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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Nov 04. 2019

뮤지엄산 [풍경에서 명상으로] 전

자연의 풍경들이 당신의 마음을 건드리게 됩니다 

살아갈 힘을 되찾는 곳, 원주 뮤지엄산 (MUSEUM SAN) 에서 전시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뮤지엄산의 지난 그리고 지금의 전시들, 그 이야기들을 아카이브 해두고자 합니다. 


뮤지엄 SAN의 <풍경에서 명상으로> 전시는 산과 하늘, 물 등 자연과 조우하는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이 풍경 앞에 놓인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이러한 자연의 풍경이 마음의 풍경을 건드리고, 관람객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깊은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뮤지엄산의 모든 전시가 그러하였지만, 특히나 SPACE, ART 그리고 NATURE 세가지 요소가 어우러지며 일상과 단절된 느낌을 주는 뮤지엄산과 유독 잘어울리는 전시가 아니었나 합니다. 


기본 정보 

전시 기간 : 2018년 9월 21일 ~ 2019년 3월 3일

전시 작가 : 오명희, 강종열, 김일권, 김선형, 정석희, 박능생, 한지석, 이해민선, 육근병, 김승영

전시 장소 : 뮤지엄산 청조갤러리 1관 , 2관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오명희 작가의 [Radiant Center of Life] 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님이 자주 사용하는 소재인 나무와 새 , 꽃의 형상이 어우러져 눈이 내리듯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것이 특징입니다. 화면 내에서 새는 매우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고, 꽃은 얇은 자개를 활용해서 반짝이게 표현되었는데 소재와 구성이 동양화적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아득하게 사라지는 어떤 추억을 곱씹게 하는 심리적 정신적 거리를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인지 따뜻한 느낌과 동시에 어쩐지 쓸쓸함이 묻어나는 작품이었습니다. 오명희 작가는 최근에는 축구선수 박지성의 장모로 더 잘 알려진 것은 여담이지요. :)  


오명희 작가의 작품 옆엔 김일권 작가의 [2018.06.20]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순천만의 작가' 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김일권 작가는, 별명에서 유추할 수 있는 순천만의 풍경들을 캔버스에 담은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계십니다. 그의 추상화 같은 작품 속에는 드넓은 갈대밭, 갯벌, 푸른 하늘, 저녁 노을과 새벽 안개 등 순천만의 모습들, 시간에 따라 풍부하게 변화하는 모습들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 제목 2018.6.20 도 해당일자의 순천만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이라 합니다. 

세계적인 미술 평론가들로부터 순천만을 명상의 공간으로 한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일권 작가는 실제 순천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유학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크리스티 경매에 7점을 출품하여 현지 콜렉터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예상가를 넘는 낙찰을 기록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색면추상의 대가인 마크 로스코의 그림과 유사한 지점이 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기도 하는 작가입니다. 


일권 작가가 순천만의 작가라면, 김선형 작가는 푸른빛의 작가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파란색을 울트라마린 컬러라고 하는데, 왜 하필 푸른색이었나 ? 하는 질문에 구례 화엄사에서의 일화를 이야기합니다. 늦겨울 저녁 예불 시간을 알리는 화엄사의 범종 소리가 은은하게 하늘로 퍼지는 시간, 검푸른 색으로 덮인 서쪽하늘 사이로 새가 한마리 날아갔는데 그 순간의 느낌이 작가에게 깊이 각인되었다고. 새벽이 오기 전에도 밤이 오기 직전에도 하늘이 파랗게 물드는 것처럼, 파란색은 시작이자 끝인 , 경계를 아우르는 찰나의 색이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자연 자체를 똑같이 모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바라보는 자연의 느낌을 표현하는 본인의 작품에 이 경계의 색 푸른색을 쓰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김선형 작가는 2007년 GARDEN BLUE 연작을 시작하여 12년째 줄곧 푸른색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오고 있습니다. 전시에선 크게 두점이 전시되었는데 푸른색으로 완성한 대규모 작품이 압도적입니다. 최근에는 푸른색이외에 먹을 섞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푸른색과 함께 검은색이 캔버스에 표현되며 뭔가 깊이감을 주기도 합니다. 


한지석 작가의 [깊은 주의] 는 작품 제목처럼 캔버스에 깊은 주의를 기울여보길 권합니다. 강렬한 마린 블루 컬러가 캔버스를 뒤덮었는데, 그 위로 산, 나무, 하늘 같은 형태가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얼마나 높은 산인지 어떤 계절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지만 관람객의 깊은 주의를 끌어내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산 등성이에서 빛나는 무엇인가는 과연 무엇을 표현하려고 한 것인지, 누군가의 조난 신호일지, 추상적인 표현일지.

 

그렇게 빛의 형태, 산봉우리의 형태에 집중하다보면 어느덧 형태가 사라지고 물감의 덩어리로 보이는 시점이 있는데 추상과 구상의 경계,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과 사라지는 지점이 공존하는 것이 한지석 작가 작품의 특징이며, 결국 관객은 온전히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바라보게 됩니다. 


강종열 작가는 '동백꽃 화가' 로 유명한데, (자꾸 작가의 애칭을 소개하는 것 같아 민망하지만 :) 어떤 주제와 소재에 집중하는 작가인지를 알면 작품의 이해에 좋은 팁이 되기에 소개합니다. ㅎㅎ) 동백을 주제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현하여 동양의 정신을 머금은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전합니다. 

Camellia 연작 또한 큰 캔버스에 동백꽃이 만개한 풍경이 담겨있는데요. 가까이서 또 멀리서 관조하듯이 작품을 보면 색다른 감흥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동백꽃 주위로 하얀 동박새들의 모습도 인상적이구요. 강 화백은 동백을 소재로 삼아 그리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동백은 엄동설한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모습을 움티워 붉은 꽃으로 피어나는 강인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인의 정신에 비유할 수 있지요. 또한 동백은 자신의 아름다움이 절정일 때 미련 없이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아는 아름다움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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