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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현장에서 ESG를 잘하면 뭐가 좋아요?

by 철봉조사러너
AI가 우리 복지관 ESG를 패싱 했다.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 봄으로 기억한다. 우리 직원이 나한테 와서 이상하다고 이야기했다. ESG 우수 사례에 대한 온라인 교육을 듣는데, 우리 기관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정확히는 작년에 우리가 ESG 전국 대상을 수상했는데, 'ChatGPT'"ESG를 잘하는 복지관을 소개해줘"라는 응답에 우리가 아예 언급되지도 않는다는 거였다.


우리 기관은 없다...


'이상하다...' 우리를 음해하는 음모설부터 외부 홍보의 부족 등 복잡한 생각을 했었다.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어쩔 수 있나 뭐. 앞으로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며칠 후 그 AI가 우리를 '패싱'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불현듯 해결 방법이 생각났다. 그건 바로,


'(Gmini)'에게 검색하면 된다는 거다.


알다시피 ChatGPT는 대략 2023 ~ 2024년까지의 데이터 자료가 학습되어 있다. 그래서 최근 자료는 파일을 투입하거나 '최신 보도자료에 기반해 줘'라고 하지 않으면 반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최신 내용까지 아울러서 답변을 제시해 주는 구글 제미나이에 검색하면 되는 거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검색을 하니 딱 1번으로 우리가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제미니!


평택복지재단의 요청으로 ESG 우수 사례 발표를 다녀왔다. 작년에 우리 기관이 전국 복지관 ESG 대상을 받고, 오랜만에 사례를 발표한 듯하다. 연초까지만 해도 외부 브리핑과 인터뷰 등 꽤 주변의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이후 1분기를 넘어가며 아주 빠르게 열기가 식어버렸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대선, 경제상황 외 여러 가지 사회적인 이유가 있지만, ESG에 대한 관심과 이슈는 확실히 뒷전으로 밀렸다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번 ESG 사례 발표는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 평택복지재단은 이전부터 복지 현장의 ESG 선도를 위해 선포식과 ESG 경영 매뉴얼 제작, 연구 등 다양한 노력과 지원을 해오고 있다. 그러던 차에 이번 복지시설들의 ESG 경영 지원을 위한 '공모전'을 열게 되어 그 사례 강사로 우리 기관에 발표를 요청한 것이다. 당연히 기쁘고 기꺼이 응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ESG 연구에 주력해서 KCI 학술인증을 받은 학술지 2편을 낼 수 있었으나, 연구 결과를 가지고서 소통할 계기가 거의 없기도 했다. (안 불러줌...) 이번 기회를 통해 꼭 우리의 성과를 자랑하기보다는 좋은 ESG에 대한 실천 고민을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더욱 의미 있는 자리였다.




계속 재활용하고 싶은 복지 ESG 이야기


나의 지향점은 '재활용'이다. 나의 분야인 '조사연구'이던 'ESG'이던 의도적이고 추가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나는 일회성으로 휘발되는 게 아닌 실질적이고 계속 활용되는 리사이클(recycle)을 넘어 업사이클(upcycle)을 추구한다. 그 마음을 담은 제목이다. 사례로 소개한 '철산이가 온다(CSEG ON多)'는 우리 기관의 실천 결과물이다.


"복지 현장이 친환경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실천하는지 모르겠다"

"복지 현장은 환경과 관련된 활동이 없기 때문에(?) E 환경에 대한 변수는 빼고 봐야 한다"

"ESG는 영리 기업의 이론이며, 비영리와는 관련이 없다. 그에 따라 사회복지적인 함의를 찾기 어렵다"


ESG, 그렇니까 ESG 경영은 사회복지와 관련이 없다고 한다. 이미 학계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 이야기인 듯하다. 실제 해외에서 ESG와 비영리와 연관성이 있는 연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둘은 약간 관련성이 낮은 영역이긴 하다. 그렇지만 그건 국외의 이야기이다. 우리 국내의 현장은 ESG의 대표 키워드인 E(환경)을 필두로 한 복지 프로그램의 실천이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마 요 근래 최근 복지 트렌드 중 가장 복지의 실천에 있어 전 세대의 대상이 호불호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기후위기 대응 친환경'과 관련한 사업이다. 다양한 캠페인, 동아리, 행사 등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다. 지역 별 특성은 물론 있을 수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명확한 현실이다. 이런 친환경을 지원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름다운 가게, 다양한 공공, 기업 사회공헌과 연계한 사업 공모가 무수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ESG와 복지가 함의와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있긴 하다. 그건 바로 관심도가 확연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ESG에 있어서 2022~2023년 공공 지자체와, 복히 혐회, 기관 중 ESG 선포식을 통한 ESG 경영의 붐이 일어났으나, 2024년부터는 빠르게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강요와 유행으로 다소 강제적으로 시작한 감이 있는 ESG에 대해서 일부 사회복지 영역에서 냉담한 반응도 확인되고 있다"


위의 의견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다. 복지 현장이 친환경을 강조하지만, ESG는 지나가는 유행으로 치부되고 있다. ESG를 언급하면 지루해하고, 외면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래서 다시 진심으로 물어보고 싶다. 정말, ESG 경영을 왜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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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을 잘하면 뭐가 좋은가?


내가 한 연구와 발표는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이었다. 조사와 실천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건, ESG를 실천하는 복지관 직원들은 더 열심히 오래 일하고 싶다는 의식을 가졌다는 지점이다. ESG가 복지 조직의 종사자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통게적으로 검증되었다.

*** ESG -> 조직몰입(F=44.15, p<.001) / 조직공정성(F=51.22, p<.001) / 직무만족(F=57.77, p<.001)


이런 경향은 특히 경력이 낮은 젊은 실무직 사회복지사들의 의견이 높았는데, 특히 '공정성'이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임이 확인되었다.

*** ESG -> 조직공정성(매개) -> 직무만족(F=75.53, p<.001)



ESG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한 가장 적극적으로 답변한 그룹은 '선임 이하 일선 사회복지사'였다. 기후 위기 및 코로나 19를 지나 8,90년대 MZ세대가 점차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알파세대를 바라보는 2000년대 생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뚜렷한 주관과 함께 개인의 신념을 판단에 있어서 높은 기준으로 가져간다. 특히 AI로 대표되는 초합리, 초효율, 초자율의 인식이 매우 높다(임홍택, 2023). 이는 개인주의 성향의 강화와 함께 '공정성'에 민감한 모습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


즉, 젊은 세대가 친환경에 관심이 높은 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 바른 신념에 따라 주관을 세우는 차원은 물론, 앞으로 미래세대로서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기후 환경에 민감한 건 어쩔 수 없다. 이는 이전 세대가 파괴해 온 환경에 대한 보상의식으로서 측면으로 작용하게 된다. 아울러 소득격차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와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인식의 향상은 인권, 노동환경, 투명성 등의 가치로서도 더욱 두드러지게 표출될 것이다.


ESG라는 용어는 유행으로 사라질 수 있어도 ESG가 내포한 소통, 인권, 공정 등의 책임은 복지 현장에서 더욱 강하게 요구될 것이다. ESG를 잘하는, 당연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조직이 더욱 발전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꼭 강제적이고 의식적으로 ESG를 실천하는 게 아니라 마땅히 적절히 실천하여 내재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ESG 경영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와 동반성장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복지 현장에서 ESG 경영을 잘하면 도대체 뭐가 좋은가?


ESG 경영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복지 현장도 그렇다 복지 기관의 올바른 운영과 그를 통한 복지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주민의 삶에 유익을 주어야 한다. 주민을 위한 중요한 실천 수단의 하나로서 'ESG'를 활용해야 한다. 우리의 본질은 '실천'이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기여'이다.


그렇기에 너무 무리하거나 인위적으로 복지를 ESG와 엮어서도 안된다. 그동안 기관에서 잘하고 있는 사업들을 ESG와 연결 지어 체계화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기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강점을 담은 ESG가 필요하다.


단순히 ESG 경영을 잘하기 위한 ESG가 아닌 '우리의 실천력을 높이기 위한 ESG'가 핵심이다. 결국은 이렇게 적절한 온도로서 ESG를 바라봐야 오래갈 수 있다. 그래야 복지 기관에 근무하는 종사자 모두에게 좋아 보이게 된다. 나도 그게 잘하고 좋은 '복지 ESG'라고 믿는다.


ESG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좋은 복지의 실천을 위한 중요한 '도구'이다.

올해 우리도 열심히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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