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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셀나무 May 30. 2024

넌 나의 비타민이고 미네랄이야!

- 인간 비타민 이야기

처음 너를 만나던 그날 설레던 5월의 아침
 아카시아 달콤한 향기 부드러운 바람

우릴 감싸주고 함께 걸어왔던 시간들
 그림 같은 예쁜 날들
 여우비 내리던 여름 하늘을 구르던 너의 웃음처럼


 너는 나의 사랑 너는 나의 요정
 온 세상 눈부신 향기를 뿌리고
 너는 나의 노래 너는 나의 햇살
 넌 나의 비타민 날 깨어나게 해

          :          :

(비타민. 박학기/With 정연, 승연 )   



       

아주 오래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들으며 어느새 나도 모르게 후렴구를 하루종일 흥얼거리고 있었다. 중독성이 강한 후렴구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릿속에 맴돌며 자리를 잡는데, ‘비타민’이라는 노래가 그러했다. 지금으로 치자면 ‘수능금지곡’ 쯤 되겠다.          

나에게도 노래를 만들고 부른 가수처럼  비타민과 같은 존재가 있다.

날 깨어나게 하고 날 미소 짓게 하며 살아갈 힘을 주는, 나에게 엄마라는 제2의 인생을 선물해 준,

아들과 딸이다.    


      

가장 먼저 우리 부부에게 와준 아들은  내 삶의 에너지가 되어준 나의 비타민 나의 엔도르핀이다.

임신을 하고 출산일이 다가오자 과연 말로만 듣던 공포의 진통을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하루하루 나를 옥죄어오고 있었다. 아기와 함께 다니는 엄마들을 볼 때마다 ‘저 사람도 아무 이상 없이 아기를 낳았으니 나도 해낼 수 있겠지?’라고 계속 마음을 다지고 속으로 벌벌 떨며  ‘나도 할 수 있다’를 주문처럼 되뇌었다.   


   

나는 여자아이니까   어른이 되어 결혼하면 우리 엄마처럼 아기를 낳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6살 때였다. 조금 쌀쌀했던 날로 기억하는 어느 날 저녁,  온 가족이 집 근처 산부인과병원으로 향했다. 엄마가 여섯째인 막내를 낳으셨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보는 엄마품에 신생아가 함께 있었다.  아기는 얼굴이 빨갛고 아주 작았다. 언뜻 아기 원숭이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엄마 배 속에 아기가 있다는 말이 진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를 낳을 때의 고통에 대해  엄마와 언니들이  하는 얘기를 어깨너머로 들으며 겁이 많고 소심했던  나는 그때부터 걱정과 고민 일 순위가 아기 낳는 것이 되었다. 20년도 훨씬 뒤에 일어날 까마득한 미래의 일이 벌써부터 6살짜리 꼬마의 마음 한편에 두려움으로 떡하니 자리 잡게 된 사건이었다.    


           

첫 아이를 낳아 품에 안았던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  까무러칠 듯한 진통을 잊을 만큼의 신비로운 충격이었고 뭔가 해냈다는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과 안도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6살 때부터 걱정하고 있었던 거대하고도 두려운 과업이 드디어 종지부를 찍은 날이었다. 원숭이를 닮은 빨간 얼굴 막냇동생과는 달리 내가 낳은 아기는 내 눈에 너무 예뻤다.

그리고 순둥순둥 잘 먹고 튼튼하게 잘 자라주었다.

“밖에 혼자 두면 큰일 나, 너무 잘생겨서 누가 데려갈까 겁난다”

팔불출 친정엄마가 하는 말을 들으며 깔깔 웃었던, 에너지 넘치게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 뒤로 17년 만에 태어난 막내딸은 나를 회춘하게 만들어준  나의 비타민, 나의 도파민이다.

딸아이를 키우며 아이또래의 젊은 엄마들을 만나게 되니 자연스레 10년은 젊게 사는 느낌이랄까? 띠동갑은 기본이고 심하게는 20살 차이 나는 엄마들과 어울리다 보니 그만큼의 세월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 젊은 나이로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많았다. 너무 심하게 늦은 나이에 아이를 키워야 해서 안쓰러움에 키울 수 있는 체력도 주신건지, 산후 몸조리로 체질이 변한 건지,  빈혈과 허약체질이었던 내가 아직까지 운동은 숨쉬기운동뿐이고 비타민이나 다른 영양제를 먹고 있지 않는데도 늦둥이를 낳은 후가 더 건강해진 아이러니한 상황. 갱년기 증세도 아직까지는 없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딸은 정말 나의 비타민이 확실했다.  (그런데 머리는 30대 때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백발이어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염색을 해야 한다. 어찌 보면 공평한 것인가? )   



늦둥이 딸아이가 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빈 둥지 증후군’을 느낄 만한 시기에 찾아와 준 고마운 아이.  큰아들이 문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면 TV소리만이 거실을 채우던 적막한 집안에 조잘조잘 까르르 먹을 것을 찾으며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딸아이를 바라보기만 해도 입가엔 미소가 집안엔 생기가 돈다. 물론  아이의 학업과 우리 부부의 노후를 함께 꾸려나가야 하는 부분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있으며 선물처럼 주신 아이로 인해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우리 부부에게 있으니 정말 늦둥이는 사랑이고 비타민이고 미네랄이다.




얼마 전부터 비타민을 한 알씩 먹기 시작했다.

비타민과 같은 존재들을 위해 더욱 건강해지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타민을 챙겨 먹듯  칭찬도 챙기고  웃음도 챙기고  애정도 챙기다 보면 나 역시도  어느새 아이들에게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 과거에는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영양소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정도라고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인간은 이 세 가지 영양소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고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차에 비유하자면 동력인 기름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엔진오일이 필요하듯이 인체에도 일종의 윤활유가 필요한 것이죠. 이런 윤활유의 역할을 하는 것이 비타민입니다. 비타민의 어원은 바이탈아민(vital amine)으로 바이탈은 혈압, 맥박, 체온을 말합니다. 즉,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 요소라는 의미이죠.

(정혜진/ 내 몸이 원하는 영양제는 따로 있다)



- 미네랄은 뼈대와 구조를 이루는 인체의 구성 요소이자 체액의 전해질 균형을 이루고 인체의 생리기능을 조절하는 영양소로 비타민과 함께 반드시 필요하다.

(식탁 위의 비타민 미네랄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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