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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꿀맘 Oct 31. 2023

아이가 둘인데 홈스쿨이 가능해?

아이가 둘이면 1+1으로 하면 되지!


"저희 집은 아이가 둘이라 홈스쿨을 할 수가 없어요"


 딱 1년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고민거리였고, 주변 선배들에게 많이 했던 질문이다. 첫째 아이가 돌이 지났을 때부터 나름 계획표를 세워가며 홈스쿨을 했던 나였다. (첫째아이 돌 쯤에는 엄마가 책 읽기 계획표를 짜가며 영역별로 책을 읽어줬었다.) 첫째가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하고 18개월이 넘었을 때부터는 요일별로 활동을 정해서 다양한 영역을 노출해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던 열정 넘치는 엄마였다.


 하지만 둘째를 낳으면서부터 나의 계획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쭈쭈먹고 싶다고 할 때만 문제가 되었었는데 둘째가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첫째를 봐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이가 하나일 때에는 나의 의지와 열정만 있으면 가능할 것 같았던 홈스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순간이었다.  엄마랑 뭐든지 같이 하고 싶은 첫째와 아직은 너무 어리기만한 둘째.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엄마. 아이가 둘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애 둘을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라고 물으신다면 정말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방법은 기다림 밖에 없다. 너무나 뻔한 대답이라 노하우라고 말하기에 부끄럽기 짝이 없는 답이지만 3년간 지지고 볶아보며 내린 결론이 기다림이다.


 둘째가 18개월이 지나갈 쯤부터 조금씩 언니랑 같이 책상에 앉아서 하는 활동들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스티커 붙이기부터 시작해서 둘째가 할 수 있는 난이도의 활동들로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갔다. 여기서 중요한건 첫째도 어리다면 둘째의 속도에 맞춰 잠시 첫째의 난이도도 낮춰주는 것이 좋다. 동생은 쉬운걸 하고 첫째는 어려운 걸 하라고 하면 첫째가 반발한다. 아직 자기도 아기인데 언니의 역할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같은 활동을 같이 하면 첫째는 자연스럽게 동생에게 알려주려고 하고, 동생은 언니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운다. 그렇게 둘이 함께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왼쪽 둘째 18개월, 오른쪽 둘째 22개월



둘째가 33개월이 되면서부터 제대로 책상에 앉아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책을 보고 따라 만들거나, 제시된 질문에 따라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현재는 37개월이다) 둘째도 언니의 난이도의 과제를 조금 쉽게 제시하면 따라올 수 있는 정도의 아이로 성장한 것이다.



둘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가능해진 지금. 첫째를 봐주는 동안 둘째가 기다려줄 수 있게 자랐고, 둘째를 봐주는 동안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첫째가 자랐다. 결국 답은 시간이다. 그저 조금씩 시도하면서 기다리다보면 되는 날이 온다. 육아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니던가.


 요즘 우리 가족은 종종 넷이 모여서 보드게임을 한다. 4살, 7살이 같이 보드게임을 한다고? 싶겠지만 가능하다. 엄마, 아빠가 한명씩 맡아서 2팀으로 나눠서 진행하면 못할 것도 없다. 이제 룰을 이해할 수 있는 첫째는 약간의 가이드만 주면 주도적으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아직은 어린 둘째는 주사위만 굴리면 된다. 주사위를 던지고, 상대방의 차례를 기다리며, 룰에 맞춰서 활동을 해야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 4살은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게임은 엄마, 아빠가 거들어 주면 되지 않겠는가?


 어제는 처음으로 모두의 마블 보드게임을 꺼냈다. 사실 보드게임을 사면서도 이게 게임이 되겠어?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고 꽤나 흥미진진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우리집의 최애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30 처음으로 가족 넷이 둘러앉아 모두의 마블을 시작했다.


오늘은 일찍 잠들고 싶으니 모두의 마블은 슬쩍 숨겨놔야겠다.

부디 오늘은 9시에 자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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