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꽃 Apr 16. 2024

당신의 달은 며칠을 공전하나요

우울할 땐 스페인어 공부 6

직장 메신저에 오타를 냈다. 3월 27일을 3월 37일이라고.

이게 재미있었는지 친한 동료 하나가 '3월은 31일까지밖에 없습니다.'라고 답을 보내왔다. 미안하지만 난 안 부끄럽거든, 그깟 실수.


한 달이 40일이었다면

하긴 우리의 달이 지구를 한바퀴 돌려면 30일쯤 걸리니 한 달이 된 것뿐, 지구가 더 컸더라면, 달이 더 멀리 있었다면 한 달이 40일이 될 수도 있지.


다른 행성은 어떨까? 그리고 위성이 많은 목성 같은 행성은 '한 달'을 어찌 헤아리려나? 오래 전, 지구에서는 영원히 볼 수 없다는 달의 뒷등어리가 궁금했던 적이 있는데 이젠 불쑥, 절대 가볼 일 없는 다른 별들의 위성이 궁금해진다.

어쩌면 천문학자가 되었을지도

6학년 때 별자리를 배우고 하늘의 세계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우리 집 옥상에서 밤하늘을 열심히 올려다 보았지만 닿지 않는 별들이 궁금해 엄마에게 천체 망원경을 사달라고 했다. 어디서 정보를 입수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명동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 맨 꼭대기 층에서 판다고 들었다. 우리 엄마, 내가 세고비아 기타를 사달라고 했을 때도 그랬지만 그건 비싸다, 그걸 사서 뭐 하냐, 그런 말 한마디 없이 알았다고 했다. 


달의 분화구를 보며 자란 열세 살

하지만 엄마가 사온 건 학습용 천체망원경이 아니라 쌍안경이었다. 직원 말로는 천체망원경은 없고 이 쌍안경이 엄청 잘 보인다고 했다나. 그 묵직한 천체 망원경로 별자리를 볼 수는 없었지만 대신 달은 실컷 보았다. 달은... 분화구까지도 보였다. 달은 그토록 가까운 '달(위성)'. 그러니 사람들이 손을 뻗어 만질 수도, 조금 날아올라 닿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했겠지. 그리고 그렇게 나는 천문학의 꿈(?)을 접었다. 어차피 수학을 못해 천문학이든 건축학이든 공부할 수 없었으리란 건 고등학교 가서 깨달은 일이고.


En mi planeta.. 나의 별에서는

나는 동료에게 '나의 별에서 달은 40일을 돕니다.'라고 보내고 싶었다. 그러다 참았다. 다정은 병이며 메신저는 쿨해야 하므로. 대신 저 문장을 스페인어로 작문해 본다. En mi planeta, la luna (         ) cuarenta dias. (     ) 안에는 '돈다'는 의미가 들어가야 하는데 Hacer 동사를 써야 할까? 나의 실력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므로 번역기를 돌려본다.  그리고 찾아냈다. girar(회전하다)와 orbitar(궤도에 오르다)를 써야 한다. 

En mi planeta, la Luna orbita durante 40 días.

매거진의 이전글 나쁜 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