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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츠윌리엄 다아시 Jul 28. 2024

크르카

크로아티아

 4시간을 쭉 달려 크르카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보스니아의 기름값이 크로아티아보다 0.15유로 정도 더 싸서, 국경을 넘기 직전에 기름을 넣을 때 빼고는 쉬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매표소에도 직원들만 있고 관광객은 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단돈 4유로를 내고 입장하여 버스를 타고 공원 내부로 들어갔다. 최근 홍수로 인해 쓰러진 나무와 울타리가 많았다. 나무 데크길도 비 때문에 미끄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잘 깔린 길을 따라 쭉 걸으며 폭포와 계곡을 감상했다. 이렇게 전체적을 둘러봤을 때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축소판 같았다. 폭포와 강물, 나무 등 모든 것들이 비슷했다. 그래도 차이점을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플리트비체의 폭포들은 전체적으로 높고 밀림 같은 반면 크르카의 폭포들은 넓고 더 시원해 보였다. 폭포 소리도 더 큰 것 같았다. 그리고 이곳은 과거 사람들이 살았던 주택들이 남겨져 있었다. 온통 푸르고 콸콸 소리가 나는 곳에 빨간 집들이 이곳저곳 있으니 다채로워 마음에 들었다.

관리가 엄청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과거 폭포 옆에 살던 사람들은 귀가 안 멀었을까
홍수 때문에 물살이 잔잔한 곳이 없었다 플리트비체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던 형태의 폭포
로스키 폭포

 규모가 작기 때문에 1시간 만에 다 보고 나왔다. 시간 여유가 있어 30분 정도 차에서 낮잠을 잔 뒤 출발하였다. 국도를 타고 자그레브까지 내리 5시간을 운전했다. 사실 야간버스 탑승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쉬엄쉬엄 가도 문제없었다. 하지만 3시간쯤 운전하고 나니 쓸데없이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가서 쉬고 싶었고, 이왕 긴 시간 운전하는 거 괜히 내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졸리기도 하고 밖은 깜깜해져 산길에서는 조금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정신줄을 꽉 붙잡으며 운전했다. 이윽고 무사히, 21시쯤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차를 반납하고 옆 호텔 로비 의자에 앉으니 긴장이 확 풀렸다. 마트에서 과자로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뮌헨행 야간버스에 올라타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고 바로 잠들었다.

일주일 동안 총 1540km를 달렸다

 집에 도착한 것은 아침 8시쯤이었다. 이제 막 해가 뜨려고 할 때였지만, 긴 여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 어김없이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늑한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니 일주일 간의 고단한 여행을 큰 사고 없이 마무리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사실 야간버스에게는 평범한 여행도 힘들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정말 뿌듯하고 후련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바로 다음날 베를린으로 가는 Spreebreak을 위해 빨래 외에 다른 일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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