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 프로젝트 #4 김세열님의 인터뷰
이번 설 연휴 인천공항 이용객이 20만명이라고 한다. 명절 연휴 최대 기록이라고 하는데, 이젠 귀성객 규모만큼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내용을 들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회가 된다면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욕구가 그만큼 강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한번쯤 세계일주를 꿈꾼다. 그러나 정작 실행하는 사람은 많지않다. 일상이 발목을 붙잡기 때문이다. 꿈이 말 그대로 꿈으로만 끝나는 것이다.
세열님은 사업가다. 사업가라서 일반 회사원보다 더 여행할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더 열심히 여행을 다닌다. 아웃보어 브랜드 사장님이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아무리 그래도 사장인데라는 생각이 앞선다. 여행가로서의 세열님, 그리고 사업가로서의 세열님에 대해 인터뷰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킬리(KILI) 아웃피터스 대표 김세열입니다.
Q2. 여행을 좋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내가 왜 여행을 좋아하게 됐을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뭐랄까. 여행을 통해서 뭘 바꿔야겠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 이런 거창함은 없었고, 내가 세계여행을 맘먹게 된 건, 막연히 고등학교 때부터 ‘태어났으면 세계 한번 돌아봐야지.’라는 마인드가 컸기 때문이야. 그냥 세상을 보고 싶어서 놀러간거지.
요즘 특히 SNS를 보면 나를 찾아가는 여행 이러면서 스토리로 푸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여행을 자주 하다보면 삶에 대한 태도는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는게 여행이라는게 워낙 알 수 없는 일이 많잖아? 안 좋은 일을 겪을 때마다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난 또 여행쪽 일을 하고 있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고.
Q3. 여행 중에 느낀 에피소드나 깨달음
여행은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 누구와 여행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가서 누구를 만나는지도 중요하더라. 정말 할게 아무 것도 없는 여행진데 좋은 사람들 덕분에 그 여행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
배낭 사업가로서의 세열님
Q4. 배낭을 만들기 전 세열님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어떤 계기로 배낭을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래는 구체적인 꿈이 있진 않았는데, 중/고등학교 시절 때부터 돈을 벌긴 했었어. 어릴 때부터 사고 팔고를 잘했어.
25살 때인가, 어머니가 생신이셔서 등산복을 하나 사드리려고 벼룩시장을 보다 보니까 특정 브랜드가 50% 할인을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갔지. 엄마 옷도 사고 겸사겸사 둘러보고 있는데, 벽에 걸려있는 옷이 너무 예쁜거야. 그래서 입어봤는데 완전 내 옷인거야. 가격표를 봤지, 너무 비싼더라고. 아크 테릭스라는 브랜드였는데, 가격이 89만 9000원. 당시에 내가 미국 이베이 연계해서 소소하게 부업삼아 수입해서 이것저것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옷도 미국에서 직접 구매해서 사면 싸지않을까 싶어서 현지가를 알아봤는데 한국 판매가의 절반인거야. 그 때 ‘야! 이게 돈이 되겠구나’ 싶어서 아웃도어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일을 했었지.
그래서 세계 여행을 가기 전에 이미 좋은 아웃도어 브랜드와 제품들을 이미 많이 알고 있었어. 내가 31살에 여행을 갈 때도 좋은 배낭에 좋은 장비들 챙겨서 갔었고. 첫 나라가 중국이었는데, 베이징이나 상해 같은 큰 도시들이 아니라 계림으로 들어가서 오지 위주로 한달간 여행하고. 그 다음에 파키스탄. 또 그 다음에 인도에 맥그로드 간즈를 갔는데 거기서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메고 있는 배낭이 너무 안 좋아 보이는거야. 디자인도 구린데 기능도 안 좋은 배낭을 메고서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는 ‘내가 만들어도 저것보단 잘 만들겠다.’라는 생각을 했지.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여행 중에 잠깐 한국에 들어왔다가 실제 실행에 옮기게 된거지. 사실 한국에 잠깐 들어왔다가 중남미를 여행할 계획이었는데, 배낭 때문에 포기했어. 사실 그래서 난 아직도 중남미를 가보지 못했어.
그러니까 내가 배낭을 만들게 된 계기는 단순해. 내가 만들어도 저것보단 잘 만들겠단 생각에 시작했고, 실제 찾아보니까 등산 배낭은 많아도 배낭 여행은 제대로 된 게 많이 없길래 내가 직접 만들었어.
Q5. 제품 개발이 처음이셨을텐데, 킬리 배낭이 성공할거란 확신이 있으셨나요? 제품 개발에 몰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제품 개발을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관심을 갖게되면 어떻게든 되더라고. 내가 정말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배낭 사이트들은 다 들어가봤을거야. 그 중에 맘에 드는게 있으면 직접 사보기도 하고, 뜯어보면서 아 이런 기능이 있구나 연구하기도 하고.
제품이 성공할거란 확신은 없었어. 그런데 주위에서 많이 도와줬지. 당시 내가 여행을 다녀온 직후라 여행쪽 아는 사람들이 생긴 상태였는데, 그 중에 회원이 10만명 정도 되는 인도 여행 카페 운영자 형이 있었어. 사비 3,000만원을 들여서 제품 300개를 만들고 판로가 없던 상황이었는데, 형이 카페에서 공동 구매를 진행해줬지. 그래서 당시에 300개 모두 판매하고, 150개는 나중에 추가로 판매하고. 스타트가 좋았지.
몰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가 그래도 이전 배낭들 보다는 잘 만들 수 있겠다란 자신감이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첫 제품의 이름은 ‘인테그랄(integral)’이야. 이보다 더 좋아질 수 없다라는 수학용어라고 하더라고.
Q6. 배낭 브랜드를 운영하시는 입장에서, 세열님이 개인적으로 영감을 받고 좋아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어디신가요?
아크테릭스(arcteryx)라는 배낭 브랜드를 좋아하긴 하는데, 킬리랑은 지향점이 많이 달라. 아크테릭스는 굉장히 심플하고 기능적이야. 난 색상 같은 부분에서는 아크테릭스를 많이 참고해. 색감을 굉장히 잘 뽑아내. 북유럽쪽 아웃도어 브랜드인 피엘라벤(fjallraven)도 좋아하고.
Q7. 배낭 개발/출시를 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개발이 가장 어렵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니까. 당시에 나 혼자 한 1년정도 개발을 했었어.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1년에 1개씩 새 배낭을 출시하고 있어.
판매도, 지금은 많이 팔리고 있지만 옛날에는 하루에 1개 정도 팔았으려나. 킬리가 최근 급성장한 브랜드가 아니냐란 얘기를 많이 듣는데, 매출면에서 봤을 땐 꾸준히 차근차근 성장해왔지.
Q8. 다른 배낭과 비교했을 때, 킬리만의 차별점이 궁금합니다.
여행자 입장에서 만든 배낭이라는거? 내가 직접 여행을 하면서 만든 배낭이니까. 난 일본에 단기 여행 갈 때도 킬리 배낭 메고서 여행가거든. 그런 단기 여행 갈 때는 나도 캐리어 끌고 싶긴한데. (웃음) 그리고 신제품 나오면 항상 내가 직접 메보고. 타 배낭에 비해서 아주 뛰어나다고는 얘기 못하겠지만, 여행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 한두가지는 있다고 생각해.
Q9. 반대로 킬리의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려고 생각하고 계시나요?
킬리의 단점이라면, 대표가 일을 열심히 안하고 놀러다닌다? 정도. (웃음) 그리고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은 것.
Q10. 아웃도어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쁘고 보람있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우리는 배낭을 사러 직접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은데, 직접 메보고 칭찬할 때가 제일 좋지 당연히. 그리고 또 기쁜건 내가 여행 나갔을 떄 킬리 배낭 메고 있는 사람보면 또 그게 그렇게 기쁘더라.
Q11. 반대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직접 컨트롤하기 힘든 부분이 맞닥뜨렸을 때가 힘들지. 특히 공장 컨트롤. 공장이 납품을 약속된 날짜에 해주지 않고 딜레이 된다던가.
Q12.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으신가요?
연예인 바다님? 우리가 둥지탈출이라는 프로그램에 배낭 협찬을 했었는데, 바다 남편분이 그걸 TV에서 보고 어렵게 찾아서 찾아오셨더라고. 우리가 협찬을 했지만 마케팅을 따로 하지 않았거든. 그러다 보니까 찾기가 되게 힘드셨대.
Q13. 킬리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여행과 관련된 토탈 브랜드가 되는 것. 배낭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여행 제품군을 갖추는 것. 킬리하면 여행 업계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올해나 내년즈음에는 제대로 된 매장을 꾸미는게 목표야.
Q14. 세열님의 향후 일적인 목표,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올해는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좀 더 열심히 놀고 그리고 영어를 마스터 하는 것. 영어를 잘해서 외국인들하고 좀 더 소통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