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하고 다시 연결하고

주말부부싸움의 결과물

by 여름

연애를 시작하면서 남자친구와 함께 쓰던 앱이 있었다. 둘이서만 쓸 수 있고, 문자를 주고 받고, 사진을 저장하고, 통화를 할 수 있어서,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작년 봄, 남편과 크게 다투고는 앱을 삭제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어서 뭐라도 해야했다. 앱을 지우기 전에, 연결한 계정을 끊는 것까지 꼼꼼하게 해치웠다. 2주 간의 냉전이 끝나고 어색함과 민망함을 꾹 누르고 못 이기는 척 그와 화해했는데, 문제는 다시 예전처럼 그 앱을 쓸 수 없다는 거였다. 다시 다운받는 거야 몇 초 기다리면 되는 일이지만 계정을 서로 연결하는 것은 몹시 낯간지러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10년의 추억이 가득한 앱을 아무 것도 아닌 양 완전히 지워버릴 수도 없어서, 휴대폰에 앱을 깔아만 두고, 연결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두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남편의 전화기 홈 화면에 그 앱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게 보였다. 1년 넘게 쓰지도 않는 앱을 첫 화면에 두다니. 폰에 어떤 것이 있든 신경쓰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괜히 마음이 아렸다. 어제 저녁에도 우리는 먼지 같은 일로 투닥이다가 감정이 상해 버렸고, 아침이 되어서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심스레 말을 주고 받았었다.


화가 불같이 치솟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긴다. 시간이 지나 불길이 가라앉으면 내 잘못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제야 상대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생겨난다. 작년에도 그랬고,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늦은 아침을 먹고, 휴대폰을 켰다. 남편과 함께 쓰던 앱의 내 프로필에는 휴면 계정이라는 문구가 떠 있다. 연결된 메일을 인증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았다. 오후 3시, 순천에 가는 그에게, 함께 쓰던 앱으로 문자를 보냈다. 조심히 가요. 곧 만나요.


언제라도, 다시 크게 다투거나 서운해지면, 미운 마음에 애꿎은 앱을 지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오늘의 민망함과 철없게 느껴지던 어린 마음을 떠올려 봐야겠다.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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