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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프코리아 Nov 20. 2023

흙을 만지면 일어나는 변화

Wwoof Note


내가 오랜기간 우프코리아에 적을 두고 있으니 혹자는 나를 '농사에 대해 무척이나 잘 아는 사람'으로 지레짐작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땅속에서 뽕긋 솟아나 있는 새싹만 보고서는 마늘인지 양파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나에게 사람들이 농작물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해올 때면 난처해질 때가 종종 있다.  미팅차 호스트님 농장에 방문하는 일이 아니면 나도 여느 도시민처럼 농작물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양파 새싹



마늘새싹


아무튼 나는 농작물을 알고 싶은 이유로 몇 해 전 몇몇 우퍼들과 양평의 첫거름 농장에 가서 일주일에 한번 농사를 지었다.  거의 취미농 수준이었는데 평소에 안해본 일인지라 하루 반나절 일을 하고 집에 오면 피곤함이 가득했다. 


중간에 살짝 꾀가 나기도 했지만 내가 우퍼들을 농장까지 태우고 다녀야 했기에 거의 빠지지 않고 몇 달을 꾸준히 다니게 되었다. 그러면서 육체노동이 몸에 익기 시작했고 또한 무럭무럭 자라있는 각종 채소들을 보면 마치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는 엄마의 마음처럼 뿌듯했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고백하자면 나는 한동안 일에 대한 의욕이 많이 없어져 있었다. 나도 한때는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님이 일을 하고 싶은 생각에  '새벽닭 우는 소리가 반가웠다'고 하셨던 것처럼 한 주 일을 할 생각에 일요일 저녁이 설레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런 의욕은 더이상 생기지 않았다. 아마도 오랫동안 단체를 운영하다 보니 버거움이 컸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농사 일을 하면서 다시 일요일 저녁이 설레기 시작했다.    



내가 농사를 짓던 때는 코로나로 인해 무척 어려운 한해였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기운이 다시 났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흙을 만지고 농작물을 만졌기 때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오래전부터 식물을 만지는 것이 활력을 준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몸소 경험을 하니 그 기분이 남달랐다. 단순히 나의 경험뿐아니라 이를 뒷받침해줄  국제슬로푸드협회의 김종덕 회장님께서 쓰신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푸드> 책의 구절이 있다.








영농체험은 다른 활동과 달리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미국교도소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어느 연구가 이점을 잘 보여준다. 교도소 재소자 가운데 한 집단에게는 교도소에 있는 동안 노역으로 농사를 짓게 했고, 다른 한 집단에게는 교도소에 있는 동안 목공 등 공장 일을 하게했다. 이 두 집단이 출소한 후 재범률을 조사해 보니 농사를 지은 수인들의 출소후 재범률은 0인데 반해 영농 이외 직업에 종사했던 출소자들은 높은 재범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농을 통해 생명을 접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연구다 .



이렇듯 흙을 손으로 만지고 농작물을 접하다 보면 내면의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듯하다. 여러가지 여건상 당장 농장에서 작물을 키우진 못하더라도 베란다 텃밭이라도 가꿔보길 권한다. 땅을 소유하지 않았지만 우핑을 통해 농사 여행을 가 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 될 것이다.


모두 다 아는 이야기일수 있지만 그 경험치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요즘 다시 일요일 저녁이 설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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