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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Apr 21. 2018

[프롤로그]뮤지엄산 도슨트가 되다

좋아하는 공간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고 느끼고 그리고 이야기하다 

그러니까 아마 2014년 봄이었던 것 같다. 지인들과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에 놀러갔다가 뮤지엄 산을 처음 찾은 것은 . 자연과 어우러지는 드넓은 공간 .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브랜딩 (나는 컨셉과 디자인에 민감한 . 어쩔수 없는 마케터다).  근사한 조형들과 작품들 (그 당시엔 조형물들이 가지는 의미는 전-혀 몰랐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안도타다오 선생님의 건축물.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만난 사함에 일상으로 돌아오고 난 후에도 꽤 오랫동안 주변 지인들에게 꼭 가봐야 할 장소로 추천했고. 또 개인적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찾아보고 공부했던 뮤지엄 이다. 

뮤지엄산의 브랜딩 (사진 출처 : 인터브랜드)
뮤지엄산의 강렬한 첫인상 

시간이 몇년 흘러. 작년 여름부터. 나는 그렇게 참 좋아하는 공간 뮤지엄 산에서 도슨트 (전시해설사) 로 활동하게 되었다. 


누군가 마케터로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이 뭐냐고 질문을 한다면 종종 '(진지충 같거나,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내 기준과 취향에 부합하는 , 그래서 무척 좋아하는 제품 혹은 브랜드의 숨어있는 이야기와 가치를 ,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다' 고 답변해 왔었는데 . 어떻게 보면 이 기회가 내겐 그랬다. 


뮤지엄산 (Museum SAN) 은 Space. Art . Nature 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네이밍이다


나는 뮤지엄산에서 정성스럽게 마련한 <뮤지엄산 제4기 도슨트 양성 교육 프로그램> 을 운좋게 수료했고, 교육과 리허설 과정을 거쳐 작년 여름부터 정식 도슨트로 활동하게 되었다. 총 5주 짜리 교육 프로그램은 일로서의 도슨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대한 강의. 뮤지엄 산 히스토리와 주요 작품들 . 상설+기획전시들에 대한 설명까지 - 꼼꼼한 이론 강의와 뮤지엄 투어 그리고 실습으로 구성되었다. 


일하는 직장인이기에 서울에서 원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마다 반차를 써가며. 120Km 를 직접 운전해서 달려가야 하는 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지만. (feat. 점심은 늘 호도과자와 아메리카노) 여튼 즐겁고 행복한 여정이었다. 

뮤지엄산 제4기 도슨트 양성교육 프로그램 수강생 모집 포스터 


교육 프로그램의 첫 날, 첫 시간이니만큼 뮤지엄 산의 학예사님들과 30명 정도 되는 동기 도슨트 분들과 각자 자기 소개와 뮤지엄산 도슨트에 지원하게 된 계기 같은 것들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뮤지엄 근처인 원주와 제천에 사시는 분들부터 나처럼 서울에서 달려온 분들. (전 기수에는 저멀리 상하이에서 오신 분도 있었다고!) . 건축가 안도 타다오를 좋아하시는 분들. 예술과 미술 관련 일을 하셨던 분들 혹은 지금도 하시는 분들 . 그저 예술과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나이도 성별도 천차만별이었지만 (의외로 50대 이상의 선생님들이 많으셨다! 내일 모레면 마흔인 내가 거의 막내 수준인 ^^;)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것을 위해 순수하게 모인 사람들과는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단단함이 있었다. 


내가 조금은 부끄럽게 전한 출사표는 이랬다. 뮤지엄 산 도슨트 지원서에 한자 한자 써내려간 내용이기도 했다. 

저는 미술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관련 분야에서 오래도록 일한 사람도 아닙니다 . 미술사. 예술가들의 연대기와 작품 세계. 예술계의 이야기. 예술 사조등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물론 이것들이 필요하면 배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feat. 많이 가르쳐주세요!)  

사실. 저를 포함한 보통의 사람들이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는 건, 어렵고 그래서 조금은 따분한 미술사에 대해서 공부하거나. 예술가들의 연대기 정보를 알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때로는 이러한 선입견이 박물관과 미술관을 문턱 높은 곳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여전히. 

저는 제가 뮤지엄 산을 처음 찾고 가졌던 느낌들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래서 그들이 일상에 지쳤을 때 떠올리고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을 갖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예술과 미술이 고상하고 어렵고 난해한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생각과 고민들을 아티스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라고 . 그래서 그 결과물들을 마주한 우리의 생각과 느낌들을 그저 나누면 되는 거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호기심 어린 시선을 가지면 생각지 못한 재미와 위안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조곤조곤 알려주는 친절한 가이드가 되고 싶습니다. 


예술과 미술을 좋아하는 마케터이자 기획자 출신의 도슨트로서. 이런 초심을 이어가도록 뮤지엄 산에 대한 이야기, 상설전과 기획전들, 주요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뮤지엄산 도슨트에 대한 이야기를 될때마다 기록해두려고 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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