 잃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정 그룹의 '규모'는 7년이 지나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즉, 절반을 잃지만, 새로운 네트워크를 통해 절반이 채워진다는 것.
Over seven years, we will replace many of the people in our network with new ones.
https://youtu.be/fD27hWT4ix0?si=T8DeUe23cLbzSQkS
결혼 후 멀어진 옛 우정은 다른 네트워크 속에서 다시 채워졌고 내 소속을 찾으려 분주했다.
첫 번째 - 다개국어 카페
집 근처 백화점 문화센터에 온 강사의 강의를 듣고 가입한 온라인 다개국어 카페. 운 좋게 아이 돌 전에 알게 되어, 꽤 어린 시기부터 아이를 외국어에 노출시킬 수 있었다. 영어를 시작으로 중국어, 스페인어까지. 무료로 제공해 주는 동화 번역본과 스터디에 엄청 감사해하며 충성을 바쳤었다. 그때 사 재낀 공구책 비용만 합쳐도 해외여행 몇 번은 다녀왔을 거다. 공구로 얻는 수익이 어마무시하다는 건 콩깍지가 벗겨지고 난 후에 알게 된 사실. 회원을 뺏길까 봐 두려웠던 걸까. 주인장은 카페 내에서 생겨나는 또 다른 핫한 인물들을 쳐내기에 바빴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실망하고 활동을 접는다.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면 매주 스터디하며 아이 몸에 베인 규칙적인 습관들. 그로 인해 현재까지 아이의 교육은 엄마표로 잘 해내고 있다.
두 번째 - 부동산 카페
코로나 시기 전후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거의 모든 집 가격이 두 배가 되었으니 무주택자들의 그 허탈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랬다. 돌이켜 보니 내가 결혼했던 그 해는 부동산을 구입하기에 제일 적절한 시기였다. 그때 엄마표가 아니라 부동산에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며 후회했지만 뒤늦게 무슨 소용이람.
인플루언서가 되는 과정은 분야에 상관없이 다 비슷하다. 블로그로 인기를 끌다가 인터넷 카페를 만들고 그 안에서 유료강의, 공구, 연회비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한다. 블로그 시절부터 보던 평범했던 그들이 엄청난 유명인이 되는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옆에서 쭈구리가 된 기분이랄까. 뒤늦게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고 부동산 공부에 열을 올리며 나름 열심히 활동을 한다. 하지만 넘사벽 부동산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주인장도 본인과 결이 맞는 회원들을 더 챙기는 게 느껴지고 나는 위축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하고 또 한 발 물러난다. 결혼할 당시 부동산에 관심 가지지 못해 부를 축적할 기회를 날려버린 것은 안타깝지만, 아마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쳤을 거다. 엄마가 제일 필요한 시기 아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나눠줬기에 잘했다고 스스로 토닥인다.
세 번째 - 슬초 브런치 프로젝트
첫 번째 카페는 아이를 위해, 두 번째 카페는 우리 가족의 안정을 위해 선택한 모임이었다면, 세 번째는 나 자신을 위한 투자였다. 결혼 후 나만을 위해 이렇게 투자한 것은 처음이다. 아이 학원비로도 이 정도의 돈을 쓴 적이 아직 없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했었다. 브런치 작가. 블로그 이웃들이 이제는 인스타를 메인으로 활동하고 브런치에서 글 쓴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다. 이제 흐름을 좀 쫓아가볼까. 두 아이도 이제 어느 정도 자랐고 공허함을 채워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드러내놓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고개 끄덕여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사실 뭐 하나 전문적으로 한 것은 없어서 나의 강점이 뭔 지는 모르겠다. 그저 브런치와 함께 같이 성장하고 싶다. “누군가는 성공할 거잖아요. 그 성공하는 사람이 여기에서 나왔으면 좋겠어요. 덕분에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 저도 좋잖아요.” 이은경 선생님의 이 한마디에 감동하여 함께 가보자고 신발끈 조여 매 본다. 아직 내 글 읽어주는 사람이라곤 슬초 2기 동기분들밖에 없는데, 벌써 유명해지면 어쩌지. 걱정도 된다. 혹시라도 누가 코웃음 치면 이효리 어록을 이야기해 주련다.
손석희: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다. 가능하지 않은 얘기 아닌가요 혹시?
이효리: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https://youtu.be/BXtNc61BQWs?si=nKWnU3wstJx4GH3r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소속이 생겨 든든하다. 힘찬 날갯짓하며 날아올라보자.
Way to Go! 할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