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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링키친 Jan 20. 2024

18살 영어 쪼렙, 프랑스에서 음식 100인분 만들다

언어의 장벽을 뚫고 음식이라는 매개체로 하나가 되다

영어라고는 1도 못 했던 내가 고등학생 때 프랑스에서 코스 요리 100인 분을 준비한 적이 있다. 당시, 내가 다녔던 모교에서 프랑스 홈스테이 및 프랑스 학교 방문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나는 프랑스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며 견문을 넓히기 위해 참여했다.     



솔직히 내 영어 실력은 처참했다. ‘I'm fine thank you'가 나의 최선이지만, 무슨 깡인지 냅다 신청했다.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설레임이 나를 압도했다. 여차하면 바디랭귀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린 나이의 특권 패기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때 나는 특성화고등학교를 다녀서 조리과였는데, 조리과 대표로 프랑스 학교의 디너 행사를 준비해야 된다는 임무를 전달 받았다. 함께 신청했던 5명이서 한식 코스로 100인 분을 준비해야 했다.           


당시 만들었던 음식 사진 일부


그런데, 낯선 타국에서 요리를 해야 한다는 두려움보다 외국에 한식을 알릴 수 있겠다는 설레임과 제대로 해내고 싶다는 사명감에 불타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불타는 열정도 잠시, 이내 난관에 봉착했다. 처음에 어떤 요리를 만들지 팀원과 상의했는데 퓨전요리, 웰빙 등 하고 싶은 분야가 달라 의견이 쉽게 통합되지 않았다. 프랑스인들의 입맛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메뉴 선정이 어려웠다. 또한 제한시간 안에 음식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연습을 반복했는데 이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조리 시간이 초과하거나 음식이 오버쿡 되는 등 변수가 생겼다. 비록 팀워크에서 조율할 부분은 있었지만,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기에 최대한 서로 배려하면서 팀워크를 맞춰갔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소통 수단인 ‘언어’였다. 생애 처음으로 간 프랑스, 낯선 주방에서 행사를 준비했는데 공간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행사 때 필요한 기물을 찾지 못해 프랑스 학생에게 영어로 물어봐야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영어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고, 같은 단어라도 영어 표현과 프랑스 표현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보디랭귀지를 동원하거나 그림을 그려 표현하는 등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다행히 차질 없이 행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긍정마인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대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 모든 것은, 끝까지 서로 합을 맞춰준 팀원들의 배려와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나 혼자서라면 할 수 없었던 일을 팀원과 함께 하며 협동의 중요성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요리 행사가 아닌, 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삶의 ‘하모니’같은 선물이었다.      



행사 끝나고, 함께 고생한 친구들과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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