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갔는데~?
꼭 서울에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의 9년을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지방에 정착하고 직장을 다녀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원래 지방에서 살다 상경한 것이기도 하고, 장롱에 잠들어 있는 운전면허증도 지방에서는 빛을 발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한다. 언젠간 마련할 내 차로 여기저기 돌아다닐 생각을 하면 설레기까지 하는 걸. 그래서 지방 회사 취업 공고에 지원서를 넣었다.
"너 어디 가면 재미없어~!"
오늘 막 들은 말이다. 나 아직 붙지도 않았는데? 웃으며 갓 나온 튀김 덮밥에 간장을 뿌렸다. 평소 가고 싶었던 식당에 친구와 가서 대표 메뉴를 사이좋게 하나씩 주문했다. 나는 가지튀김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집의 가지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적당히 따뜻해 가지만의 부드러움이 살아있어 먹기 좋았다. 너무 맛있어 둘이서 별 대화도 없이 맛있다고만 말하며 먹었지만, 난 친구가 한 말이 계속 맴돌았다. 왜 재미가 없을까, 친구한테 내가 언제 그런 존재가 되었을까. 친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서로 알고 싶은 것이 많은 걸까.
미리 나눈 약속 없이 스터디 카페에서 만나 공부하고 저녁을 함께 하는 일상이 당연한 게 아니구나. 나는 이 점을 집에 와서 깨달았다. 내가 지방에 가 버리면 우리는 이전처럼 쉽게 만날 수 없게 되는 거구나. 별 것 아닌 일을 서로 자랑하고, 공부는 안 하고 즉석복권을 긁는 나를 영상으로 담아주던 멋진 사람을 자주 볼 수 없게 되는 건 생각만 해도 마음을 헛헛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대학 동아리가 너무 즐거워 가족에게 얘기했을 때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있을 장소가 생겼구나."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내가 있을 장소는 친구들 마음 속인 것 같다. 나라는 존재가 긍정받을 수 있는 곳은 언제나 편안한 감각을 주고 내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런 장소를 나에게 내어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 먹은 가지튀김의 맛이 생생한 것처럼 앞으로도 친구와 살아있는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다.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우린 네 번이나 만났으니까. 분명 그럴 기회가 넘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