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겪은 다양한 차별들
사실 차별이라는 것은 굳이 인종을 따지기 이전에 같은 민족 내부에서도 있고, 학교, 직장 등 모든 단체에서 존재한다. 보통 한쪽이 잘나거나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차별이 발생할 조건이 성립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체격이 우월한 학생이 약한 아이 괴롭히고 셔틀 시키는 것이 차별이고, 회사에서 상사가 마음에 드는 이를 더 우대해 주는 것도 차별이다.
이러한 상황은 어디에서나 쉽게 보일 수 있지만 이성으로 다스리고 균등하게 대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이기에 선진국으로 갈수록 차별은 감춰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나는 차별에 대해 무감각 한 편인데 많은 나라들 오래 돌아다니다 보니 몇 번 기억나는 일들을 겪었다. 근래에는 대놓고 차별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나 은근히 교묘한 차별은 아직도 꽤나 많이 벌어진다.
사례 1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대놓고 우롱하는 것 겪어 보았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잠베지 강 유람선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15인승 승합차 타고 가는데 낮시간 관광하느라 고단했고, 유람선에서 술 한잔 마신 상태라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뒷자리 젊은 서양 관광객(이스라엘인이 주동) 몇이 서로 키득 거리며 이야기한다. 내가 영어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희롱성 발언이 오고 간다. 발끈할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그냥 좋게 넘어가기로 하고 모른 척했다. 그런데 이후 그 생각이 한동안 계속 난다. 나이 먹고 희롱당하니 그 여파가 더 오래가는 것 같다. 지금까지 경험상 젊은 이스라엘인이 비 매너가 많았다.
[아프리카 잠베지 강의 노을]
사례 2
클럽으로 유명한 스페인 Ibiza 섬은 7,8월 성수기 때 숙소 예약이 힘들고 매우 비싸다. 제일 저렴한 호텔도 최하 30만 원 이상 한다. 그래서 개별 방을 쓰지만 화장실은 공유하는 에어비앤비 숙소 알아보는데 호스트의 응대 속도가 매우 느렸다. 받기 싫어하는 눈치가 보였고 이에 대해 따졌더니 돌아온 대답. ‘Fuck You.’ 에어비앤비 이용하면서 그런 대답은 처음 보았기에 회사 측에 알렸으나 이후 과연 어떻게 처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례 3
Ibiza 섬 앞에 있는 Formentera 섬에 놀러 가서 오토바이로 섬을 한 바퀴 돌면서 멋진 구경을 했다. 멋진 날씨와 풍경에 푸르른 바다, 왜 유럽인들이 여름에 여기로 많이들 놀러 오는지 바로 이해되면서 기분이 매우 상쾌 해졌다. 그러나 맥주 한잔 마시러 들린 식당에서 기분이 상한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좋은 자리가 많이 비어 있기에 여기 앉고 싶다고 했으나 이미 예약이 다 되어있다는 응답. 그런가 보다 하고 뒷자리에 1시간 동안 앉아 있는데 아무도 안 온다. 당했구나.
사례 4
이태리 로마에서 교황청 관광하고 점심 식사하러 들린 식당, 대로변에 있어 사람들이 많기는 했다. 그래서 바쁜 건 인정하는데 도대체 30분이 지나도 주문받으러 올 생각도 안 한다. 손을 들어 보았지만 고개만 끄덕이고 다른 자리로 간다. 아무리 바빠도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결국 시간만 허비하고 다른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날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인들도 다른 나라, 특히 동남아 가면 차별 많이 하는데 직접 본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동남아 사람들을 하인 다루듯이 대하는 태도이다.
사례 1
태국 방콕의 한국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고 앉아 있는데 옆자리 한국인 중년 부부가 와서 주문한다. 이후 음식 나오고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큰 소리로 현지 종업원에게 막 대한다. 한국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모습이었는데 여기가 태국이라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나 보다.
사례 2
2005년 당시 근무하던 회사에서 지원해 줘 중국 장가계 단체 관광을 가게 되었다. 40명 정도 단체이다 보니 버스 대절했고 한국어 가능한 조선족이 안내를 맡았다. 당시 중국은 아직 경제적으로 올라오지 못한 상태라 우리와 소득 수준에 제법 차이가 났다. 더 못 사는 사람 보면 무시하는 마음이 생기는지 함께 했던 50대 아줌마가 그 조선족을 은근히 무시한다.
“한 달 소득이 얼마나 돼?”
“그래서 장가가겠어?”
사실 그 아줌마도 한국에서 그냥 보통 수준의 삶이었는데 더 못 사는 나라, 사람을 보니 잰 체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례 3
베트남 다낭에서 바나힐 가는 Grab을 탔고 목적지 도착해서 올라가는 입구 찾는데 복잡해서 기사가 헤매는 중이었다. 이 상황에서 함께한 지인이 한국말로 현지인 기사를 희롱한다.
“이 길이 맞아? 아니 저 길 아니야?”
“너 여기 많이 와봤는데 몰라?”
이런 말들이 계속 이어지길래 지인에게 눈치를 줬는데 현지인 기사가 한국말 못 알아듣고 당황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멈추지 않는다. 그가 얼마나 기분 나빴을지 지금도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후 지인에게 해당 상황을 잘 타일렀고, 지금은 크게 뉘우치고 있다.
사례 4
나도 고해 성사한다. 2000년도 초반 김태희가 밭을 간다는 우즈베키스탄, 궁금해서 친구와 방문한다. 아직 해외여행 경험이 거의 없을 때였다. 지인 소개로 현지 호텔에 근무하는 여인 둘을 만나 2:2로 저녁 식사 겸 술자리 갖게 된다. 불고기에 보드카가 들어가니 얼큰하게 취해서 흥겨운 얘기가 오고 갔다. 다들 혼사 시기가 다가온 청춘이라 이렇게 둘이, 저렇게 둘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들도 오고 갔다. 그러다 내가 찬물을 끼얹는 말을 던지고 만다.
“만약 우리 둘이 결혼한다고 하면, 엄마가 미쳤다고 할 거야.”
큰 실언을 했다. 취중에 은연중 못 사는 나라에 대한 우월감이 드러난 것이다. 다들 취중이고 분위기 좋은 상태에서 순간 싸하다가 스리슬쩍 넘어갔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이후 더욱 주의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