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 나의 정직한 친구
고통아,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나는 너를 저주했다.
너는 나를 부서뜨리고 내 일상에 금을 가게 하고 잠든 새벽을 흔들어 깨웠다.
모두가 편안히 걷는 길에서 나만 멈춰 서야 했던 그날들이 많았지.
너는 내게 이유 없이 찾아왔고 나는 이유를 묻고 또 묻다 지쳐 스스로를 원망하며 너를 애써 저항하고 외면했다.
하지만 고통아, 돌아보니
너는 나의 가장 정직한 친구였다.
아무도 보지 못했던 나의 무너짐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내가 감추려 했던 슬픔의 구석구석을 낱낱이 비추어주었지.
고통이라는 이름을 가진 너는 사실 ‘진실’이라는 다른 이름을 숨기고 있었던 거구나.
내가 이제야 알아서 미안해.
너는 고통이 아니었어.
그건 내 마음 안에 갇힌 감정의 진동이었어.
너를 통해 나는 내 안의 미처 알지 못했던 곳을 보았고 그 자리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너는 내 삶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었고 그 정적 덕분에 나는 내 목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세상이 외면한 어둠을 걷고 있을 때도 잊지 말아야 할 메아리가 내 가슴속에 살아 있었단 걸 너라는 등불을 통해 배웠다.
너를 밀어낼수록 멀어지고 바라볼수록 가까워진다는 걸 이제는 분명히 안다.
이제 나는, 너를 직면할 거야.
너를 고백하고, 나를 고백할 거야.
너를 내 안의 조각으로 안을래.
더 이상 너를 숨기지 않을 거야.
마주할 거야.
이제는 도망가지 않을 거야.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너도.
이제는 함께 가자.
한때 나를 집어삼키던 너는 이제 새로운 언어로 피어난다.
글이 되고, 목소리가 되고 누군가에게 닿는 따뜻한 위로가 된다.
어쩌면 나의 글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고통을 껴안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나는 너에게 배워서 알고 있어.
삶의 진짜 힘은 고통을 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그 자리에 머무는 데 그 한가운데서 무너지지 않고 묵묵히 ‘존재’하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네가 나를 깨부순 게 아니라 나를 다시 짓게 해 주었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어.
고통아! 네가 없었다면 나는 내 마음의 진실에 닿지 못했을 것이다.
네가 있었기에 나는 더 깊어졌고 더 부드러워졌으며
더 넓어졌다.
이런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니.
100%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네가 내게 준 깨달음만큼은 감사하고 있어.
이제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
네가 남기고 간 상처 자리에 나는 나무처럼 자라났다.
뿌리는 아픔에 닿아 있었지만 그 끝은 햇살이었어.
너, 어젯밤은 좀 세더라. ^^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치더니
아무 일 없단 듯 사라졌지.
그래도 괜찮아.
그 강도만큼 새벽이 더 투명하다는 걸.
나는 안다네.
고통이란 이름을 지닌 너!
이제는 나를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내 안에 살아 있기를.
두려움이 아닌 동행으로,
상처가 아닌 사랑으로.
그래줄 수 있겠니?
그렇다면, 언제든 놀러 오려무나.
고통아!
너는 상처가 아니라 씨앗이었다.
네가 있었기에 내가 자랐다.
사랑해.
말보다 깊은 언어로,
그 어떤 미움도 지워낼 수 있는 힘으로.
너에게 새로운 이름을 줄게.
'인내 비늘'
네가 지나간 자리마다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어.
매일 덧입혀진 인내의 비늘이
나를 지키는 보호막이자 갑옷이 되었지.
너는 상처가 아니었구나.
먼저 찾아와 내가 쓰러지지 않게
나를 보호해 준 낯선 이름의 용기였어.
고통! 너는 너무 연약해.
나만큼이나.
그래서 너는 불안하다는 거야.
언제든 상처 입을 수 있어서,
나를 휘감는 그 떨림조차
사실은 너의 작은 외침이었겠지.
그러니까 다음엔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줄게.
고통이라는 이름의 선물
그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뜯어서,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소중히 간직할게.
버리지 않을게.
너를 무시하거나 밀어내지도 않을게.
너도 나처럼,
그저 이해받고 싶었을 테니까.
치유의 선언
'인내 비늘' 그것은 나의 연약함 위에 덧입혀진
가장 단단한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