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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우영 Jan 01. 2019

대기업 직원에서 육아파파로

나로서 프로젝트 #3 권혁진님의 인터뷰

결혼이 마냥 멀게만 느껴지던 20대 시절(물론 지금도 멀게 느껴지지만), 지금은 청와대 대변인이 되신 고민정 님의 인터뷰를 읽다가 육아에 대한 관점이 180도 바뀌었던 경험이 있다. 현재 인터뷰 전문을 찾을 순 없지만, 간략하게 요지를 적자면, 육아란 한 명의 인간을 만드는 일이기에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며 당연히 부부가 함께 힘써야 하는 일이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육아란 한 명의 인간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말이 꽤나 신성하게 와 닿았었는데, 당시 나에게 아이란, 어떻게든 가르치고 깨우쳐야 할 대상이지 하나의 인격체라는 인식이 다소 부족했기 때문에 그 문장이 유독 인상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번 인터뷰이인 혁진님은 3년차 전업주부시다. 게다가 3살 쌍둥이 아이들의 육아파파.


가족 사랑이 지극하신 혁진님은 카톡이 온통 가족들의 사진으로 도배되어있다. (물론 그 중 팔할이 쌍둥이 사진) 이토록 가정적인 아버지가 직업으로서 대하는 가사일이란 어떤지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자.




회사원으로서의 혁진님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권혁진입니다.



Q2. 어떤 계기로 심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셨고, 또 어떤 이유로 항공업 관련 회사에 들어가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학교는 대부분 점수에 맞춰서 가게 되죠. 저도 수능을 봤고, 그 점수대에 맞는 과들 중에서 선택을 한건데, 사실 고등학교 때 심리학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어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긴 했었는데 다 이해할 순 없었지만 심리학이란 분야가 굉장히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수능을 보고 원서를 써야 되는데, 고민고민하다가 원서 마감날 제 점수대에 지원 가능한 과들 중에서 심리학과가 제일 재밌겠다 싶어서 심리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상의한 건 아니고, 어차피 점수대로 가는거긴 하지만 가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심리학과를 선택하게 된거죠.



Q3. 혁진님의 대학생활과 회사생활은 어땠나요?


저는 흔히들 말하는 제도권 교육을 따라 왔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대학교는 좋은 곳을 가야한다고 수없이 들어왔어요. 그렇게 대학교를 왔는데, 대학교에 오면 시간이 많이 남잖아요? 헌데 저는 그 시간동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희 집안이 잘 사는 편도 아니었고, 시간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계속 유예해왔던 것 같습니다. 근데 막상 졸업할 때가 되니까 집에 돈도 없고, 먹고 살아야되기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취직’을 선택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생각으로는 취직한 다음, 회사 다니면서 진짜 내가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을 찾아서 준비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지나고보니 굉장히 허튼 생각(?)이었습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새로운 일을 찾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실제 회사를 다녀보니 내 시간과 정신 대부분을 일에 뺐겨야됐고, 새로운 일을 생각해볼 순 있지만 도저히 준비할만한 여유가 나지 않더라고요. 회사에서 저를 배치한 팀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다른 일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첫 회사는 4개월만에 관뒀습니다. 하지만 미리 무언가를 계획하고서 그만 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먹고 살아야하는 문제에 직면했고, 또 취직을 하자 해서 두번째 회사에 들어갔지만, 첫번째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두번째 회사에서도 다른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마땅히 정해지지도 않았으면서 두번째 회사도 관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번째 회사에도 신입으로 입사해서 10년 넘게 일을 했죠.



Q4.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회사원으로서 혁진님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는 대기업 신입사원 연수를 3번 받았습니다. 저는 대기업만 3군데를 다녀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조직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절대 드러나지 않아요. 그냥 흔한 인력 중의 하나로서 다뤄지게 되죠. 사내 팀배치라는 것도 내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싶은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결국은 그들의 결정에 따라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가 서 있을 공간 자체가 없더라고요. 신입사원 연수라는 것도 그런 인적자원을 만들기 위한 압축판으로 보였고요. 저는 그래서 신입사원 연수 과정 자체가 굉장히 거부감이 들었어요. 연수 중에 선배 사원들이 너희들은 어떻게 해야한다,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한다 라고 주입하는 과정 자체가 답답하게 느껴졌었죠.


결정적으로, 제가 회사원이라는 직업을 제가 원해서 선택하지 않았고,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서 선택했기 때문에 조직에 밀착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회사에 다른 사람들을 보면, 전문가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동료들이 무척 많았거든요. 근데 저는 회사를 10년 넘게 다녔지만, 퇴사하기 전까지도 전문가는 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근데 다른 사람들은 10년이 아니라 1년만에도 전문가처럼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굉장히 자부심이 넘치고, 자신의 일에 대해 프로페셔널한 태도와 지식을 갖춘 사람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알고있는 지식이나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면 저와는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거든요. 결국엔 태도의 차이였던 것 같습니다. 




주부로서의 혁진님


Q5. 퇴사를 오랜기간 생각해오셨나요? 아니면 어떤 결정적인 계기로 충동적으로 퇴사를 결정하셨나요


퇴사는 입사를 하면서부터 생각했습니다. 회사에 계속 다니고 싶은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진짜로 내가 원하는 걸 찾아야겠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조직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있었죠. 사실 3번째 회사였던 금호도 입사 첫해에 그만두려고 생각했었지만, 큰 사고를 당했어요. 그래서 거의 반년을 병원에 누워있었기 때문에 퇴사를 하지 못했죠. (웃음) 당시엔 몸이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데 지원하거나 할 생각을 못했고, 일단 복직을 해서 회사를 다니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Q6. 회사를 퇴사하시면서 두려움같은건 없으셨는지? 주위의 반응, 특히 아내분의 반응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 회사를 퇴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아이들이 태어나서입니다.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와이프 대신에 제가 육아를 맡게 된 거거든요. 그래서 이건 상황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와이프와 저 둘 중에 한 사람은 아이들을 돌봐줘야 한다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둘다 회사를 다니면서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과 저희 모두에게 딱히 좋을 것 같지 않고. 마침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아이들이 태어난 일이 맞물려서 제가 가사 전반을 맡게 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죠.


와이프도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했어요. 아직까지도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거, 되고싶은 존재에 대한 그림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와이프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났을 때 남편인 제가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란 부분.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집에서 놀고 먹는 놈팽이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충분히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와이프는 걱정을 많이 했죠. 그래서 퇴사는 와이프를 설득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저를 설득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내가 결국, 싫어서 회사를 나가는 거긴 하지만, 넥스트 스텝을 잘 해내야지라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Q7. 퇴사하시면서 전업 주부 외에 다른 옵션은 없으셨나요?


네, 없었습니다.



Q8. 원래 가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셨나요? 요리법이나 육아법 같은 걸 독학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사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었습니다. 그냥 있는 대로 사는 스타일이라. 요리를 가끔 해먹긴 했지만, 살림 전반에 관한 지식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와이프한테 많이 배웠고요, 직접 아이들을 돌보고, 인터넷도 찾아보면서 익혔습니다. 근데 집안일이라는게 끝이 없더라고요. 전업주부 3년차인데도 아직 계속 배워가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Q9. 혁진님은 말씀도 조곤조곤하고, 왠지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실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을 보면 왠지 육아가 다소 힘들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업주부 일이 혁진님에게 맞는 편이셨는지요?


집에만 갖혀있어야하니, 내향적인 사람보다 외향적인 분들이 더 가사일을 답답하게 느끼실거라 생각합니다. 또 혼자만 있는 시간이 많아서 육아우울증을 겪을 수도 있고요. 저도 조금은 그 증상을 겪긴 했는데, 그래서 저도 그 때 외부 동호회 활동을 조금씩 하기도 했었고요.


회사 다닐 때보다는 집안일이 저에게 훨씬 맞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의 힘듦은 ‘관계’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저에게는 특히나 관계적인 부분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관계에서의 어려움은 자신의 뛰어남, 특출남과는 상관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인데, 집안일은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아서 더 잘 맞더라고요.



Q10. 육아가 힘든가요? 가사가 힘든가요?


둘다 힘들긴 한데, 저에게 육아는 답이 없는 문제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힘들다기보다는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육아를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아이들이, 사람이라는게 쉽게 변하지도 않고 변하는 과정을 즉각즉각 확인할 수가 없어서 불안함이 생깁니다. 그래서 어느정도의 자기확신이 있지 않으면 육아는 정말 힘든 것 같아요.


제 나름의 육아 철학을 말씀드리자면, 저의 어린 시절과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어릴 때 제가 느꼈던 결핍과 안좋았던 기억들을 제 아이들이 겪게 해주고 싶지 않아요. 저는 4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엄마라는 존재 자체가 없는거죠. 그래서 할머니가 저를 돌봐주셨지만, 할머니도 집안 살림 하시느라 항상 바쁘셨어요. 아버지도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분이셨고, 제 바로 위 형하고도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저 혼자 지냈던 시간이 되게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이걸 단순한 외로움이라고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런 경험을 굳이 주고싶지 않은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구체적인 철학까지는 아니어도, 제 와이프와 쌍둥이 아이들, 고양이 2마리가 사는 저희 집안에서는 구성원들이 모두 편안하고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어요.



Q11. 회사일과 가사일을 비교했을 때, 어떤점이 가장 크게 다르다고 느끼셨나요?


커다란 조직에서 일하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뭘 제대로 했는지 이런 것들을 느끼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기획팀에서 일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매주 주간회의에서 팀장에게 각 파트별로 주간 실적과 다음주 계획에 대해서 보고해야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무지하게 바뻤는데, 실적을 쓰려고 하면 쓸게 없는거에요. 한 것과 할 일은 무지하게 많은데 문서화할게 마땅치 않은 그런거. 그러면 현자타임이 오죠. 내가 대체 뭘한거지? 내가 진짜 제대로 일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지만 집에서 하는 일은 바로바로 진행 상황을 알 수가 있죠. 예전에 제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를 되게 인상깊게 봤었는데요. 거기에 주인공이 ‘Life’라는 잡지의 굉장히 작은 부품으로 나옵니다. 그 사람이 모험을 하면서 겪는 일에 대한 영화인데, 이 시대의 회사원들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영화라고 느꼈거든요. 지금은 그런 위로를 제 와이프와 아이들로부터 더 즉각적이고 깊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Q12. 3년차 전업주부로서 가장 힘든 일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아직 제대로 하는 건 없는데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집안일이라는게 범위와 경계가 없습니다. 찾아내면 한도 끝도 없이 나옵니다. 절대로 끝나지가 않아요.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집안일은 저는 항상 초보자의 마음으로 집안일을 대하고 있습니다.



Q13. 전업주부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요리한 것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고, 가족들이 집에서 행복감을 느낄 때. 그런 것들은 제가 바로 알 수가 있으니깐요.



Q14. 맘카페를 보면 어머님들의 커뮤니티 파워가 굉장해 보이는데요, 혁진님도 육아/가사 모임 등에 참여하고 계신가요?


따로 육아/가사 모임 같은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쌍둥이라 밖에 나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나마 아이들이 3살되면서 컸고 하니까 밖에 나갈 수 있는거지, 초기에는 정말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질 못했어요. 그래서 네이버 육아카페 같은 곳에 가입을 하려고 했는데, 남자는 아예 가입을 안시켜주더라고요. 최근에는 육아휴직하는 남자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육아는 아직 여성들의 고유한 영역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이런 역차별도 있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남자는 그런 육아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없어요. 아직은 벽이 있는거죠.



Q15. 전업주부들은 어떻게 여유 시간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혁진님은 어떻게 여유시간을 활용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집안일은 끝이 없기 때문에, 그냥 집에 있으면 일입니다. 그래서 그 쉴 수 있는 지점과 경계를 제가 만들어야 합니다. 하루, 일주일, 한달 단위로 어디까지 뭘할지 계획을 해야 남는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안그러면 하루 24시간 내내 일을 해야하니깐요.


전업주부 초반에는 뭘 따로 한다라는 여유 자체가 없었어요. 그 때는 쉬는게 밤에 자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올해부터는 애들이 좀 커서 어린이 집에 다니기 시작했거든요. 9시반에 가서 4시쯤 돌아오는데, 애들이 없는 시간을 좀 세분화 해서 여유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제가 앞으로 회사는 다니기가 어려우니, 대신 프리랜서로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수화통역사나 배관기능사, 타투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글쓰는 것에도 관심 있어서 소설 쓰는 수업도 듣고 있고요. 지금은 단순히 꼭 돈이 되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내가 관심있고 나에게 어울릴 것 같은 것들을 여러가지 해보면서 저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Q16. 아직까지, 사회노동에 비해 가사노동은 상대적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혁진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보통 남자들이 집에서 애보는 일을 노는 것처럼 얘기할 때가 많은데, 왜 그러는지 제가 고민해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남자들이 자신들도 언제든지 집안일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집에 사는 모두가 주부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구나 집에서는 조금씩이라도 요리를 해먹기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잖아요. 그래서 남자 입장에서는 ‘아 집안일 쉽지, 나도 조금은 하잖아.’라고 생각해버리기가 쉽다는거죠. 그런 이유로 남자들이 가사노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남자들이 직접 주부가 돼서 하루종일 가사일을 해보지 않는 한, 체감해보기 쉽지 않은거죠.



Q17. 혁진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일단 아침 7시 정도에 일어나서 가족들 밥을 차려주고요. 와이프가 출근하면 애들한테 만화를 틀어줘요. 만화를 틀어줘야 애들 옷을 준비하고, 저도 씻고,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를 할 수가 있어요. 유모차 준비하고, 애들 가방도 다 싸면, 이제 애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줍니다. 그리고 집에 오면 반찬을 만들거나, 청소, 빨래를 하고요, 고양이들도 좀 관리해주고. 그리고 남는 시간에 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그런 하루하루의 반복입니다.



Q18. 혁진님의 카톡은 가족으로 도배되어 있더라고요. 혁진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으신가요?


어릴 때 저희 가족은 상황이나 유대가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심적으로 편하지 않았고, 어머니도 없었고, 저는 또 동네 친구도 많지 않았어요. 좀 크고 나서,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과 놀기 시작했고요.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빨리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해서 집을 나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지금 저의 아이들은, 그런 생각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저를 친구처럼은 아니지만, 편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제가 어렸을 때 느꼈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그런 존재이자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19. 혁진님이 생각하시는 직업관이 궁금합니다.


아까 저를 탐구하기 위해서 지금 여러가지를 시도해보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다른 사람이 보면 우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집에서 저글링과 스케이트보드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애들이 관심있어할 것 같아서 전자 키보드도 샀습니다. 틈틈이 저도 연주해보고 있고요.


흔히들 직업과 경제활동을 연관지어서 생각하는데, 재벌 2세는 과연 직업일까 생각해보면, 직업은 아니잖아요.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돈 많은 그 사람이 먹고 살기위해서 일을 하는건 아닐테니까요. 직업을 하나의 틀로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자신의 상황과 가치관에 맞게 직업을 재정의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어릴 때부터 추구했던 것이 ‘재미’였거든요. 저는 나중에 죽더라도 죽기 직전에 정말 재밌는 농담을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돈을 많이 벌고, 힘을 얻고, 감투를 쓰고 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제가 소설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마크 트웨인의 재미있는 글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 사람은 날카로우면서도 그 속에 웃음이 있던 촌철살인의 유머를 구사했던 사람이에요. 저의 가치관에서는 재미가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이라면 가치를 부여해서 직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Q20. 가사분담에 소극적인 남편분들에게 혁진님이 하고 싶은 말


지금 저희가 살아가는 세상은 변화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과거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고, 실제로 많이 바뀌어졌고. 그래서 요즘의 갈등들이 그 변화의 영향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데, 가사 문제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가사문제에 소극적인 남자들은, 하루종일 집에 누워서 리모콘만 돌리던 가부장적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것 일텐데, 한번 깊게 생각해보시길. 생각해보시면 다른 것들이 보일 겁니다.



Q21. 앞으로의 혁진님의 계획과 꿈이 궁금합니다.


딱히 어떤 직업을 찾고 싶진 않고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그래서 뭔가 상징이 될만한 일들을 해보고 싶긴한데, 그 중에 하나는 재미있는 소설을 써보는거고요. 여러가지를 배워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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