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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드로 May 15. 2024

알래스카, 어둠 속 크고 시커먼..

 ‘앞에 시커멓고 커다란 무언가 다가온다. 헉! 저것은?’      


나는 아직 젊어서(?) 그런지 아직은 자연과 풍경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음주가무 추구형 여행자이다. 그러나 인생의 목표를 전 세계 모든 나라 다 가보기로 정하다 보니 열정적인 중남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미없어 보여 후순위로 미뤄 두었던 미국 전역을 다 가보고 싶어져 실행에 옮긴다. 그중 독특하면서 자연 듬뿍, 날것의 느낌 알래스카가 강렬히 기억에 남는다.      


알래스카는 미국 50개 주에서 가장 커서 한국의 17배에 이르나 인구는 겨우 70만 명이다. 따라서 인구 밀도가 Km2 당 0.42명에 불과하다.(한국은 Km2 당 514명) 반면 잘 보존된 자연으로 동물의 천국이고 회색곰, 북극곰이 돌아다니기에 미국 다른 주에 비해 총기 소지가 매우 자유롭다고 한다. 즉 총기가 보이게 들고 다녀도 되고 심지어 대구경 중화기도 문제없다고 한다.     

 

그 넓은 알래스카에서 가보게 된 장소는 예전 러시아가 관리하던 시절에 주도였던 시트카라는 작은 도시였다. 앵커리지에서 작은 비행기 타고 날아가면서 보는 풍경은 마치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 마냥 몽환적이었다.          


작은 활주로가 있는 싯카 공항에 도착했을 때 호텔 주인의 픽업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에 가면서 주인장의 하는 말

“Welcome to Sitka, 여기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주인장 말대로 훼손되지 않은 대자연, 날것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청량하고 상쾌한 공기!              


그렇게 돌아다니다 중심지에 있는 국립공원에 들어가니 곳곳에 ‘곰 주의’ 푯말이 보인다. 그리고 마주친 강. 여기서 연어가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된다.      


어릴 때  작은 14” TV 화면 통해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멘터리에서 연어가 강 상류 거슬러 올라가는 것 볼 때는 ‘뭐 그런가 보다’ 생각했었는데 직접 본 그 장면은 

“와~~~~ 내가 살아서 이런 멋진 장면을 보게 되다니”

대 자연의 신비, 감동이 물려왔다. 

     

얕은 강바닥에 가득한 팔뚝만 한 수 천, 만 마리의 연어들이 산란하기 위해 물살이 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와...  그냥 감탄사가! 그간 전 세계 수많은 지역, 육상 동물의 천국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 해상 동물의 천국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 또한 가 보았지만 이렇게 생동하는 대 자연을 보고 감동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 그냥 경이로웠고 내가 살아생전에 이런 풍경을 보았음에 눈물까지 나오더라. 앞서 수많은 여행지 다녔지만 이렇게 감동의 눈물 나오는 건 처음이었다.      


[강바닥 가득, 까만 형체들이 전부 팔뚝만 한 연어, 그 역동적인 모습은 직접 봐야 느낀다.]         


얕은 강바닥에 수많은 연어들, 여기 사는 곰들은 정말 천국에 사는구나! 그러니 곰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총기 휴대도 자유롭다.       


[곰 주의 표지판]       

  

그렇게 싯트카에서 평온한 며칠을 보내고 공항에 가는데 살 떨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여행 다닐때 다양한 시도 해보는 편인데 그중 하나가 공항에서 숙소까지 혹은 반대로 배낭 메고 걸어가기. 보통 거리가 10Km 이내면 걷기 운동도 하고 주변 구경도 하면서 일반 관광지가 아닌 색다른 풍경을 경험할 수 있기에 걸어서 가보는 편이다.      


싯트카 숙소에서 공항까지 구글 지도상 거리는 5Km 정도, 단순 계산상 7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한 가지 큰 사실을 간과했다. 여기는 인적이 매우 드문 곰 천국 알래스카라는 것!      


시애틀행 비행기 출발 시각은 아침 7시, 따라서 공항에 5시 30분까지는 가야 했기에 호텔에서 출발 시각은 4시, 깜깜한 새벽이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알래스카는 인구 밀도가 0.4명으로 매우 낮고 동물의 천국, 더군다나 공항 가는 중에 곰이 출몰하는 국립공원을 가로질러가는데 곰은 야행성 아닌가?   

   

걷다 보니 겁이 덜컥 났다. 그래서 신경이 쭈삣 섰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 도 없었다. 지나다니는 차도 없고, 행인도 전혀 없고.. 그런데 저 공원 쪽에서 거대한 검은 물체가 나에게 다가온다.      


"어 저게 뭐지?" 

‘저 물체가 곰이면 큰 일이고 사람이면 더 큰 일? 지금 여기서 반대로 튀어?’ 그러나 이미 반대로 가기에도 애매하고, ‘저 물체가 쫓아온다면 배낭까지 둘러멘 나는 어떡하지?’     

아무도 없는 시커먼 칠흑 같은 알래스카의 밤에 그 물체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마침내 윤곽이 보였는데 키가 2M는 됨직한 흑인 거한이다. 


듣기로 여기는 총기 소지도 자유롭고, 워낙 광활해서 사람 하나쯤 묻으면 찾는 것 불가능하다는데 

“아~ 제발 그냥 지나가기를” 

종교가 없음에도 절로 기도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다행히 그 곰 같은 흑인이 먼저 “Hi~” 인사했다. 

상황을 보니 중심지 마을에서 일 마치고 외곽의 집 방향으로 새벽에 걸어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뭐 싯트카에는 대중교통 없고 그 시간에는 택시도 없으니.      


그렇게 공항 가는 길에 곰이 나옴직한 숲을 하나 더 지나서 마침내 싯트카 공항 도착! 약간 헤매느라 1시간 30여분 걸어오면서 살 떨리는 긴장감은 역대 최고였고 평생 잊히지 않을 추억 하나 추가된다. 


[공항 내부 전시된 갈색곰]         

저런 녀석과 맞닥뜨렸다면.. 

“앞으로 다시는 이런 무모한 짓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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