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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Crisp Dec 09. 2023

0. Empire state of New York?

뉴욕이라니 이게 무슨 일이야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부터 이맘때 1-2년 정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상당히 예상하고 있었다. 가끔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팍팍한 순간에는 무의식적으로 아름다운 유학생활을 상상하는 것이 힘이 됐다. 그 상상 속에는 남편과 아이와 내가… 


-    우리 뉴욕으로 가면 어때? 


뉴욕에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뉴욕..? 내가 생각한 유학생활은 항상 서부의 따스한 햇살과 드넓은 잔디밭에 머물러 있었다. 뉴욕이라니…척박한 콘크리트 정글에서의 유학생활은 상이 아니라 벌이 아닌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추운 날씨, 긴 겨울, 뼈가 시리는 바람. 춥고 시린데 길기까지 한 겨울을 품고 있는 뉴욕은 나에게는 “행복한 유학생활을 어디서 보낼까요?”라는 즐거운 객관식 문제의 보기에도 없었다. 


-    한 번 경험해보고 싶어. 네가 원하지 않는 건 알아. 싫으면 가지 말자. 


남편이 강력하게 뉴욕행을 밀어붙였다면 강력하게 반대해봤을 수도 있는데. 아쉽게도 남편이 정말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어보는 바람에 어정쩡하게 찬성해버렸다. 무엇보다도 내가 약해지는 “경험을 해보고싶다”는 문장을 사용하다니. 뭐든 경험해보는 게 남는 것이라는 모토로 사는 나에게는 남편의 경험 희망 요청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몇 번의 밤, 우리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어디로 유학을 가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 최선의 선택인지 진지하게 논의했다. 하지만 사실 남편이 경험해보고싶다고 한 순간, 우리의 뉴욕행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나는 뉴욕행을 수락했고, 대신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무엇보다(공부나 커리어도 포함하여) 우리 가족을 최우선으로 할 것, 우리의 결정으로 어린 나이에 삶의 터전을 떠나게 된 딸아이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것, 우리 모두 더 건강해질 것. 


머리 속에서는 계속 Jay-Z의 노래가 재생됐다. 뉴욕~ 뉴욕~ empire state of new York… 아니 empire state of mind. 어쨌든 결심을 했으니, 할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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