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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Oct 22. 2019

뮤지엄산 [한국미술의 산책 V. 추상화] 전

김환기, 유영국, 이성자 . 한국적인 추상화를 만나다 


[한국 미술의 산책] 전시는 뮤지엄산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다. 이번 전시는 서양화, 단색화, 산수화와 조각전에 이어 그 시리즈의 다섯 번째로 한국 현대 추상화를 소개한다. 


추상화는 사전적 의미로 자연에 실재하는 형상을 그대로 모방해서 재현하는 방식을 벗어나 점·선·면·색채의 순수조형 요소로 구성한 비대상의 그림을 이른다.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서양의 초기 모더니즘은 대상을 모방하거나 재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순수한 조형 언어의 미를 추구하고자 했으며, 1950년대 중후반 보수적이고 경직된 한국의 화단을 벗어나고자 했던 많은 한국 화가들도 이러한 새로운 조형 언어를 습득하고자 했다. 한국에서의 추상미술은 1930년대 중반경 일본에 체류하던 김환기, 유영국 등 극소수의 청년 미술학도들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이들의 실험은 한국적인 모더니즘의 시작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한국의 추상화에 대해 최근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 더욱 기쁘기도 하고, 전시해설을 준비하며 이즈음 작가들의 고뇌와 투쟁 같은 것들이 느껴지기도 해 작품의 의미가 새삼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과 함께 그 당시 작가들의 고민과 생각들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전시 개요 

전시 기간 : 2019년 3월 22일 ~ 2020년 3월 1일

전시 장소 : 청조갤러리 3관 

전시 작가 : 김환기,유영국,남관,전혁림,류경채,정규,함대정,문신,이성자 (총9명) 


한국적 추상미술의 선구자 - 유영국 

한국 추상미술을 이야기할때 가장 먼저 입에 오르는 존재 유영국 화백의 작품이 네 점이나 전시되고 있다. 1950년대 후반의 작품부터 80년대 말의 작품까지 시대순으로 소개가 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법과 형태가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고향의 자연에서 얻은 소재를 캔버스에 옮기는데 50년대 후반의 초기 작품에선 단순화된 선, 색면의 대비와 두터운 구획선을 구사하며 화면 전체가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되던 것이 점차 엄격한 구획은 사라지고 색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구성되거나 부드러워지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질서정연한 화면, 기하학적인 형태로 안정되어 가는 화면이랄까.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후반부의 작품에서는 색상 마저도 부드러워지는 것을 발견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느껴보기도 한다. 


좌우대칭의 조각가 - 문신의 채화 작업 

추상조각의 거장, 문신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지난 조각전에서 전시하기도 했던 조각 작품이 아니라 그의 채화 작업을 만날 수 있는 것이 독특하다. 작가의 채화는 1973년 대형 조각 작업을 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치며 병원에서 생활하게 되며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사고로 어쩔수 없었지만 새로이 채화의 영역을 구축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작가 스스로도 긍정적으로 회상하는 시기였다고 한다. 이 시기의 작업들에 대해 구상과 비구상을 아우르는 ‘모세혈관의 합창’이라는 애칭을붙이기도 했다고. 

채화 작품들은 1970년대부터 95년까지 제작되었으며, 기본적으로 대규모 조각을 위한 스케치의 성격을 지니지만 80년대 이후 독립된 영역으로 채화 작업을 지속하며 구체적인 대상의 형태를 표현하고 채색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기도 한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최초 여성화가라는 수식어- 이성자 

한국 근대 추상 회화의 대표적인 작가로 국내 보다는 파리에서 먼저 인정받은 이성자 화백. 회화부터 목판화, 도자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에 파리 화단에서는 ‘여자 피카소’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고 한다. 


이성자 화백의 작품 시기를 크게 네 시기로 나누는데 크게 ‘여성과 대지’, ‘도시, 음과 양’,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우주시대’로 구분한다. 나는 여자이고, 여자는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대지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여성과 대지 시기에 그린 1961년작 [함께 있으면]은 본격적으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한 시기에 그린 작품이다. 화면을 반복적으로 덧칠하고 긁어내는 방법으로 그려낸 작품은 집중력과 반복적인 노동력이 집중된 것으로, 아이들에게 밥을 떠 먹이는 어머니의 행동을 상징한다. 이 시기의 작업은 이성자 화백의 자식들을 향한 그리움과 또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열렸던 대규모 개인전의 타이틀이기도 했던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작품은 우주에대한 작가의 관심이 드러나기 시작한 시기의 작업이다. 여성과 대지 시기에 관심을 둔 기본 개념이 땅이 었다면, 시간이 갈 수록 그 시점이 하늘로 옮겨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에어브러시를 이용한 뿌리기 기법, 파스텔톤 색감 등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서정적이고 새로운 화풍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로 작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풍경의 아름다움과 그때의 감정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제목의 ‘지구 반대편’은 프랑스 건너편의 고국을 상징한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한국 대표 추상미술화가 김환기 

김환기 작가는 아마도 가장 많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한국화가가 아닐까. 한국 출신 화가 중 가장 그림값이 비싼 화가. 경매가로 늘 신기록을 경신하는 화가. 김향안과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환기 블루라는 고유한 색감. 화면을 점으로 꽉 채워 작품 뿐만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반복적인 행위자체가 예술로 승화되는 전면점화 ... 김환기 화백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도 물론 재미있지만, 이번 전시 동선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배치되어 있으니, 긴 호흡으로 작품을 조용히 찬찬히 관람하고 가시길 바래본다. BTS 의 RM 이 휴가중에 뮤지엄산을 찾아 김환기 작가의 작품 앞에서 찍은 사진이 SNS 에서 화제가 된 것은 재미있는 에피소드 ! 

 



* 작품 이미지 출처 : 뮤지엄산 홈페이지  (http://www.museumsan.org)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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