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찬 Oct 23. 2023

첫 만남, 시트러스

파릇파릇, 청량하고 신선한

열 일곱, 누군가의 청춘일 나이에는 아직 채 가시지 못한 사춘기의 여운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많은 아이들이 앳된 티를 떨치지도 못하고 막 고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이면 나, 다른 아이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친구. 이렇게 세 부류로 열 일곱의 학생들은 세상을 바라본다. 대화를 하며 친밀감을 쌓아 나가고 점심시간이 끝난 후 비몽사몽한 상태로 작년보다 길어진 수업을 마치고 나면 삼삼오오 모여 학교 앞 분식집에서 저녁을 먹는다는 핑계로 서로에 대한 정보를 쌓아간다.


그렇게 알게 된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가다 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어른의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같은 반, 아니면 다른 반의 친구들과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진득하게 사귀기도 했다(고는 하지만 지금 물어보면 다들 돌이켜보면 그저 풋사과처럼 덜 익어 파릇파릇한 풀 향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 소꿉장난이라고들 한다.). 나 또한 그런 1학년들만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이성 친구와 손을 잡고 길을 걸으며 영화도 보고, 학교에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종류의 상상을 가끔 하곤 했다.


물론 소심한 성격에 외모도 특출난 구석은 없고, 지금처럼 자기관리에 대해 뭔가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으니 대다수의 소심한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각종 매체에서 접하는 사랑 이야기들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만큼 파릇하고 순수한 시절이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에게도 어울려다니는 동성 친구들은 있었기에 쉬는 시간이 되면 쪼르르 다른 반으로 달려가 종알거리며 십 분이라는 짧디짧은 시간을 알차게 채우고 돌아오는 게 늘상 있는 일상의 루틴이었다. 어제 했던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나 모여서 했던 게임을 복기해보는 그런 것들이 끊임없이 입술 밖으로 쏟아지며 뭐 재밌는 일이라고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주제가 떨어지면 각자의 반에서 있던 이야기들을, 아니면 남들의 연애 이야기를 수군대기도 했으니 무슨 일이 터지기만 하면 다른 층의 다른 반까지 소문이 퍼지는 건 눈 한 번 깜빡할 새 이루어질만큼 빨랐다. 누가 누구랑 사귀었는데 환승을 했다더라, 걔는 어장을 친다는 소문도 있다, 무슨 커플은 오래 사귀어서 보기 좋다… 뭐 그런. 물론 소문은 십 대 청소년들에게 가장 뜨거운 주제인 연애 이야기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하루하루를 수학 문제들에 묻혀 가며 지내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체육 시간을 막 마치고 교실로 돌아온 반 아이들 사이에

끼어 찾아와 대뜸 반투명한 플라스틱 병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방금 체육시간이었지? 이거 냄새 안 나게 해 주는 거니까 한 번 특별히 뿌려 줄게.”


그렇게 말하며 칙칙, 뿌려댄 건 청량한 복숭아 음료수 (내가 제일 좋아했다) 향의 무언가였다. 달달하면서도 상큼한 향이 생각보다 좋았기에 나는 친구에게 바로 이게 뭔지에 대해 물어봤다. 아마도 자랑하고 싶었던 건지 친구는 냉큼 플라스틱 병의 라벨을 꺼내 내게 보여주며 우쭐거렸다. 제 여친이 생일선물로 사 줬다며 신나게 흔들면서 돌아다니는 게 그렇게 꼴 보기 싫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향’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친구가 제 여자친구에게 받은 바디스프레이였다는 것이다.


참 어이없고 나랑 상관도 없는 선물이었지만 그런 것에 계기를 두면 어떤가, 나는 그 길로 달려가 올XX영에서 친구가 샀다는 스프레이와 종류만 다르게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사람들은 비슷한 것까지는 그러려니 하지만 완벽한 따라쟁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친한 친구라면 더더욱. 손민수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해서 구매했다. 내가 산 건 조금 더 좋은 향으로 느껴졌던 오렌지 향 스프레이였다. 그날부터 체육 시간이 끝나면 몸에 한 번, 팔에 한 번 뿌리고 주위에 자기도 뿌려달라며 다가오는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몸 1 팔 1, 그렇게 매일같이 뿌려댔다. 개당 십 만원이 훌쩍 넘기도 하는 향수를 쓰는 지금이라면 미쳤냐며 절대 안 할 짓이지만 그때는 모두가 알다시피 뭔가 좋은 걸 가진 아이는 나눔을 반강제로 해 줘야 하기 마련이었다. 아무튼 사용량이 많으면 바디스프레이는 그만큼 빨리 닳아 없어지고 나는 그때마다 가게에 들러 같은 걸 사왔다. 나는 그 바디스프레이를 지금도 쓰고 있다. 다른 어떤 향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에.


서론이 길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학창 시절의 추억은 아니다. ‘오렌지 향’으로 대표할 수 있는 시트러스 향조, 오늘의 글 주제가 될 것이다.


오렌지는 귤속에 속하는 과일의 일종으로, 그 어원이 산스크리트어 나랑가(नारङ्ग nāraṅga)라고 한다. 더 깊이 들어가면 그 이전의 어원 이론과 그 이후의 유럽에의 전파 과정에서의 명칭 변화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겠으나 이 글을 쓴 이유는 향조로써의 오렌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이니 생략하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향수에서는 시트러스라고 하는 계열의 향료 중 하나로 쓰인다. 향은 모두가 알다시피 상큼하고 새콤한 향이다. 이런 당연한 정보들은 향수로써 오렌지 향을 접하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우선 내가 가진 향수들 중 오렌지 향을 가진 향수 (아틀리에 코롱Atelier Cologne의 오랑쥬 상귄느Orange Sanguine, 탑 노트가 블러드 오렌지와 비터 오렌지로 이뤄져 있다.) 를 왼팔 손목에 한 번 가볍게 뿌려 본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상큼하게 다가오는 신선한 과일로써의 오렌지의 향이다. 시트러스라고 하는 향조를 느끼기에는 제격인 향수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의 할인 소식에 낚여 구매한 향수지만 그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먹는 오렌지는 그 맛을 느끼면 그대로 끝이지만, 향수로써의 오렌지는 뿌린 시간으로부터 얼마간의 뒤에까지 향을 느낄 수 있다. 가만히 집중해서 향을 맡아 보면 그저 상큼한 향이 아니라는 말이 뭔지 알 수 있다.


겉껍질의 씁쓸한 향과 속살의 상큼달큼함은 우리가 언제나 오렌지를 까며 맡을 수 있는 향이지만 미각과 후각 사이에는 조금의 차이가 있다. 먹을 때는 그저 ‘아, 상큼하다’정도의 생각만 들던 것이 코를 통해서만 느끼게 된다면 향은 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청량하고 신선한 시트러스의 향기는 기분 좋은 날 맡게 된다면 그 기분을 조금 더 끌어올려주기도 하고, 맑은 날에는 그 효과가 더 올라간다. 텐션을 올려 주는 새콤한 향기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이러한 시트러스의 향조를 가진 향료는 비단 오렌지에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종류도 많고 시트러스라는 주된 향조 아래 조금씩 차이점을 가진다.


우리에게 친숙한 ‘얼 그레이Earl grey’라는 이름의 차는 홍차에 베르가못Bergamot을 더한 가향차의 일종이다. 19세기 초의 영국 총리였던 그레이 백작 -찰스 그레이Charles Grey-가 리처드 트와이닝에게 의뢰해 만든 것으로, 중국의 정산소종(홍차의 일종, 중국 푸젠성 무이산이 주 원산지라고 한다.)의 맛을 재현해달라는 부탁에 그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베르가못 향을 첨가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베르가못은 타 시트러스보다 조용한 느낌을 준다. 팡팡 터지는 오렌지나 레몬과 다르게 잔잔한 차 한 잔을 우려낸 것처럼 가만히, 그러면서도 시트러스로써의 존재감을 잃지는 않았다는 듯 우아한 상큼함이다.

베르가못을 사용하는 향수는 많지만, 주위에 많이 보이면서도 주된 향조로 사용하는 향수는 최근 들어 모르는 사람이 많이 없게 된 르 라보Le Labo의 베르가못 22Bergamote 22가 대표적이고, 잠실에서 처음 만날 수 있었던 독특한 베르가못으로는 니샤네Nishane의 우롱차Wulóng Chá가 있다. 특히나 우롱차는 시트러스뿐 아니라 차 향이 같이 어우러져 독특한 변주를 만들어낸다.


겨울이 되면 카페에서 늘상 단골로 주문되는 유자차는 유자를 잘게 썰어 설탕에 담궈놓은 유자청으로 만드는 음료이다. 여름에도 물론 주문되지만 겨울의 우리에게 더 익숙한 이 과일은 마찬가지로 여름에도 주위에 있지만 추운 날 더 가까이 다가오는 시트러스처럼 보인다. 더 씁쓸하고 덜 달콤한 향은 찬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 감기에 걸려 돌아와 훌쩍거리며 타 마시던 유자차 한 잔을 떠오르게 한다.

유자는 생각보다 많은 향수에 사용되는 시트러스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메인으로 사용되는 향수가 꽤 있다. 당장 가로수길만 가 봐도 보이는 이솝Aesop에서는 태싯Tacit을 볼 수 있다. 그보다 여름에 더 잘 어울리는 힐리Heeley의 노트 드 유주Note de Yuzu는 유자를 짭짤한 바닷소금의 향과 함께 조향해서 더 독특하지만 확실한 여름의 유자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쓴귤이라고도 불리는 비터 오렌지, 즉 비가라드Bigarade는 9세기, 유럽에 우리에게 친숙한 스위트 오렌지가 들어오기 전까지 유럽인들에게 오렌지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대체되었다. 아무래도 쓴 맛보다 단 맛에 사람들은 열광하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쓴귤들은 사람의 입보다는 코에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특유의 쓴 맛은 코에서 팡 터지는 상큼함으로 표현되곤 했는데, 옛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는지 향료로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비가라드의 향은 짙은 나무의 향과도 잘 어울리고는 해서 수많은 향수에 쓰였는데, 프레데릭 말Frederic Malle의 비가라드 꽁상트레Bigarade Concentree와 코롱 비가라드Cologne Bigarade 둘 다 비가라드를 주재료로 하는 대표적인 향이다. 같은 회사에서 나온 두 향수는 그 상큼함과 존재감이 조금 다르게 조향된 듯 느껴지고, 그보다 더 변주를 준 건 더 디퍼런트 컴퍼니The Different Company의 리몬 데 코르도자Limon de Cordoza가 있을 것이다. 가벼운 시트러스 계열의 과즙 향으로 느껴지지만 우디한 향이 언뜻언뜻 치고 나오는 이 향 또한 현대적인 비가라드의 향으로 맡아진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오랑쥬 상귄느 등 수많은 향수에도 감초처럼 사용된다. 이처럼 비가라드는 사람들의 입에서 즐거움을 주지는 않지만 스위트 오렌지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코에 섬세한 시트러스 한 결을 덧대어주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고, 또 사용하는 향수의 베스트셀러라면 다양하게 많을 것이다.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의 라이트 블루Light Blue또한 그 중 하나고, 라이트 블루가 주는 특유의 신선한 달콤함은 지금까지도 주위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을 확실히 매료시켰다고 평가된다. 이 향수의 메인 향조도 시트러스, 그 중에서도 레몬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 과일은 생으로 먹으면 시트르산 혹은 구연산으로 부르는 유기화합물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그런지 입을 찌르듯 따끔할 정도로 신 맛을 내지만 요리에 들어가면 산성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비린내(비린 향은 염기성 때문에 나타난다.)를 잡아주기도 하며, 단 맛을 더해서 레모네이드처럼 새콤한 음료를 만들어 마시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돌체 앤 가바나의 라이트 블루나 엘리자베스 아덴Elizabeth Arden의 그린 티Green Tea,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의 씨케이 원CK One처럼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뿐 아니라 메종 프란시스 커정Maison Francis Kurkdjian의 아쿠아 유니버셜Aqua Universalis, 킬리안By Kilian의 레몬 인 제스트Lemon in Zest 혹은 골드필드 앤 뱅크스Goldfield & Banks Australia의 퍼시픽 락 모스와 같이 비교적 최근에 출시되었지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향수들에도 레몬은 빠짐없이 사용된다. 그 용도가 무엇이든, 레몬은 어디서나 자신만의 역할을 자신감있게 드러내며 존재감을 보인다.


우리에게 친숙한 조 말론Jo Malone, 지금은 한국에서 향수 브랜드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실 그 창립자인 조향사 조 말론은 이미 다른 브랜드 조 러브스Jo Loves를 런칭한 지 오래이다. 두 브랜드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조 말론이 창립했다는 것, 가볍고 청량한 향을 주로 출시한다는 것. 그리고 각각 라임 바질 앤 만다린Lime Basil & Mandarin과 망고 타이 라임Mango Thai Lime이라는 라임을 주제로 한 스테디셀러를 가지고 있다는 것. 게다가 이 두 향수는 모두 조 말론의 손을 거쳐 출시된 향수이다. 지금의 조 말론이라는 브랜드에 얼마 남지 않은 조향사 조 말론의 향이 남아있는 이유는, 그녀 자신의 말마따나 ‘연금’이라고 불리는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일까?

라임은 레몬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색부터 다르다. 맛 또한 직접 맛을 본다면 느낄 것이다. 정말, 정말 신 맛이 난다. 그러나 라임만이 주는 독특한 풍미는 가공을 거친다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어렸을 때 구슬 아이스크림 중 레몬라임이라는 맛을 즐겨먹었는데, 아마 이 때부터 라임에 대한 호감이 싹트지 않았을까? 아무튼 라임 고유의 향미는 모두가 아는 모히토Mojito라는 술에서부터 시작해 베트남, 멕시코의 온갖 요리에 가미되어 나오거나 곁들여져 나오는 걸 보면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향수에서도 그 인기를 잃지 않고 속속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유럽에선 라임이 휴양지의 느낌을 주는지, 아틀리에 코롱의 퍼시픽 라임Pacific Lime이나 크리드Creed의 버진 아일랜드 워터Virgin Island Water 그리고 조 러브스의 망고 타이 라임 모두 열대 과일과 함께 조향되어 나온 향수이다. 확실히 이 향들을 맡아본다면 휴양지의 느낌을 받고는 한다. 그와는 조금 다르게 펜할리곤스Penhaligon’s의 블렌하임 부케Blenheim Bouquet는 마찬가지로 라임이 주된 향조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향이다, 에르메스Hermès의 오 드 시트론 느와Eau de Citron Noir도 그렇고.


이렇듯 시트러스 향조를 발산하는 원재료는 앞서 언급한 재료뿐만 아니라 포멜로나 자몽 등 수없이 많지만 모든 재료들을 관통하는 시트러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다양하게 발산하는 상큼한 향, 새콤달콤한 비타민의 느낌, 그리고… 짧은 지속력이다. 시트러스 향을 주로 발산하는 향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무리 오래가도 4시간을 넘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아주 가끔 시트러스 향을 발산하는 향수가 8-9시간 넘게 피부에 남아있는 것도 있지만, 그쯤 되면 시트러스가 아니라 시트러스와 다른 향조 그 사이 어딘가의 아종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모든 시트러스 애호가들의 꿈은 지속시간이 긴 향수일 테지만 화학자가 나서서 향수에 평생을 바치지 않는 한 뛰어난 지속력의 순수 시트러스 향수는 만나보기가 어려울 듯 싶다.


물론 시트러스는 단점을 상쇄할 정도로 수많은 장점들이 있다. 가장 처음에 등장해 향의 분위기를 잡아주고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유의 매력으로 통통 튀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이 향수를 뿌린다면 가장 먼저 만나는 건 거의 대부분 시트러스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향에 시트러스는 쓰여 왔고, 앞으로도 쓰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스물, 그 아래는 언제나 열정적이면서도 활기차다. 그 에너지를 스물이 넘은 지금에 와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친구들과 함께 몰려다니며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던 그 때의 추억을 나는 시트러스처럼 느낀다. 내가 사용하는 바디스프레이의 오렌지 향이 그 때의 시간들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홍차에 적신 마들렌처럼 되돌려줘서일 뿐 아니라 그 푸릇함이 마치 덜 익은 열 일곱, 그 무렵의 나, 너, 그리고 우리. 모든 이의 농익지 않았던, 앳되었던 연녹빛의 아름다운 시간들처럼 느껴져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