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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lㅡQuestion Jan 06. 2024

고독을 잊기 위해

팟캐스트 비블리아와 함께

건조한 길을 걷다가 갑자기 습한 강가가 나왔다. 뜨거운 온도와 습함이 급습했을 때, 나는 숨이 탁 막혔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그러자 강가의 맑은 물과 물에 비친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별개로 점차 고독함이 찾아왔다. 그 고독함을 이기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팟캐스트를 듣는 것이었다. 노래를 들을 수도 있었지만, 대화하는 느낌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팟캐스트를 선택했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걷자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다. 체감상 빠르게 마을에 도착했고, 나는 더 먼 거리를 쉬지 않고 갈 수 있었다.


동행이 나를 더 진취시켰던 것처럼, 팟캐스트도 나를 진취시켰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나의 주의와 시간을 뺏어 내가 순례자의 길을 온전히 느끼는 것을 방해한 것일까?


나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팟캐스트 덕분에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고, 내 삶의 목적과 가치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에 들어갔다. 침대는 전부 1층 침대였고, 시설 또한 깔끔했다. 방 배정에 성별과 국적을 구분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내가 머문 방에는 한국계 미국인 1명과 나 제외 한국인 2명이 있었다. 그들은 80대 부부였다. 그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들을 기억했다. 어느 식수대 주변에서 과자를 나눠주셨었다. 나는 그 사실을 기억하고 먼저 말을 붙였다. 그들은 걷기도 하고 트램을 타기도 하며 순례자의 길을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삶의 목적'이라는 것과 '걷기'라는 것에 너무 치중하여 주변 자연과 성당의 스토리, 지역의 특색을 완벽하게 즐기진 못했던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


부르고스를 가는 길이었던가, 어떤 도로 위에서 만난 폴란드인도 같은 방을 사용했다. 아는 얼굴을 만났을 때 느끼는 반가움의 크기는 고독의 깊이와 비례했다.


나는 손빨래를 하기 위한 장소로 갔다. 그곳에는 빨래 비누가 비치되어 있지 않아 나는 비누를 가지러 다시 올라갔다 왔다. 열심히 손빨래를 하던 중 옆에 폴란드인이 왔다. 그는 샤워젤을 가지고 빨래를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유레카를 외쳤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져온 비누를 사용해 샤워와 빨래를 했는데, 샤워젤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사를 한 뒤 내일 있을 고된 여정을 위해 재정비를 했다. 내일은 다음 마을까지 약 17.5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첫날을 제외하고 가장 먼 거리일 것이다. 마을이 없다는 것은 곧 식수대와 식당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기 때문에 많은 긴장을 하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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