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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 주말부부는 25개월째 진행 중

by 여름

편도 네 시간 거리의 순천으로 발령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건, 차로 이동할 때였다. 뒷좌석에는 아이들이 잠들어 있었고, 남편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아이처럼 펑펑 눈물이 났다. 그게 벌써 재작년이다.


같이 산 기간, 떨어져 산 기간이 거의 반반이다. 또 주말부부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순식간에 불안과 걱정에 휩싸였다. 그랬었는데 나도 조금씩 달라졌나 보다. 이번 주말부부는 아주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남편이 주말 근무 중일 때는 아이들과 버스를 타고 외출했고(엄마는 운전이 서툴다), 그마저도 힘들 때는 집 근처 도서관과 놀이터에 주로 갔다. 한 달에 두 번, 금요일 밤 10시면 아이들은 아빠를 만난 반가움에 쉽게 잠들지 않았고, 꺄르르 웃음소리가 밤늦게 이어졌다. 남편이 일요일 오후에 순천행 버스를 타러 가도, 아이들은 다시 만날 거라 생각하며 서운해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서로를 안심하게 하는 습관이 생겼다. 하루에 3번, 일정한 시간이 되면 그에게서 연락이 온다.


출근해요.

아침 7시. 바쁜 하루를 시작하며 남편이 문자를 보내면, 나 역시 출근 잘하라는 답을 건조하게 보낸다. 가끔 기분이 좋을 때는 이모티콘도 함께.


퇴근해요.

아침과 달리, 회사 일이 끝나는 시간은 일정치 않다. 대부분 저녁 7시 즈음이고, 늦을 때는 8시나 9시를 넘어갈 때도 있다. 수고했다거나 저녁 맛있게 먹으라는 답을 보내고, 다시 아이들을 챙기러 간다.


주말부부가 되어 떨어져 있어도 지금쯤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예상하게 된다. 하루 두 번의 카톡과 잠들기 전 한 번의 전화. 가끔은 3주 이상 못 만날 때도 있지만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인지 그런대로 괜찮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6월에 새 발령이 나야 했다. 어쩌다 보니 이번 프로젝트가 길어져서 아마 내년 2월까지 순천에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남편 또한 그곳에서 힘들게 적응을 했던 것을 아는 터라 오히려 담담했다. 서로가 잘 지내고 있으니 그거면 됐다.


마른 잎처럼 바스락거리는 마음인 줄 알았는데 조금 더 단단해졌고, 뾰족하고 날카로운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무뎌지기도 한다. 다행이다. 4회차 주말부부도 잘해내고 있어서. 지금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오늘 하루도 충분히 잘 보내고 싶다. (그러면서도 5회차는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이미지: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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