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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Oct 21. 2019

뮤지엄산 [낯선 시간의 산책자] 전

일상, 익숙하게 보아온 것들을 다르게 보기 

시간을 돌아보기 좋은 계절, 원주 뮤지엄산에 새로운 전시가 시작되었다. 전시 타이틀은 <낯선 시간의 산책자> . 일상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것들에 대해 다르게 보기를 시도하는 국내 30-4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는 사진전이다. 전시는 크게 사물 (오브제)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작품과, 특정 장소를 담은 작품 그리고 특정 장소를 넘어 확장된 시선으로 새로운 풍경을 창조해낸 작품들로 구분되어 있다. 우리와 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운 그래서 손에 닿는 사물로부터 장소, 풍경으로 점차 시선이 멀어지는 구성이라고 이해하면 좋겠다. 


일상을 벗어난 조금 다른 시각을 선물하는 전시랄까. 정답이 있는 것도 지식을 쌓아야 하는 것도 아닌 이번 전시에서 작품들 사이를 산책하듯 걸어보길 낯선 시간의 산책자가 되어보길 추천한다. 


전시 관련 개요 

전시기간 : 2019년 9월 11일(수) ~ 2020년 3월 1일(일) 

전시장소 : 청조갤러리 1,2관 (C1, C2)  

참여작가 (11인 / 사진 및 영상, 설치 총 67점) : 김도균, 기슬기, 박기호, 사타, 오용석, 원서용, 원성원, 이소영, 이정록, 전명은, 주도양 


오브제 

익숙한 대상을 어떻게 새롭게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가 아는 바로 사물,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또 다른 시선을 가만히 따라가보면 어떨까. 


KDK (김도균) 작가의 [P] 연작은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흰색의 제품 패키지들을 근접촬영한 작품들인데 [P] 연작의 알파벳 P는 패키지를 의미한다고 . 작품 옆으로 촬영의 대상이 된 제품들 목록이 있으니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홈런볼 박스, 계란 박스, 전자책 리더기 박스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전명은 작가의 작품 [새와 우산]도 흥미롭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의 극중 직업이라고 늘 수식되는 폴리아티스트 (*영상의 음향 효과를 위해 인공적으로 소리를 만드는 사람) 의 작업실에 갔다가 작가가 직접 경험한 시각 그리고 청각의 경계가 무너지는 낯선 시간을 사진에 담았다. 눈으로 보기에는 쓰레기통이 어울리는 망가지고 낡은 우산이지만, 새가 날아가는 날갯짓의 소리를 만드는 도구로 사용되며 그 의미가 달라진다. 이것은 우산인가 새인가. 


장소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장소에서 감각하는 다양한 이야기 


우리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지나다니는 지하철역. 이소영 작가는 그 지하철 역사의 기둥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냈다. 작품 [출구1에서10번-셀수없는기둥사이] 에서 다양한 사람과 표지판, 글자와 컬러가 사라진 지하철 역사는 익숙하고 또 낯선 공간이 되었다. 


박기호 작가의 작품 <고요한경계 Silent Boundaries> 연작은 서울 돈의문에서 미아동, 북아현동을 거쳐 길음동에 이르는 작가의 4년간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점점 사라져가는 것들 혹은 남겨진 것들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담아 철거를 앞둔 재개발 지역의 빈집들을 촬영했다. 우리가 평소 철거와 재개발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고통스럽고 긴장감이 서린 회색빛 풍경이 아닌, 따뜻한 시선이 가득 담긴 작업들이다. 사진들은 한지에 인쇄되어 철거 지역에서 가지고 온 철근에 매달려 전시되어 있는데, 작품의 느낌을 살리는 재미있는 지점이다.  


풍경

저마다 , 각자의 의미로서의 풍경 


기슬기 작가의 작품 <Post Tenebras Lux> 은 라틴어로 ‘어둠 뒤에 빛이 있으라’ 라는 뜻. 작가는 장노출 촬영으로 풍경 안으로 침대보를 쓰고 직접 들어가 즉흥적인 동작을 하며, 안개처럼 불분명한 형태를 작품에 새겨냈다. 이 작품은 작가 본인이 아이슬란드에서 직접 경험한 순간을 담아냈다. 아이슬란드의 짙은 안개 속에서 시야가 제한되고 감각이 새롭게 정의되었던 순간의 경험들을 기억하고, 작품 속에서 안개를 형상화하여 감각이 차단된 공간 속에서 주변을 파악해보고자 했다고 작가는 전했다. 


원성원 작가의 작품은 일단 작품명이 무척 흥미롭다. 독특한 사진 콜라쥬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의 작품 제목은 [연구원의 선인장], [공직자의 얼음기둥], [언론인의 바다], [약사의 실험나무] [교수의 바람들판] 이렇게 연작처럼 진행되는 것이 특징. 사진을 보며 연구원의 선인장은 그래서 어떠하다는 것인지 곰곰히 따져묻고 생각해만드는 지점이 있다.  


이정록 작가의 <Decoding Scape> 연작은 자연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어떤 소리를 낼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작품명 Decode 동사. 해독하다 처럼 자연풍경의 음성을 해석하여 시각화해본 작품이다. 한글의 철학적인 모티프 - 천.지.인 그리고 자음과 모음 등이 가진 의미와 그에 해당하는 야외 현장에서 플래시 발광을 통해 순간적으로 필름에 새겨넣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그것은 역시나 관람객의 몫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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