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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주 Nov 19. 2023

산동네 방 하나, 그래도 동생이랑.

이사 첫 날 손 꼭 잡고 잔 다 큰 남매.

 내 동생 철휘가 십자인대 수술을 하고 얼마 뒤, 난 아무래도 동생이랑 같이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2008년, 스마트폰 앱으로 월세방을 구하던 시절이 아니다.

난 교차로, 벼룩시장 뭐 이런 정보지를 잔뜩 들고와서 내 형편에 맞는 방을 찾기 시작했다.

신문에는 방에 대한 사진도 하나 없고 동네 주변 정보 또한 없었다. 그저 간단한 주소와 조건들만 나열되어 있었다. 

 나는 주례 산 만디에 있는 오래된 주택의 방 하나를 찾았다. 그 집은 경남정보대에 다니는 한 자매가 1층 전체를 전세로 얻은 집이었고 방 두 개 중 하나를 세 놓는 것 이었다. 나는 바로 계약을 하고 철휘에게 바로 연락해서 기쁜 소식을 알렸다. 

 지금 철휘가 없어서 물어볼 수는 없지만, 아마 철휘도 그 당시 아주 기뻤을 거라고 생각한다. 집의 위치나 상태는 상관없었을 거다. 그저 누나와 다시 붙어서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하고 좋았을 것이다. 


아빠는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철휘를 보며 이렇게 말하셨다고 한다.

" 철휘야. 세상에 믿을 사람은 너 자신 뿐이야. 연주도 믿지마." 

ㅎ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

아니 누나도 믿지 말라니! 

(그리고 그 바보 동생은 이 말 그대로를 누나에게 전해주었다.)


우리 아빠는 그리고 또 다른 날 나에게 얘기하셨다.

" 연주야, 아빠는 연주 너는 걱정이 안 되는데, 철휘는 걱정이 된다. 연주 너는 이렇든 저렇든 잘 살아갈 것 같아. 걱정이 안돼-" 


우리 아빠가 보시기에도 내가 좀 독종으로 보였나보다.



아무튼 믿음직한? 독종 누나가 다시 같이 살자고, 집을 누나가 구했다고(사실은 집이 아니라 방), 몇 일에 누나랑 만나자고 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게 나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짐 정리를 끝내고 홈플러스에 가서 간식거리도 사오고 철휘에게 방을 공개?했다. 우리는 어쨌든 감격했고 그 날 밤 한 이불을 깔고 둘이 손을 잡고 잤다.

남매이지만 우리는 끈끈했고 가족은 서로 뿐이었기 때문에 손 잡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내가 많이 사랑했던 동생.

그리고 독종인 누나.


그렇게 우리는 산만디 작은 방에서 앞으로를 향해, 열심히 살았다. 


밀집된 주택가의 변태새끼를 만나기 전 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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