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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드로 May 15. 2024

은퇴 후 살기 좋은 나라?

나라별 순위

은퇴 후 
어느 나라가 살기 좋아?


105개 나라를 갔다 오고 많이 접하는 질문이다. 은퇴 후 거주할 나라에도 관심 있기에 어떤 나라가 살기 괜찮을까? 좀 더 들여다보게 되었고 이제는 보다 넓은 시각으로 상호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입장에서는 선진국이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날씨 좋고 물가 저렴한 나라가 최고였다.      


개개인의 처한 상황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젊을 때는 서구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경력 개발, 그러면서 급여도 많이 받을 수 있는 선진국이 좋고, 은퇴 시기에는 날씨 좋고 물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을 선호하게 된다. 물론 풍족한 돈이 있다면야 어디든 좋다. 또한 개인 취향에 따라 한적한 시골을 선호하거나 반대로 북적북적한 도시를 좋아하거나 또는 산을 좋아하거나 바다를 좋아하거나 등등 수많은 선택지가 있겠다. 


우선 참고할만한 대표적인 사이트가 있다. 

https://internationalliving.com/

에서 매년 은퇴 후 살기 좋은 나라 순위 발표 한다. 다만 해당 사이트는 북미인 기준이라 우리네 입장과 달라서 좀 갸우뚱한 부분도 더러 있지만 여러 가지 수치들은 참고할 만 하기에 인용하면서 나의 의견도 함께 이야기해 본다.      


[2021 ~ 2024 순위]         


내가 관심 가지기 시작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발표한 내용이다. 연도별로 보면 순위만 조금씩 달라질 뿐 단골 국가들이 보인다. 이전에는 중남미권 국가들이 상위권이었다면 이제는 서유럽 국가인 포르투갈, 스페인도 상위권에 보인다. 그간 미국 물가가 너무 올라서 이제 그들 기준에서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정도는 괜찮은 물가로 생각되고 치안이나 편리성, 의료 수준이 높아서 순위가 올라간 것이라 판단된다.       


참고로 이 순위는 여러 가지 항목들, 날씨, 물가, 의료, 비자 용이성, 등등 감안해서 종합 점수로 작성된 내용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날씨가 가장 중요하고, 어떤 이는 의료가, 또 어떤 이는 물가가 가장 중요한 항목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여기 나오는 순위는 특정 분야에 가중치를 두지 않고 전체 항목의 평균 점수를 두고 평가하는 맹점이 있다. 따라서 여기 열거된 모든 나라 중 우루과이 빼고는 다 가보았는데 전체적으로 공감이 되면서도 갸우뚱한 부분이 많이 있다.      


[2024년 기준]         


2024년 상세 기준표로 하나씩 살펴보면 1위 코스타리카가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데 우선 비자가 94점, 친밀도(Affinity Rating)는 96으로 최고 수준이다. 병원 시설도 89로 높고 날씨도 82점으로 괜찮다. 다만 생활비는 76으로 조금 낮고 집은 66으로 낮다. 이렇게 여러 항목의 평균점수가 높다 보니 1위가 된 건데 직접 가서 현지 친구들과도 얘기 나눠보았는데 그들도 나도 갸우뚱했다. 날씨는 비가 좀 자주 오긴 하지만 연중 25-30도 수준으로 따뜻하고 아주 좋다. 인정! 그러나 다른 항목들은 한국보다 못하다. 물가는 한국 수준이고 주거 환경, 의료, 생활의 편리성은 한국보다 못하다. 2위 포르투갈은 전체적으로 괜찮긴 한데 임대료나 물가가 제법 비싸고, 유럽 문화가 우리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저기 열거된 나라들 거의 대부분 가본 입장에서 멕시코와 콜롬비아를 추천하고 싶다. 우선 한국인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날씨 좋으며 주거 및 생활비가 저렴하다. 치안도 갱단과 이권으로 얽히지 않으면 문제없다. 저 순위표만 믿고 단골 1-2위 국가인 코스타리카나 파나마에 이주하러 갔다가 멕시코나 콜롬비아로 다시 옮긴 경우를 종종 보았다.      


이렇게 북미인 기준 순위표는 참고했으니 한국인 입장에서 항목별 중요도를 두고 평가해보고자 한다. 은퇴 후 살기에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많은 요소가 있고 개개인에 따라 성향이 다르겠지만 나의 의견 얘기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이고 물가, 의료, 치안, 비자 순서라고 생각한다.      


국가, 도시별 여러 상황을 비교해 놓은 

https://numbeo.com/

자료를 참고하여 하나씩 세부적으로 살펴본다.      


1. 날씨      


일반적으로 살기 좋은 날씨라 하면? 봄, 가을이 떠오른다. 만약 그러한 날씨가 1년 내내 이어진다면? Numbeo.com, Quality of life index에서 날씨 부분 살펴보면(시기에 따라 순위가 조금씩 변한다.)              

중남미 지역이 많은데 의외로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도 있다. 사람이 살기 좋은 최적의 날씨(25 – 30도)를 연중 유지하려면 적도 지방에 가까우면서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함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좋은 날씨로 알려진 도시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콜롬비아 메데진, 케냐 나이로비,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 등이고 작은 도시라 순위에는 없지만 베트남 달랏도 아주 좋다.        


[날씨 No.1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2. 물가     


Numbeo.com, Cost of Living 살펴보면          


파키스탄이나 인도, 이집트는 이해가 되는데 4위 콜롬비아나 6위 우크라이나는 갸우뚱? 저렴하긴 하지만 그 정도 순위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물가 저렴하다고 해도 뭔가 답답함이 느껴지는 파키스탄이나 인도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 직접 돌아다녀보니 살만한 나라 중 캄보디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이집트 물가가 아주 저렴하다. 특히 수도가 아닌 지방 작은 도시 재래시장에 가면 놀랄 만큼 저렴하다.      


3. 의료     


나이 들수록 의료가 중요한데 절대적인 의료 질만 따진다면 상위권은 거의 대부분 선진국이 되리라 생각한다. 진짜 심각한 병에 걸렸을 때 돈에 관계없이 최상의 치료를 원한다면 널리 알려진 존스 흡킨스나 하버드 의대 병원에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리 좋다고 한들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치료비가 나온다면? 그리고 대기자가 엄청 많아서 기다리다 병을 키울 수 도 있게 된다면? 이에 접근성과 가성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데 이 부분에서는 한국이 최고라 생각한다.       


그리고 선진국 최신 병원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개도국에도 최신 시설 보유한 괜찮은 국제 병원들이 있으며 좀 더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선진국 비해서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건 수치로 평가하기가 어렵고, 베네수엘라와 같이 전기 공급이 잘 안 되고 의료 체계가 무너진 상황이 아니라면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즉 적당한 돈을 쓰면 개도국에서도 질 좋은 의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4. 치안     


아주 위험하다고 알려진 나라들 두루 가본 결과 치안이 은퇴 이민 고려 대상에 아주 중요한 항목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치안 안 좋기로 소문 나서, 살인율 1위로 악명을 떨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및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전부 가 보았는데 도시별 일부 우범 지대, 빈민가 제외 하고는 그리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테러나 전쟁 지역이 아닌 평시 상황에서는 현지 갱단과 마약 같은 이권으로 연루되지 않는 한 일반 시민이나 관광객에게 별일 일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멕시코도 살인율, 범죄율이 꽤나 높으나 거주 교민들 얘기 들어보면 실제 살아가는데 그다지 위험을 못 느낀다는 의견이다. 마약왕 파블로프로 유명했던 콜롬비아도 일부 위험지역만 가지 않으면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다. 따라서 이왕이면 더욱 안전한 나라에 살면 좋겠으나 멕시코시티나 콜롬비아 보고타 정도 치안 등급 이상이면 사는데 별 무리 없다고 판단해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혼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현지 교민들 의견도 감안했다.      


5. 비자     


앞서 나열한 북미인 기준 은퇴 선호 국가 상위에 위치한 국가들 공통점은 장기 거주 비자받기가 쉽다. 그러나 이건 약간의 돈을 좀 들이면 해결되는 문제라 다른 요소들에 비해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비자 항목에서 최하위권인 베트남을 살펴보면 아직 은퇴 비자가 없기에 몇 달에 한 번씩 주변 국가(보통 캄보디아 목바이) 갔다 오며 비자 갱신을 하면 100~200불 정도 비용이 든다. 그러나 월세, 공과금등 생활 물가는 타 국가 대비 훨씬 저렴하니 그 정도 비용은 문제가 안된다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비자받기 아주 쉬운 파나마에서 한 달 2,500불 쓰고 재미없게 살 것인가? 아니면 베트남에서 비자 비용 포함 1,500불로 더 누리고 살 거냐? 이런 문제가 되는 거다.      


여기까지 정리했을 때 날씨는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물가는 삶의 수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의료는 가성비의 문제,  치안, 비자는 생각보다 큰 요소가 아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수치로 나타낼 수 없지만 정말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현지인들 호감도와 즐거움이다. 여행 다녀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보통의 경우 선진국은 개인주의, 상대에게 간섭 안 하고, 관심 없고 인종 차별도 은근하게 있다. 예를 들어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는 드무나 식당에 갔을 때 좋은 자리 배정 해주지 않는다거나 일부러 주문을 늦게 받는다거나 하는 식의 차별은 여전히 있다. 반면 개도국은 보통 지대한 관심을 주고 정이 많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 거주한다면 비주류로 차별받을 가능성이 있고, 멕시코에 거주한다면 환대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젊을 때와 다르게 은퇴 후 거주 한다면 즐겁게 대우받고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 외 다른 요소로는 한국 접근 편의성, 음식과 식재료, 공해, 향후 발전 가능성(투자 감안) 등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종합했을 때 나의 선택은?


콜롬비아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얘기해 본다.      


ㅇ날씨

적도 근처에 있지만 안데스 산맥에 위치하여 연중 선선하거나 따뜻한 날씨가 가장 큰 강점이다. 수도 보고타는 해발 2,600m, 연중 선선한 가을 날씨인데 고도가 높다 보니 처음 1~2주 정도는 좀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다. 제2의 도시 메데진은 해발 1,600m, 연중 따뜻한 봄날씨로 영원한 봄의 도시로 불리고 아주 살기 좋은 날씨다. 즉 선선한 날씨 좋아하면 보고타, 따뜻한 날씨 좋아하면 메데진. 


ㅇ물가

한국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 보고타 중산층이 거주하는 서부 지역 아파트 방 2개짜리는 미화 10만 불 정도에 매입 가능하니 장기 거주할 거라면 구매해서 임대료 아낄 수 있다. 다만 아시아권처럼 시세가 올라가지 않으니 투자용 구매는 추천하지 않는다.       


ㅇ의료

중남미에서 멕시코, 칠레와 더불어 OECD 가입된 3번째 나라로서 꽤나 괜찮은 수준의 의료 가능하다. 세계 보건기구에서 평가한 콜롬비아 의료는 세계 20위권에 등록되었고, 미국 경제지 America Economica라는 데에서 최근 라틴 아메리카 상위 63개 병원 목록 정리했는데 절반 가까이 콜롬비아에 있다.       


ㅇ치안

미국 드라마 나르코스 나오는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 영향으로 아직도 콜롬비아는 마약과 범죄의 나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이미 30년 전 이야기이고 지금은 치안이 많이 안정화되어서 중남미에서 꽤나 안전한 나라로 인식된다. 이는 현지 교민들, 중남미인들 공통으로 느끼는 사항이다.      


ㅇ비자

기본 90일 무비자에 쉽게 연장 가능하다. 1년 180일 이상 체류하려면 장기 비자가 필요한데 그 조건이 높지 않아 쉽게 발급 가능하다      


ㅇ음식

사실 중남미 음식이 한국인 입맛에 썩 맞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보고타와 메데진에 한식당이 있으며 한류 영향으로 그 숫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좀 비싸긴 하지만 현지에서 한국 식재료도 구할 수 있다.      


ㅇ호감도

중남미에서 가장 정열적이고 호감도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 어디를 가도 친근하게 맞아주면서 말 붙이는데 특히 지방 작은 도시에 가면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 신기하다고 같이 사진 찍자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 비록 먼 남미 국가이지만 그들과 쉽게 동화될 수 있는 것이 큰 강점이다.      


[살기 좋은 콜롬비아 메데진]         


정리하면 콜롬비아는 일단 날씨가 세계 최상위권인데, 물가도 저렴, 그리고 친절하다. 단점은 한국에서 멀고, 음식이 맞지 않고 치안이 조금은 신경 쓰인다.(알려진 것처럼 위험하지 않다)


북미인들이 그네들과 가까운 중미 지역, 멕시코나 코스타리카 선호하듯이 우리네 입장에서 가까운 동남아 지역 국가들, 베트남과 라오스, 필리핀 또한 추천한다.      


전통의 동남아 관광대국 태국은 이제는 물가가 꽤나 올라서 방콕의 경우 서울과 물가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을 지경까지 올라왔다. 한적한 삶을 선호한다면 태국 치앙마이도 괜찮은 선택지이나 이제는 다른 대체 국가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멋진 바다를 좋아한다면 필리핀, 맛난 음식과 유사한 정서를 찾는다면 베트남, 저렴한 물가와 순박함을 찾는다면 라오스가 선택지가 되겠다. 


이렇게 각자 바라는 기준이 다를 것이기에 여기 설명한 항목들 비교해서 본인에게 맞는 나라 선택하면 되겠다. 나의 경우 한 나라에서만 계속 사는 것보다는 봄, 가을은 한국에서, 여름에는 콜롬비아, 겨울에는 따듯한 동남아, 이렇게 돌아가면서 거주하는 국가 근방을 둘러보는 형태로 살아갈 계획이다.  


예를 들어 더운 여름에는 선선한 콜롬비아 보고타에 머물면서 스페인어 복습하고 현지 친구도 만들면서 근방의 남미권 국가를 돌아보는 거다.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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