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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 Nov 09. 2023

머리를 쥐어뜯고 있습니다.

괴롭지만, 즐겁다.


“으. 끄~ 응..”

이 소리는 힘겹게 ‘떵’을 누는 소리가 아니다. (물론 내가 변비가 있긴 하지만) 이 소리는 머리를 짜내다 못해 괴로워하며 끙끙대는 창작의 소리다. 창작이라 말하니 꽤 거창하다. 그래서 더 생각해내지 못하는 건가. 이건 뭐 브런치 먹어보기만 했지. 브런치를 쓰고 있는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나온다. 남들은 글도 참 재미있게 잘 쓰던데, 나는 뭘 믿고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 거니. 썼다 지웠다를 여러 번 반복하다가 결국 서랍에 다시 넣어둔다. 점점 나만 보는 글이 되어 간다.


브런치 작가 도전하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 4주가 되었다. 운이 좋게도 빠른 합격을 했다. 그러나 기쁨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던 것 같다.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지 자신 없어졌다. 나 혼자만 재미있고, 혼자만 좋아하는 글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 좋아하는 글을 발행한다는 건, 환경오염이니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슬프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한 마음에 글 구경을 나선다. 와아. 놀랍다. 사람들의 삶이 정말 다양하구나. 나만 유별나게 살아온 것 같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겠네. 사연 없고 역사 없는 사람 없다더니, 신기방기하다.



나도 ‘라떼’가 있었나 보다. 나의 삶만 특별하고 에피소드가 많다고 생각했지, 다른 사람들은 평범하게 사는 줄 알았다. (상담실에서 매번 놀라면서도 그런다.) 그들의 이야기에 비하면 나의 삶은 귀엽다. 그동안 다들 어디에 있었던 거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산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놀랍고, 반성하게 된다. 브런치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증빙 자료를 모아 놓은 곳 같다. 스토리는 제 각각이지만, ‘열심히 사는 모습’은 다 닮아 있는 자료들. 사람은 이래서 겸손해야 하나 보다. 정신 차리라!


그렇다. 브런지 작가를 하게 되면서, 나는 좀 더 세상이 넓어진 느낌이다.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유심히 보게 된다. 쓸 거리를 위한 재료가 없나 하는 마음에 관찰하게 되고, 모르는 것은 찾아보게 된다.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것들이 편견과 차별은 아니었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경청하게 된다. 삶의 목표인 ‘더 나은 사람을 위한 성장’에 딱이다. 훗날 근사한 내 모습에 흐뭇한 웃음을 지어본다. 즐거운 상상은 여기까지.


그러나 모든 일에는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이 공존한다. 평소 하루 24시간을 쪼개며 사는 편인데,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역시 일 벌이기 천재.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만만치 않은데, 나는 무슨 생각으로 글을 쓴다고 했을까. 타자를 두드리는 지금도 내가 이해가 안 된다. 내 능력을 과대평가한 것일까. 아무리 태블릿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도 그렇지. 멋지고 좋은 건 다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자는 시간도 부족하고, 책 읽은 시간도 부족한데, 글을 쓴다? 내가? 바쁨에 바쁨이 더 추가된 느낌이다. 정말 짬 내서 틈틈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왕 시작한 거 맛만 보고 접어 둘 수는 없으니까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라고, 마음은 먹었지만 쉽지 않다. 그렇게 투덜대는 중에.



가족들과 함께 미용실에 갔다. 짝꿍 머리 커트 하는 동안, 꼬맹이와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이 지루했던 꼬맹이가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책도 가지고 가지 않았던 터라,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하다.. 브런치 서랍에 있는 글을 살짝 디밀었다.


엄마가 쓴 글인데, 함 볼래?

내 글을 읽는 최초의 사람이다. 꼬맹이는 자신이 마치 심사위원이 된 양, 진지한 표정으로 읽기 시작한다. 표정은 점점 아리쏭해지다가 살짝 웃으며, 폰을 내게 건넨다. ‘뭐지? 어떤 거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동안 꼬맹이 글 쓴 거 칭찬 많이 많이 해줄걸. 꼬치꼬치 물어볼 수도 없고.‘ 무심한 척 물어본다. “어때?”

재밌어. 잘 읽어져. 만화 같아.

“아. 진짜? 고마워. “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리고 꼬맹이는 이러쿵저러쿵 느낀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 내용보다 좋았던 건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는 물었다. 글을 쓴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건지,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했는지 등 호기심 폭발이었다. 아직 발행되지 않아 모르겠다고 했더니, 무척 아쉬워했다. 문득 다음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네.

바빠진 것에 대한 투덜거림을 내려놓고 다시 생각해 본다. 그동안 꼬맹이에게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종종 했었다. 그 말이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인 걸 알면서 머뭇되다니.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서라도, 일단 글을 띄어야겠다.  그래. 까짓 것. 아줌마가 무서운 게 어딨어? (내가 제일 무서운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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