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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21. 2023

돌아온 중고 백수, 1일 차.

은행업무, 차량점검 그리고 떡볶이 먹기.

이불로 몸을 돌돌 말고 오늘의 일정 정리.


 알람 없이 일어난 아침, 눈을 비비면서 평소와는 다르게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여유롭게 확인했다.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샤워부터 하던 출근 일상과는 사뭇 달라진 시작. 불안정하지만 행복한 이 여유로움.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린 후 소파에 널브러져 멍하게 앉아있다, 습관대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다. 다음 단계는 양쪽 눈에 안약을 점안하고 옷을 갈아입어야지. 그 다음은 차키를 챙겨 현관을 나서야 했지만, 오늘 나는 출근할 곳이 없다. 그렇다. 나는 오늘부터 다시 중고 백수다.


 차키를 내려놓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이불로 온몸을 돌돌 말았다. -나는 이 행동을 “김밥 말고 있다.”라고 표현한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순서를 결정할 때 이불로 김밥을 말면 생각 정리가 잘된다.


 우선, 앞으로 안정적인 구직활동을 하기 위해 실업급여를 신청해야 하므로 인터넷을 검색한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그 다음은 만기가 지난 정기예금이 앱으로는 해지가 되지 않았으므로 은행을 방문하기로 했다. 일할 때는 은행을 못가서 내버려둬야 했지만 백수가 되니까 이런 점은 참 좋다. 미리 예약해 둔 차량 점검도 시간 맞춰 받고 와야겠다. 모교 근처 분식집을 다녀오는 것도 일정에 추가한다. 어느 작가님의 책제목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라는 문장처럼 떡볶이를 먹어야만 할 것 같았다.


 중고 백수 1일 차, 생각보다 바쁜데?


 계획형 성격에 걸맞게 예정된 일들을 차근차근 진행하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4시. 아침을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벌써 퇴근시간이 가까워져 있다. 아차, 나는 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차는 아파트 지하에 주차해 두고, 가을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걸어보기로 한다. 그 흔한 에어팟도 버즈도 없는 무소유의 삶을 실천 중이기 때문에 -구매욕도 없고, 돈도 없는 편이다. 하하하.- 계절에 온전히 집중하며 걸을 수 있었다.


 1시간을 넘게 걷다 보니 지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카드를 찍어보니 1,480원. 너는 또 언제 이렇게 비싸진거냐? 정신이 확 들면서 얼른 직장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들어가서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져봐야겠다.


 중고 백수는 내일도 바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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