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에 매달렸다가 눈싸대기를 맞았다
가을의 끝자락에 매달리며 감탄했었다.
그런데 이를 시샘한 것인가? 겨울이 갑자기 다가왔다.
역대 3위로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정말 신기하게 많이 오긴 하더라. 27일, 28일 이틀에 걸쳐서 내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사실 눈이 오기 시작한 초반에는 낭만이라고 생각했다. 전날까지 가을을 느꼈던 나는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와 오랜만에 함께 철봉을 하러 뒷산에 올라갔다. 처음엔 가면서 서로 "멋지다"의 감탄을 연발했을 때까지는 참 좋았다.
그런데 점점 이래도 되나 싶었다. 눈이 꽤 땅에 쌓인 데다가, 심지어 눈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 나뭇가지도 무너져 내리더라... 그래도 한 번은 낭만을 느껴보려 철봉을 당기기 시작했다.
문제는 철봉에 얼굴이 올라갈 때마다 눈이 너무 아팠다는 것이다. 바람에 더해 눈발이 보통이 아니더라. 눈싸대기라니... 심지어 곳곳에서 눈이 떨어지거나,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무 끝자락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감성이고 뭐고 하산하여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잘 도망쳤다.
비록 눈이 내 눈을 때릴지라도.
오늘은 잘 살아남았으니 다시 또 잡으러 올라갈 수밖에...
이것이 인생이었는가?
그래, 좋다. 이제 다시 잘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