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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윙클 twinkle Nov 07. 2023

어제와 다른 나, 더 달라질 내일

째려봐서 미안했다.


 2022년 작년 가을.


“브런치 작가 되고 싶으신 분?”이라는 공지글에 나의 반응은? 


“내가 무슨 작가야~”


“뭔 재주로 내가 글을 써. 됐다 됐어.”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물 한 방울의 용기도 없었기에 당연히 신청을 안 했다. 



 주목받는 것을 그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이다.(주목받는 일은 많이 했지만, 그건 단순히 일로 한 것이다.) 내향적인 성향(I 성향)이지만, 나서야 할 땐 나서니 외향적이 성향과 내향적인 성향을 신호등 건너 듯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긴 하다. 일을 해야 할 때,  아이와 관련된 모든 일, 가족을 위해서는 외향적인 성향의 AI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난 지극히 내향적인 사람이다. 혼자만의 생활은 내향적인 티를 팍팍 내면서 지내고 있었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 이은경 선생님의 유튜브를 통해 자녀 교육에 지대한 도움을 받았고, ‘슬기로운 초등생활’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독서하는 사람으로 나는 변해있었다. '슬기로운 초등생활' 카페에 독서 모임에 참여하겠다는 신청을 해버린 것이다.(내향적인 사람인 나는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더 믿지 못할 일이 하나 더 생겨 버렸다. 독서 모임의 리더. 리더는 분명 스스로 신청하는 것인데, 신청하신 분이 없다며 리더를 권유하시는 스텝 분의 채팅 권유에 “네! 정말 리더 하실 분이 없으시다면, 부족하지만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해 버린 것이다.(이은경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 작게나마 뭔가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나 즉시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나이 먹고(4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잔뜩 주눅 든 개인적인 표현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주책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순간 미쳤나 싶은 생각에 나의 손가락을 한동안 째려보았다.(독서 모임의 기간은 끝났지만 지금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책을 읽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은 욕심 가득한 엄마였던 내가 작가가 되고 싶어졌다. 나의 욕망이 용광로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2기 브런치 작가 신청에 1분의 고민은 사치처럼 느껴졌다. 내가 째려봤던 그 손으로 바로 등록해 버렸다. 


 햇살처럼 새로운 변화가 나에게 올 것이란 상상은 꿈에도 할 수 없었다. 성급했던 나의 손을 또 째려볼 수밖에 없었다.

출처 : https://pixabay.com/ko/


 나의 손을 너무 많이 째려보았던 탓일까? 아무 죄도 없던 나의 왼손의 인대는 늘어났다. 시작하기도 전에 욕망의 용광로에 흙색 재가 확 뿌려졌다.(배드민턴을 치다 스스로 뒤로 벌렁 넘어졌다. 순전히 나의 탓이다.) 바로 환불받고 끝냈다면, 이렇게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부상 투혼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부상 투혼으로 한 주 한 주 나의 속도로 잘 따라가고 있었다. 느린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브런치 2기 분들의 속도는 이제 곧 개통될 GTX급으로 느껴졌다. 속도도 속도지만, 글의 내용은 이미 몇 권의 책을 내신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무 멋진 글이었다. 급격히 쪼그라드는 이 마음은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인 ‘신서유기’에서 주어진 물건을 숨겨서 기상 때, 그 물건을 그대로 가져와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아이와 나는 배꼽 빠지게 웃으며 시청하고 있었다. 강냉이를 숨겼던 가수 규현(슈퍼주니어)은 비에 젖어 쪼그라진 강냉이를 가져와서 미션에 실패했다. 그 강냉이. 쪼그라든 강냉이. 그 강냉이가 나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출처 : 신서유기 8


 이은경 선생님의 단비 같은 가르침에 나는 흠뻑 젖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쪼그라든 강냉이처럼 초라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내가 아니다.”


 “오늘만 내가 아니다.”


 “계속 쓰는 사람이 되어라. 결국 오늘은 나 일 수 있다.”


 이은경 선생님의 단비 같은 말씀과 가르침에 다시 욕망을 품어 보기로 했다.  


 어제와 다른 나, 더 달라질 내일을 위해 꾸준함이라는 무기를 오늘도 장착해 본다.

(옥수수를 다시 뻥! 뻥! 뻥! 강냉이로 튀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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