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꿋 Nov 02. 2023

새벽 5시, 일어나 보기는 해 봤어?

모닝짹짹!! 지켜보고 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제발 사무실 전화만 아니길.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주무님. ○○과 서무입니다. 휴직 더 연장하시는지 여쭤보려 전화했어요.”

“네. 안녕하세요. 서무님. 서무님이 또 바뀌셨네요. 저 더 연장하고 싶은데 애가 없네요. 하나 더 낳아야 하나? 하하하.”

“끅끅끅. 주무님. 저두 휴직하고 싶어요.”

전화기 너머 애써 웃음을 참는 서무님의 얘기를 끝으로 씁쓸한 전화를 끊었다.

     

휴직 4년 차 더는 늦출 수가 없다. 복직해야 한다.

예정된 미래지만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윽, 돈이 웬수다.’

긴 휴직과 코로나로 인해 마이너스 가계부만이 남았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핑계로 휴직을 냈다. 사실은 갑질 상사 및 사무실을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고 성장하고 싶었다. 자기 계발을 핑계로 이곳저곳에 발을 스리슬쩍 걸쳐 두었다. 헤아릴 수없이 많은 오픈 채팅방을 들락거리며. 바쁘게 살았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은 없었다. 출발선이 같아도 어느 분야든 능력자는 수없이 많았다.     

새삼 무능감을 절절히 느끼던 중 마음을 꿰뚫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이끌었다.

운명처럼 미라클모닝 514 챌린지 광고를 본 것이다.

‘이거다, 나 이거 해야 해’

514 챌린지는 새벽 5시에 일어나 14일 동안 김미경 강사의 짧은 강의를 듣고 자신이 정한 미션을 서약하고 실행하여 인증까지 해야 한다. 1시간여 참가자들은 각자 미션을 동시간대 수행해야 했다. 내 미션은 108배와 독서였다.    

챌린지 인증

대망의 2022년 1월 1일 4시 50분, 눈꺼풀에 풀이 붙은 듯 눈을 뜨기가 너무 힘들었다. 깨지 못할까 긴장이 되어 잠을 설친 탓이다. 차라리 밤을 새워야 했나. 겨우 눈곱만 떼고 노트북을 켰다. 참가자가 만여 명이 넘었다.

"지금 이 새벽 4시 30분에 깨어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스님, 목사님, 귀신들만 일어나는 시간이에요." "우리도 지금 이 새벽에 모여 있어요."

그렇게 모두 강의를 들으며 울고 웃기를 반복하며 챌린지를 이어갔다.

14일 강사와 같이 일정을 보낸 후 15일~31일까지는 혼자서 챌린지를 계속 이어갔다.

정말 힘들었다. ‘난 올빼미족인데’ 중도 포기하고 싶었다. 처음 각오가 점차 흐려지고 습관이 서서히 자리 잡으려는 찰라 몸은 이 상황을 완강히 거부했다. “왜 이래. 그냥 자. 하던 대로 해. 왜 안 하던 짓 해” 서서히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포기가 임박할 즈음 아이들에게 나의 상황을 말했다.

“엄마가 새벽 챌린지 하는 거 알지? 근데 너무 힘들다. 못하겠어. 챌린지 성공 선물 못 받을 거 같아. 멋지게 성공하는 모습 보이고 싶었는데”

첫째가 눈을 똥그랗게 떴다. 진심으로 날 응원하던 딸이었다.

“엄마, 한 달에 14일만 성공해도 선물 준다며? 근데 엄마는 매일 5시 일어나니깐 힘든가 봐. 100일까지만 해 봐. 우리한테는 시작한 건 끝까지 하라면서.”

옆에 있던 둘째가 한술 더 거든다.

“난 엄마가 짹짹이인 거 좋아”

또랑또랑한 얼굴로 아이들은 포기하려던 나를 힘껏 들어 올렸다. 나도 열두 달 성공인증 선물은 꼭 받고 싶었다. 아이들은 나의 모든 행동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  

    

드디어 도전 100일째 되는 날.

김미경님도 참가자들도 모두 축제다. 나도 그랬다. 해냈다는 기분에 한껏 취했다.

둥실 떠가는 기분으로 저녁 먹고 여느 때처럼 치우려는데 첫째가 편지를 건넨다.

첫째 편지, 둘째 짹짹이 클레이

“엄마, 이거. 100일 축하해,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워”

둘째는 짹짹이 클레이를 건넸다.

무엇보다 놀란 건 첫째의 제안이었다.

“우리도 7시에 엄마가 안 깨우고 일어나는 기상미션 해 볼까?”

그렇게 시작된 14일 동안 우리집만의 미라클모닝. 선물에 눈이 멀었던 둘째까지 합류해 두 아이 모두 성공했다. 원하던 선물을 받고 행복해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들을 보는 내가 열 배쯤 더 행복했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2022년 514 챌린지 짹짹이였던 기억도 옅어져 간다.

복직 이후 피곤한 워킹맘임을 내세워 새벽 5시가 아닌 6시에 힘겹게 눈을 뜬다. 다시 성장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려, 느리지만 조금씩 기상 시간을 당기고 있다. 한번 경험한 거 다시 시작하면 잘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꽤 잘하고 있는 거 아닌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