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커피일대기 (중)

아메리카노도 쓰더라.

대학생이 되어도 입맛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남눈치 보지 않고 마실 수 있게 된 소주는 쓰고 비렸다...

내 커피 취향은 여전히 달달한 바닐라라떼였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남중, 남고를 나온 나는 과마저도 공대를 선택하게 됨으로써 내 인생의 여자는 없을 것 같았다. 운이 좋게도 신입생 환영회와 오티에서 친해진 친구가 얼굴이 반반하게 생겨 몇 없던 여자애들과 접점이 생기게 되었다. 여자애들과는 개인적으로 친해지진 않았지만 같이 점심을 먹고 휴강에는 카페를 가는 코스가 자연스러워질 무렵.

두 가지 고민이 생겼는데, 하나는 평범한 남자들이 카페에 가면 그렇듯 음료를 원샷하는 버릇으로 때문에 여자애들이 커피마실 때 멀뚱멀뚱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생각보다 커피로 인한 지출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아메리카노와 달리 바닐라라떼는 너무 비쌌고 너무 쉽게 마실 수 있는 음료였다.

그래서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로 결심했다. 처음 마셔본 아메리카노는 쓰디쓴 에스프레소의 기억을 다시 한번 나에게 상기시켜 주었고, 나는 얼른 서비스테이블로 달려가 설탕시럽을 냅다 들이붓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럽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시럽맛과 커피맛의 조합은 더욱 더 극을 향해 달려갔고 나는 그날 커피는 거의 통으로 남기게 되었다. 지갑은 지켰지만 이건 쫌..

바닐라라떼에서 아메리카노로 음료를 변경하면서 나는 여자애들과 카페에서 좀 더 오랫동안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되었지만, 그건 못 마시는 거지 천천히 즐기는 것이 아니었다. 내겐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이후 아메리카노를 즐기기 위해서 커피에 대한 공부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이 카페는 어떤 원두를 쓰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의 말로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라비카 일까? 로부스타일까?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은 로부스타는 편의점 커피나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카페에 납품되는 커피라는 것이다. 그리고 원두의 특징은 맛이 쓰다는 것.

너였구나. 확정을 지을순 없겠지만 내 머릿속엔 이 카페는 로부스타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다라고 결론을 지어버렸다.

원두가 별로라서 맛이 없는 거구나 생각하며, 친구들에게 여기 원두가 별로인 거 같아 다른 곳으로 가자 여기 너무 맛없다. 하며 다른 카페로 가 도록 유도하기 시작했다. 친구들도 아메리카노가 너무 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저항 없이 다른 카페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곳도 원두가 쓰기는 마찬가지였다. 너무 쓰다.. 왜지? 나는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