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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ica Nov 04. 2019

뮤지엄산 [일상의 예술:오브제] 전

이것은 예술인가 아닌가 ? 일상의 예술화, 예술의 일상화 

살아갈 힘을 되찾는 곳, 원주 뮤지엄산 (MUSEUM SAN) 에서 전시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뮤지엄산의 지난 그리고 지금의 전시들, 그 이야기들을 아카이브 해두고자 합니다. 


예술에서 오브제 (objet) 라는 개념을 아시나요 !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오브제는 자연물, 혹은 일상에서 쓰는 생활용품 따위를 원래의 기능이나 있어야 할 장소에서 분리하여 그대로 독립된 작품으로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이르는 말입니다. 


뮤지엄산 [일상의 예술: 오브제] 전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주변의 소담한 예술을 소개합니다. 높은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주는 오브제를 통해 일상의 예술화, 예술의 일상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합니다. 관련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여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틈을 주고자 하였고, 더불어 일반인 대상 오브제 공모전을 사전에 진행하여 일상의 사물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기본 정보 

전시 기간 : 2018년 3월 23일 ~ 2018년 9월 2일 

전시 장소 : 청조갤러리 1관, 2관 

전시 작가 : 양승우, 이제형, 김종렬, 차우희, 유홍준, 안도타다오, 박혜수 등 


오브제의 변용

일상의 예술 '오브제' 는 크게 오브제의 변용, 발견된 오브제, 관계하는 오브제 세가지 테마로 나누어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오브제의 변용에서 작가들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기성품, 자연물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본래의 필요가 아니라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 하는 관점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차우희 작가의 작품 [감성과 이성] 입니다. 제목 없이 작품만 보았을 떈 전혀 그 의도를 몰랐을테지만, 제목을 듣고 나면 몇몇분은 아- 하는 포인트가 있으시지 않을까 합니다. 자로 상징되는 [이성] 이 있고, 그 아래 검은색 물체는 심장 그러니까 [감성] 을 상징합니다. 거리를 재는 자가 아니라 이성으로, 다르게 쓰인 것이죠! 

 

발견된 오브제

오브제를 다르게 쓰는 것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항상 보아왔던 사물을 다르게 보기 시작합니다. 일반인들에게는 평범하고 소소한 (때로는 쓰레기 ... 같기도 한) 물건이 개인의 관심에 따라 특별한 물건이 될 때, 여기서 물건은 오브제, ‘발견된 오브제’ 가 됩니다. 마치 발견된 오브제의 개념은 누구나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듯 합니다. 벽시계, 종이컵, 흔하게 보이는 돌, 제품 상자 등 일상 속의 사물이 전시장에 들어왔습니다. 예술 작품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 발견된 오브제가 관객의 시선을 건드립니다.


이예선 님의 [공유된 시간] 이라는 작품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오브제입니다. 얼핏 보면, 일본의 시계 브랜드 세이코사에서 나온 갈색빛의,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벽시계이지만 , 이 시계 속에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예선 님의 친척 분께서는 1960년대말 70년대초 파독간호사로서 독일에 가셨다고 합니다. 독일에서 어렵게 일하고 자리를 잡으려 애쓰던 시절에 사용하던 벽시계인데 시간이 지나 귀국을 하며 차마 버리고 오지 못하고 가지고 오셨다고 하지요. 그냥 낡은 시계지만, 외로운 타지에서 힘든 일상을 묵묵히 바라보아 주었던 존재로 이해하면 시계와 공유된 어떤 시간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다가옵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시계를 원래 정방향이 아니라 거꾸로 돌려서 전시하였는데, 이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 같아 거꾸로 걸어두었다고 하지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작가 유홍준 교수의 작업실에서 가지고 온 나무 북어와 쌍톱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관광지의 평범한 상점에서 구입했다는 나무 북어와 쌍톱이지만, 유홍준 교수의 작업실을 찾는 이들은 이것은 무슨 작품이냐며 꼭 물어보았다고 하지요. 특히 쌍톱은 본래의 기능과 상관없이 마치 날개의 형태로 배치되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냥 지나쳤을 법한 것들을 유 교수님의 시선으로 다시 발견한 오브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계하는 오브제

시간과 장소, 상황 그리고 누가 사용했는지에 따라 똑같은 사물도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사물은 나와 나의 삶을 이어주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과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지요. 관계하는 오브제는 사물과 끊임없이 관계하며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박혜수 작가의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가-기억] 작품은 닫힌 금고와 수천개의 열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어느날 닫혀있는 금고를 갖게 되었고 , 이 금고의 열쇠를 과연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열쇠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열쇠 집에서 열려고 하니 금고 가격의 몇배를 달라고 하기도 했고, 억지로 그렇게 연 금고는 다시 잠궈서 사용할 수 없다는 말에 금고만의 비밀스러움이 사라지는 게 싫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목욕탕 라커 키부터 보석함 열쇠, 집과 자동차 열쇠 등 다양한 열쇠들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금고의 열쇠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억지로 열지 않겠다 하셨고요. 단순히 '열쇠' 지만 작가는 이 열쇠에서 사람들이 가장 잘 쉽게 잃어버리는 물건, 그래서 사라지는 기억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공모전을 통해 입수한 많은 오브제들도 함께 전시 되었는데, 그 사물들 속에 숨어있는 각자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늘로 보낸 새의 깃털을 간직하며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애플사의 오래된 맥컴퓨터를 보며 처음 연구실을 만들어 벅차던 누군가의 감정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피규어와 에코백, 미니 자동차, 방문했던 관광지에서 사온 연필들, 골무, 그릇 등 단순한 사물이지만, 그 주인에게는 어느 값진 보석보다 소중한 존재로서의 오브제들을 만날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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