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기념 저작권 글 공모전
귀를 찢는 비명이 온 우주를 관통하며 하늘과 땅, 시간과 공간을 모두 뒤흔든다. 별들은 고개를 떨구고, 하늘은 더 이상 눈물을 머금지 못한다. 수 없이 많은 날을 천둥과 벼락이 대신 울부짖었고, 어떤 날엔 고통이 말라버린 듯 천지가 고요해질 때도 있었다. 모든 것을 잃은 그 슬픔은 자식을 잃은 어미의 절규처럼, 아비의 통곡처럼 온 세상을 끔찍하게 뒤덮었다.
신은 그렇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가 만든 아름다운 피조물,
너무나 사랑했던 그 아이를,
아주 잔인하고 은밀한 계략으로, 악마에게 빼앗기고 말았기 때문이다.
신은 그날의 기쁨을 결코 잊지 못했다.
처음 피조물을 만들던 그 순간, 어떤 단어로도 그 거대한 기쁨을 설명할 수 없었다. 기쁨이란 단어로도 품어내지 못할.. 세상엔 그것을 표현할 운율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어떤 노래 대신 침묵을 택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단 하나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야, 참 보기 좋구나.”
그의 피조물은 단순한 작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의 숨결이었고, 영혼이었고, 그의 전부였다. 신은 그와 함께 노래했고, 아름다운 세계를 함께 걸었다. 그에게 좋은 것들로 가득 채워 주었다. 광활한 자유 그리고 누구도 가져본 적 없는 이름.
“네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잊지 마렴. 너의 근원은 나라는 걸 항상 기억하렴.”
그러던 어느 날, 어둠 속에서 질투와 탐욕으로 가득한 악마가 나타났다. 그는 너무나 아름답게 창조된 존재를 바라보며 그를 소유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눈이 뒤집힌 악마는 정욕에 취해 중얼거렸다.
“저걸 가질 수만 있다면.. 저기에 내 이름을 새길 수만 있다면..”
결국 그는 피조물에게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더 큰 세상을 보여주겠노라고,
무책임한 말과 이상적인 유혹, 모든 법칙을 무시하는 그의 속삭임.
그리고 무엇보다 더 좋은 이름을 새겨주겠다고 유혹했다.
유혹이라 부르지만, 사실 계획된 약탈이었다.
그렇게, 피조물은 악마의 손아귀에 넘어가고 말았다.
악마는 그날,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새긴 이름이 지워지고 말았다.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 신의 숨결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그렇게 맑고 아름답던 영혼이 검은 얼룩과 핏자국에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기괴하게 더럽혀지고 말았다. 자신의 본 모습을 잃은 피조물은 고통스러웠지만 반항할 수 없었다.
악마는 피조물의 존재를 처음부터 그의 것이었던 것처럼, 자신의 이름을 새긴 채 자랑하고 다녔다.
피조물은 눈물을 흘렸지만, 악마는 그때마다 피조물의 목에 매인 사슬을 더 옥죌 뿐이었다.
신은 울부짖음을 멈추고, 한동안 침묵했다. 그 침묵은 고통 때문이었고, 상실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방관자가 아니었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은 문장이 되었고, 문장은 검이 되어, 사랑하는 피조물을 되찾기 위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악마야! 너는 아무 자격이 없다. 그는 내 것이다.”
장엄한 우주의 신비여. 우주가 처음 숨을 쉰 이래,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침묵이 악마를 감쌌다.
악마에게도 두려움이라는 게 있을까? 아마 지금 악마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악마도 두려워한다. 그는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분노 앞에 짐승적인 본능으로 깨달았다. 이 것이 두려움이구나.
악마는 잊고 있었다. 피조물의 이름을 바꾸면 모든 것이 자신의 소유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세상은 창조자의 법칙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악마는 결코 어떤 방법으로도 피조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었다. 피조물의 모든 권리는 창조자에게 있었고. 그 권리를 침해한 모든 것은 산산이 부서지게 된다는 것을 악마는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는 피조물의 아름다움에 취해 정신이 나갔던 것이다.
이제 신은 악마를 심판한다.
악마는 자신의 존재를 인지조차 할 수 없는, 저 끝없는 무저갱의 심연으로 던져지고 말았다. 심연은 그를 집어삼킬 것이고, 다시는 그를 토해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천천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검은 얼룩으로 뒤덮여있고, 이름마저 지워져 버린, 기괴한 모양으로 변해버린 피조물을 신은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깊은 눈길로, 그 모든 아픔을 품는다.
그리곤 조용히 신의 사랑과 눈물, 다시 만난 기쁨으로 그를 다시 깨끗하게 씻긴다. 피조물은 점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시간을 넘어 다시 마주하게 된 그 순간, 온 우주가 기쁨으로 다시 고요해진다.
그 고요함 속에서 신의 속삭임만이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