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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누씨 Apr 16. 2024

뭐해먹고 살껀데?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질문

그 어떤 질문에라도 답할 수 있었던 내게 단 한가지 질문,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앞으론 뭐 해먹고 살껀데?, 너가 한국가서 하고 싶은건 뭐야?"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얼굴이 붉어진다.

빚 좋은 개살구처럼 답했지만 언제나 내 스스로 당당한 대답을 한 적은 없었기에.

이 것은 나에게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보이기만 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왜 난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선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경험을 했다.

퇴사를 하고 이직도 하고 세계여행도 하고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기까지 하였고

더 많은 경험이 물론 있겠지만, 주어진 3년이란 시간 내에서 너무 알차게 보냈음을 자부할 수 있을 정도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보았다. 내가 한국에 머물렀으면 상상도 못할 경험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단언컨대, 이 3년은 내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통째로 바꿔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경험을 했지만 여전히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생각이 든다.

나에겐 '내가 경험하지 못한 곳에서 얻어지는 스킬'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아일랜드라는 나라에서 여행 가이드에 도전해보았다.

가이드라는 직업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얻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군중에게 신뢰를 주며 이끄는 일', '돌발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는 힘'

이 2가지 능력이 탐나 가이드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장이 좋은 사람이 아님을 알면서도 난 가이드가 되어 저 능력을 가지고 싶었기에 참기도 했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모아다가 8개월을 버텼지만 결국은 실패.


이 세상은 결국 부족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에 어떤 사람을 만나 무엇을 하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알면서도 내가 필요한게 있기 때문에 버텼지만 결국은 안타까운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물론, 이 과정 중에서도 난 무언가를 얻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이 것을 그만두는데에서 나의 부족함도 물론 있겠지만 무조건 나를 탓하고 싶진 않다.

타이밍도 따라주지 않았고 믿고 가야할 사장이란 사람도 좋은 사람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때로는 붙잡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미련없이 놓아줄 땐 놓아주어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마치 실패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거 하나 못 이루는 너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하물며 너가 이 세상에 너의 존재가 정말 쓸모가 있긴 한거냐고.




그렇게 실망하며 한 없이 나락으로도 빠질 수 있는 나에게 여자친구가 다가왔다.

그녀는 너무도 단단한 사람이다.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내가 해온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유의미함을 알려주었다.


나는 그녀의 단단함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매번 궁금했다.

본인을 믿는 힘이겠지만서도 본인을 믿을 수 있는 그 힘의 원천이 어디인지 궁금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경험이 다른건 알지만 어떻게 그녀가 그렇게까지 본인을 믿을 수 있는지 궁금하였다.


하지만, 오늘 대화를 하며 그 실마리를 조금이나마 찾은 것 같다.




그녀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계획을 하던 도중이였다.

나는 이왕 걷는거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를 목표로 삼고 걸어보자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녀 또한 동의는 하였지만 꼭 목표를 달성하는데에 포커싱을 하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처음에 이해가 잘 가진 않았다.

목표를 정했으면 더딜지라도 그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고 몰입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물론 순례길에 가기로 정하고 완주를 목표로 하며 순례길에 임하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다.

하지만, 목표를 정하고 실행에 옮기며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으리라는 것을 믿었다. 완주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완주에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은 괜히 목표를 이루려고 무리하다가 더 소중한 건강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다치거나 무리해서 가뜩이나 안 좋은 무릎이 더 안 좋아진다던가)

걷기로 결정한 순례길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녀에겐 더 중요한 것들이 있었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자 믿는 것은 자신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리란 믿음이다.

심지어 자신까지 있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 챙길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자신감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건강은 순례길 완주라는 목표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였다.

참으로 우선순위가 뚜렷한 사람이다.




이를 보며 느낀 것이 있다.

내 마음이 흔들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한 두려움은 나에겐 우선순위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란 것.

우선순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나만이 쫒을 수 있는 방향이 나에게 필요했다.


외부의 상황으로부터 모질게 당하고 내 마음 한켠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그 것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나만의 나침반이 필요하다.


나침반이 없다면 어떤 경험을 하든, 어떤 스킬을 가지건 나는 결국 헤멜 것이다.

나침반이 없다면 긍정적인 것에 초첨을 맞추기 힘들어질 것이다.

나침반이 없다면 자욱한 안개 속 같은 세상에서 항상 불안하고 포기하고 싶어질 것이다.


물론 경험과 스킬 모두 중요하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하지만, 나침반이 없다면 과녁 없이 총 쏘는 훌륭한 저격수와 다를게 무엇일까.

난 저격수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과녁을 바라보며 총을 잡아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침반을 찾자.

이 것은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그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안개같은 세상에서 수많은 걱정, 두려운 말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라도 우선순위라는 나침반은 나를 제대로 인도해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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