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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Nov 05. 2023

합격은 먼 이야기

브런치 작가되기 도전기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쓰기는 나에게 먼 이야기이고, 글이라는 건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에게는 쉽게 말을 했다. '뭐라도 써봐' '좀 더 길게 써봐' '너의 감정도 넣어야지'

글쓰기를 시작하고, 아이에게 마음속 깊이 사과를 한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엄마가 너희에게 바랐었구나.

막상 내가 글을 쓰려고 생각을 하니 뭐라도 한 줄 쓰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며, 길게 쓴다는 건 내 온몸을 쥐어짜는 기분이고, 내 감정을 넣다 보면 글은 저 멀리 산으로 올라간다. 


인스타그램에 소소하게 아이들의 기록을 남겨왔다. 아이가 성장한 지금 그 기록은 나의 일기장이며, 나의 추억이며, 예쁘고 어렸던 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여행이다. 그러다 문득 욕심이 생겼다. 나도 글을 좀 써볼까? 하지만 분명 블로그는 쓰다가 말 것이며, 어디에 기록을 남기더라도 몇 번 쓰다가 멈추겠지. 그럼 나를 꾸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떠올렸고, 함께 할 수 있는 클래스에 들어갔다. 




지금 내 삶은 육아가 전부이고, 엄마표가 전부인데, 브런치에는 가장 넘치는 글 중에 한 주제라 글감의 방향을 잡는 것부터 고민이 많이 생겼다. 난 뭘 쓸 수 있지? 뭐가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일까? 감사하게도 나의 인생은 그렇게 굴곡지지 않고, 생각보다 많이 평범하다. 더구나 난 그렇게 유머스러운 사람이 아니고, 또박또박 말을 잘 전달하는 능력은 있으나 말을 맛깔나게 살리는 능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언제고 부족하다, 못한다는 표현으로 포기하기에는 내 남은 인생이 너무 안타까웠다. 아이들에게는 뭐든 도전하라고 하면서 정작 엄마는 항상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용기를 낸 내가 선택한 주제는 결국 엄마표 영어, 아이의 독서, 사춘기 육아. 내가 살면서 잘한 것을 뽑고 또 뽑아봐도 그중 최고는 아이의 출산이며, 두 번째는 아이들에게 독서를 즐기게 만든 것, 그리고 영어에 대한 즐거움을 준 것이다. 그 과정은 내 인생을 즐겁게 만들었고, 나의 인맥을 넓게 만들어 주었으며, 자신감 없는 나에게 큰 자신감을 준 일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가 이보다 더 글을 잘 쓸 수 있는 다른 주제는 없을 것이다. 


가장 이야기 나누고 싶고, 최근에 여러 방향으로 정리했던 아이의 책 읽기에 관한 내용으로 단숨에 글을 써 내려갔고, 읽고 또 읽고 결국 그것은 나에게 한 편의 글로 정리가 되었다. 피드백을 받았으나 나의 실력이 아니기에 우선 무모하게 도전을 했다. 날것 그대로 나의 글로 작가 신청을 누르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난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버튼을 누를 때 용기는 어디 갔는지 알 수가 없다. 피드백받은 부분은 분명 나의 글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으나 그 글로 합격을 한다면 난 그다음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하필 금요일 오후에 신청을 해서 주말을 지나는 동안 얼마나 후회를 하고 또 했는지 모른다. 월요일에는 하루 종일 브런치를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며 또 후회를 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냥 수정해서 보낼걸.


오후에 받은 메일 제목에 ' 브런치 작가 ' 이름만 보고 얼마나 심장이 쿵 내려앉았는지 모른다.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그 글자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읽고 또 읽고 그 제목을 보고 또 보고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그 두근 거림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난 단숨에 합격을 했다. 그리고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몇 년이 지난 후 나의 글을 읽고 부족한 나의 실력에 헛웃음 짓기를 바라며 더 성장하고 싶었다. 


합격하고 나니 일상이 글감이고 쓰고 싶은 것이 가득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그렇게 다양한 글감이 있는데 막상 노트북을 열면 머리가 하얗게 백지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가끔은 막 자판을 두드리다가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들어가고 있는 나의 글도 보인다. 합격과 동시에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글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써지는 것이 아닌데, 너무 쉽게 완성하려고 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또 사과를 한다. 아이들에게 너무 쉽게 했던 말을. '뭐라도 좀 써봐' 난 얼마나 무책임한 말로 아이들을 힘들게 한 것인가. 아이들에게 말했던 뭐라도 좀 써보려고 머리를 쥐어뜯고 또 쥐어 뜯어본다. 

언젠가는 글감 하나에 술술 써 내려가는 나를 상상하며 오늘도 뭐가 되었든 끄적이기 시작해 본다. 


'내일은 또 뭘로 써볼까?'



브런치 작가 도전 팁!

- 누가 뭐라 해도 내가 가장 자신 있고,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을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 무모하고 심플한 도전이 가끔은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 불합격해도 재도전이 가능하니 일단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 함께하는 커뮤니티는 초보자에게 든든한 힘이 된다.

  (타인과 비교하면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음 주의)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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